한일전, 아시아 축구의 수준을 확인한 최고의 경기!
2011. 1. 26. 10:20ㆍ축구가 뭐길래/Steelers & Reds
너무나도 안타깝게 지긴 했지만, 지고도 욕먹을 일 없을 만큼의 후련한 경기가 아니었는지요?
우리로서는 절대로 질 수 없는 일본과의 경기...
하지만, 예전처럼 우리가 일본을 무작정 깎아 내리기에는 그들의 경기 수준도 너무나 좋았습니다.
일본 정도는 해 줘야... 한국이 지고도 졌다고 할 수 있겠지요. ^_^
결과는 결승진출 실패였지만 우리의 강한 경기력을 보여준 좋은 경기였습니다.
예전 같았으면... 내용은 일본이 앞섰어도 결과는 우리의 승리로 마칠 때가 많았는데
이번 경기는 그 반대군요.
내용은 우리가 더 좋았음에도 마지막 결과는 일본이 가져갔네요.
결론적으로, 조광래 감독은 1차 관문은 무난히 통과한 것 같습니다.
그의 지도력, 전술 구사력을 충분히 보여줬고
비록 아시안컵 우승에는 실패했지만 그의 스타일을 통해서 더욱 향상된 대표팀을 보여줬으니까요.
더구나, 대표팀의 양대 축인 박지성과 이영표가 은퇴를 이야기하는 시점을 고려해 볼 때
조광래 감독이 구축한 팀 조직력은 앞으로 우리 대표팀의 큰 밑천이 될 것 같습니다.
팀 컬러가 확실히 뿌리박힌 팀은 핵심 선수의 공백을 팀의 능력으로 어느정도 메울 수 있습니다.
허정무 vs. 조광래
허정무의 팀은 월드컵 예선을 무패로 마쳤습니다. 뿐만아니라 1년이 넘도록 패배를 모르는 팀이었죠.
그러나... 결과는 잘 나오면서도 의구심과 불안함을 떨쳐 버리기 힘들었습니다.
월드컵 때 정말 잘 할 수 있을까... 그리고 그 후에는 어떤 팀이 될까...
조광래의 팀은 반대네요. ^^
비록 결과는 우리의 기대에 못미쳤지만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팀을 보여주었으니까요.
(하지만... 개인적으로 저는 대표팀 감독으로는 허정무 스타일이 더 어울린다고 봅니다.
국가대표팀의 감독은 차근차근 팀을 만드는 사람이 아니라,
주어진 자원과 상황 속에서 기대하는 만큼의 결과를 만들어 내는 사람이 어울리고,
조광래 감독처럼 과정과 학습, 장기적인 미래를 함께 어우러지게 하는 스타일은
프로팀 감독이 더 어울린다고 생각합니다.)
어쨌든, 조광래 감독은 자기 스타일에 맞는 팀을 만들었다는 점에서 큰 점수를 받겠네요.
조광래 감독에 대한 선수들과 축구계의 신임도 더 커질 것 같고
그렇기 때문에 더욱 힘있게 자신의 스타일을 발전시킬 것으로 생각됩니다.
다만... 성적에 대해서는 솔직히 좀 불안합니다.
모험과 창의를 좋아하는 감독이기에, 한 편으로는 센세이셔널한 드라마가 나올 것 같기도 하지만
중요한 승부처에서는 팔색조 보다는 보수적이고 뚝심있는 스타일이 더 잘 먹히니까요.
만약 조광래 감독이 브라질까지 함께 간다고 하더라도 허정무 감독 이상의 성적을 올리기는 힘들테고
반면에 조광래 감독의 뒤를 잇는 누군가가 알찬 열매를 수확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번 아시안 컵에서 조광래의 성공은, 2014년이 아닌 2018년을 위한 희망이 아닐까...
활동가 vs. 득점가
일본의 18번 혼다. 역시나, 인상적이지요?
볼을 많이 소유하고 플레이에 많이 개입하기 보다는 순간순간 간결하고 빠르게 처리합니다.
그러면서, 끊임 없이 마지막 찬스를 노립니다.
자기가 득점을 하든... 아니면 자기가 만들어서 동료에게 찬스를 주든...
항상 무언가를 노리는 매서움과 찬스를 제대로 만들어 내는 판단력과 순발력이 있습니다.
우리에겐 박지성과 같은 세계 톱 클래스의 활동가는 있지만 혼다 같은 득점가는 없습니다.
박주영의 공백이 다소 아쉽기도 하지만... 박주영 역시 활동형 선수지 득점형 선수는 아닙니다.
이것은 활동가 위주로 팀을 구성하고, 활동가 위주의 전술로 팀을 담금질하는
조광래 감독의 스타일에 가장 큰 영향을 받지 않는가 싶습니다.
활동가들이 팀의 주축이 되고, 설사 득점가라 할지라도 활동가의 모습을 닮기를 원할테니까요.
유병수가 성공적으로 안착하지 못한 이유도, 그가 활동가적 기질 보다는 득점가적 기질이 더 강하기 때문일겁니다.
공이 자기에게 왔을 때, 활동가는 그 공을 제대로 간수하고 다음 플레이를 전개하는데 초점을 맞춥니다.
반면에 득점가는 받는 순간 바로 슈팅이 가능하도록 몸의 밸런스를 준비시키거나, 보다 좋은 슈팅 위치를 잡기 위해서 공을 터지합니다.
활동가는 득점 찬스와 슈팅 타이밍에 슈팅을 하지만, 득점가는 불안정한 찬스와 자세에서도 기어코 슈팅을 합니다.
활동가는 좋은 득점 위치의 선수를 찾아 패스하지만, 득점가는 단지 자신의 득점 확률이 더 낮기 때문에 패스를 합니다. ^^
활동가 위주로 팀을 꾸리는 것이 좋을까... 아니면, 그래도 묵직한 득점가 한 명은 있어야 할까?
이건 전적으로 감독의 선택이고, 감독이 만들어 내는 결과가 답이지요.
조광래는 활동가 위주의 팀을 선택했고, 우리가 목격한 바와 같은 결과를 가져왔으니
지금은 조광래의 선택이 답입니다. ^^
그러나, 끝까지 활동가 위주의 스타일만을 고집하지는 않았으면 합니다.
이쪽이든 저쪽이든 서로 일장일단이 있는 만큼, 조금 더 넓은 선택과 유연한 전략을 보강했으면 합니다.
1차 관문을 넘어서 더 큰 미래를 준비할 수 있는 시간과 신뢰를 얻은 만큼
이제부터가 진짜 조광래의 팀을 만들 수 있는 시점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한국 vs. 일본
이제는 서로 으르렁거리는 왠수 지간을 넘어서, 정말로 함께 성장하고 있다는 것을 느낍니다.
각자의 특색에 따라 상대보다 앞선 부분도 있고 딸리는 부분도 있고
그러면서 또한 서로 닮아가는 부분도 있고...
여기에 호주가 새롭게 가세하면서 또 다른 자극과 경쟁, 벤치마킹 대상이 추가되었습니다.
중동 축구가 최근 약세라서 좀 아쉽긴하지만...
그들도 그들 나름의 투자를 계속하고 있으니 일시적인 움츠림 뒤에는 다시 강자로 돌아오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이번 아시안컵에서 한국이나 일본이 보여준 경기력과 선수들의 정신력은 놀랍기 그지없습니다.
4강전에서 양팀이 보여준 경기력은 말할 것도 없지요.
게다가... 연장 종료 직전에 기어이 동점을 뽑아 낸 한국도 놀랍고
그렇게 허탈한 마음으로 승부차기에 나섰지만 실수 없이 승리를 따낸 일본도 놀랍습니다.
아마도.. 앞으로 한국이나 일본 출신의 선수들이 유럽의 빅리그에서 뛰는 것이 더 이상은 신기한 일도 아닐 것이고,
한국이나 일본이 유럽과 남미의 강호를 잡는 일도 더 이상은 '이변'이 되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
다시 생각해 보니.. 너무 아깝습니다.
이렇게 우리 경기력이 좋은데... 그리고, 일본도 경기력 좋은데...
우리가 아닌 일본이 우승을 해서
우리가 아닌 그들이 2013년 컨페더레이션스컵에 나가고
유럽이나 남미 챔피언 하나 잡을지도 모르는데...
아이고야... 그거 생각하니 너무 배가 아파옵니다.
우리가 일본한테 진 것은 그냥 털어 버릴 수 있는데...
일본이 우리보다 더 잘나가면 괜히 살살 배가 아파오는거...
이건 어쩔 수 없네요.
T.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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