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초상이라도 났나?

2010. 2. 12. 09:46축구가 뭐길래/Steelers & Reds

중국에 3대0으로 깨진것은 너무너무 어이 없고 열받는 일이지만
그렇다고 무슨 초상이 난 것도 아니고, 대표팀이 개판 5분전도 아니지 않나요?

솔직히 이번 대표팀이 어느정도의 수비불안 문제를 가지고 있다는 것은 이미 드러난 사실이고
곽태휘와 이근호의 플레이가 살아나지 못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경기 흐름에 따라 이런 어이없는 졸전과 패배는 나올 수도 있습니다.
(사실 이런 어이 없음 100% 경기 몇 번 봤지요^^)

어이 없는 패배에는 변명의 여지 없이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요.
그렇지만, 그런 것은 모두 중국전 한 경기에서 복합적으로 터진 문제일 뿐
중국에 3대0으로 깨졌다고 해서 우리팀 자체의 경기력도 그 수준이라는 것은 아닙니다.

중국전 패배의 원인을 간단히, 딱 세개로 짚어 봅니다.
(다른 이유들도 많겠지만... 제 생각에 결정적인 것들만!)

1. 우리 선수들과 감독의 안일한 준비, 반대로 중국은 작정을 하고 나왔음.
2. 곽태휘와 이근호의 불안불안. 김두현의 포지션 변경 실패.
3. 두 번째 골이 아주 더러운 타이밍이 기분 나쁜 방법으로 터졌음.

위와 같은 세 가지 요인만 합동으로 터져도 경기 말아먹는거 일도 아닙니다.
특히, 1번과 2번이 겹쳐져서 1실점한 상태, 여기서 어떻게든 만회해 볼려고 기를 쓰는데
어정쩡한 수비실수에 살짝 오프사이드인가 하는 생각도 들면서 어이 없는 실점...
이 순간 경기는 사실상 결판 난거죠.
TV로 보는 사람이 왕짜증 혈압만땅인데, 그 꼴을 직접 당한 선수들도 다르지 않았을겁니다.
그러니... 3번째 골처럼 만인 앞에 굴욕하는 실점까지 나오게 되는거지요.

.......

어디까지나 중국전에 국한된 문제입니다.
중국전을 왜 고따구로 했냐고 야단을 치는 것은 수긍이 가지만,
"니들은 안돼!" "허정무 짤라라!"라는 식으로 몰아부치는 것은 좀 심해 보입니다.

대표팀 자체의 문제, 경기력과 수준의 문제라면 보다 근본적으로 지적하는게 필요합니다.
그리고, 그러한 문제들은 대부분 이미 알려진 것들이며
허정무 감독과 코치들이 문제를 잘 해결하고 있는지, 못하고 있는지를 지적해야 합니다.

.........

이번 중국전에서 나타난 근본적인 문제라면 뭐가 있을까요?
저는 우리팀에 분위기 반전용 카드가 없었다는 것이 가장 마음에 걸립니다.
기분나쁜 두 번째 실점 이후에 팀을 추스릴 수 있는 카드가 없었습니다.
경기장에서 뛰고 있는 선수 중에 그 역할을 해 준 선수도 없었고
그런 역할을 할만한 교체 선수도 없었습니다.
승패를 떠나서, 2대0 이후에 정상적으로 만회할 수 있었을텐데
오히려 3대0으로 발려 버린 이유이기도 합니다.

어느 팀을 상대하건, 예기치 못한 상황에서 흐름을 상대에게 뺏겨버리고
속수무책으로 우왕좌왕하는 일은 발생할겁니다.
그렇기 때문에, 마지막 카드 하나는 손에 꼭 쥐고 있어야합니다.

허정무 감독님... 대책을 찾아주시와요....
그게 바로 감독의 역할이니까요.

그리고... 계속 지적되는 장기적인 문제...
제발 수비좀 어떻게 해 주심 안되겠슴까?
더 나은 선수를 찾는 것은 무의미하고, 훈련이나 전술로 해결해야지요.
그게 바로 감독의 역할이니까요.^^

PS) 갑자기 예전의 차두리가 머리에 확 떠오르네요.^^
교체투입되자 마자 경기장에 활기가 팍팍 넘치게 만들고, 상대팀에게 묘한 엇박자를 놓는 선수...
어떤 때는 포메이션 상실하고 공 있는 곳에 항당 등장하는 선수...
크로스가 부정확하고 슈팅 타이밍에 발목이 돌아가도 전혀 개의치 않고 해맑은 선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