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이 약해졌다.
2009. 4. 13. 19:59ㆍ축구가 뭐길래/Steelers & Reds
지난 토요일(4월 11일), 성남종합운동장에서 열렸던 성남:포항의 경기를 다녀왔습니다.
성남의 3대1 승리로 끝난 경기였지요.
신태용 감독에게 값진 데뷔 첫승을 안겨주기 위해 성남의 전 선수들이 눈에 쌍심지를 켠 것이
관중석에서도 눈에 보일만큼 성남의 선수들이 적극적이었습니다.
그러나... 아무래도 제가 포항 팬인지라...
포항 팬의 눈에서 볼 때는 성남의 잘한 모습 보다는 포항의 모자란 부분이 더 크게 보일 뿐입니다.
무엇보다도, 수비력의 문제를 꼽을 수 있겠습니다.
측면에는 박원재의 공백이 아직 눈에 보이고,
새롭게 김형일이 합류한 중앙 수비도 살짝살짝 엇박자가 납니다.
(지난 토요일 경기에는 황재원이 결장한 것도 하나의 원인은 될겁니다.)
또한 올 시즌에는 김기동이 벤치에 앉아 있는데... 김기동이 중원을 지휘할 때에 비해서도 문제가 있고요.
이번 시즌에도 어김없이 선제골을 잡아내는 것은 잘하고 있습니다.
파리아스 감독의 스타일이, 선제골 잡은 후에도 수비에 무게를 두기 보다는
상대편의 만회를 위한 공격에 정면으로 맞서는 강공전략을 주로 사용하는데...
이것은 어디까지나 수비력이 뒷받침 될 때에 빛을 발휘합니다.
수비력이 받쳐주면, 오히려 만회를 위해 조급하게 달려드는 상대방의 헛점이 더 크게 드러나고
포항은 추가 득점의 기회를 잡아낼 수 있었습니다.
올 시즌에도 파리아스의 스타일은 변함이 없습니다.
상대의 약점이 있는 곳에 끊임 없이 공격수를 집어 넣으면서 압박하는 스타일은 여전합니다만,
오히려 그런 상황에서 상대의 역습에 골을 허용하는 일이 많습니다.
포항의 플레이스타일이 약이 아니라 오히려 병이 되는 꼴입니다.
이런 상태라면 깔끔한 득점력과 스피드를 갖춘 팀을 만났을 때 바로 구멍을 드러내는 것일테구요.
2007, 2008 시즌처럼 좌우 윙백이 탄탄한 수비력에 공격 가담까지 확실하게 해 주고
중앙에서도 수비 상황에서 곧장 득점지역으로 패스가 찔러들어가지 못하다보니
우리가 수비 상태에서 공격으로 전환되는 시점이 오히려 상대팀의 역습찬스로 순식간에 바뀌게 됩니다.
파리아스 감독이 어떤 대안을 가지고 있는지 모르지만...
현재로서는 그리 뚜렷한 해결책이 보이지 않는군요.
그저 지금의 선수들이 잘 해주기를 기대하고, 또한 파리아스가 그렇게 만들어 주기를 바랄 뿐입니다.
또 하나의 문제는... 역시나 득점력입니다.
현재 포항의 공격이 먹히는 이유는 어쨌거나 저쨌거나 데닐손의 파워에 의존하는 바가 큽니다.
비록 많은 득점을 못하고 있긴 하지만, 데닐손 한 명이 상대 수비를 흔들어 놓는 위력은 무시할 수 없죠.
그때문에 다른 선수에게 득점 찬스가 더 열리기도 하고... 데닐손 자신도 최소한의 득점은 잡아냅니다.
그러나... 함께 공격을 이끌어갈 스테보나 브라질리아가 잘 안풀리네요.
특히 스테보가 중간중간 한 건씩만 해 준다면 데닐손의 득점찬스까지 살아날 수 있을텐데
K-리그 개막전에서의 득점 외에는 이렇다할 찬스조차 드문 상황입니다.
데닐손은 빠르고 발재간이 좋으며 중앙과 측면을 넘나들면서 상대 수비를 흔들어 놓습니다.
그리고, 포항의 미더플더들이 양념치기로 골고루 득점을 해 줄 능력이 있습니다.
리그 득점왕을 바라보는 대형 다득점 골게터가 필요한 것이 아닙니다.
움직임은 적더라도 이따금씩 중앙에서 확실하게 따먹는 스트라이커라면 충분합니다.
(지금 상황으로 봐서는... 올 여름쯤에 한 번 변화가 생기지 않을까 싶네요.)
...
전체적으로 볼 때, 그래도 문제는 공격보다는 수비에서 더 크게 보이네요.
포항의 공격축구는 공격수에 의해서 만들어지기 보다는
수비에서부터 빠르고 정확하게 짖쳐들어가는 스타일이니까요.
김기동이 작년만큼 안되는걸까요?
스타팅으로 뛰지 못하는 것은 분명 이유가 있을텐데...
황지수와 김재성의 공수 역할분담이 잘 이루어지면 해결이 될라나?
앞으로 어떤 변화가 더 생길지는 모르지만...
성남과의 경기 내용으로 볼 때는 완패입니다.
다음 경기 상대는 2009년 강력한 우승후보, 요새 한창 잘나가는 전북과의 경기입니다.
결과를 떠나서... 이 경기에서 짱짱하게 맞짱뜨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다면
리그 상위권 팀들과의 경기는 힘들게 갈 것 같습니다.
포항은 K-리그 우승후보로 거론되는 절대강팀에 속하지 못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약한 모습이 드러나면 강팀들에게 공략당할 수 밖에 없습니다.
강팀을 만났을 때도 통할 수 있는 우리만의 칼 한자루가 있어야 하고
무엇보다도 강팀의 공격세례를 견뎌내고, 그것을 역습으로 전환할 수 있는 수비력은 필수입니다.
지난 토요일은... 김기동의 빈자리가 무척 커보이는 경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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