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필상 총장의 표절, 돌 맞을 사람들 많을걸?

2007. 1. 24. 18:32사는게 뭐길래/난 그냥... 남자!


저도 꽤 오랫동안 대학원 생활을 했습니다.
그 기간 동안... 많지는 않지만 당연히 몇 편의 논문을 발표했습니다.

이필상 총장의 표절문제, 그 이전에는 김병준 전 교육부총리의 제자 논문 문제 등
학계의 논문 표절, 저자 허위등재 등의 문제가 몇 번 이슈가 된 적이 있습니다.
그 전에는 황우석 박사의 연구결과 조작 사건이 있었고...

조심스러운 말이기도 하고, 어쩌면 누워서 침뱉기이기도 하겠지만
솔직히 제가 생각하기에 그와 같은 일이 모든 대학에서 비일비재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저자 이름 끼워 넣기
지도 교수 이름은 무조건 제1 저자로 등재하는 관행
전에 발표한 논문 살짝 틀어서 다른 곳에 발표
다른 사람의 연구 결과물을 살짝 변용하여 발표
연구 결과를 사실보다 과장 또는 왜곡하여 발표
...

세상이 얼마나 바뀌었는지 모르지만, 아마도 이러한 옳지 못한 관행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을 것 같습니다.

국내의 각종 학회에 논문을 제출해 본 대학원생들은 아실겁니다.
솔직히... 우리나라에 이런저런 확회와 학술대회, 워크샵 등이 상당히 많습니다.
같은 분야에도 비슷비슷한 학회가 여러 곳 있지요.

그러나, 실상 국내의 연구 인력들이 그리 많지도 않을 뿐더러
연구 인력의 상당수는 수업과 프로젝트(연구과제)와 조교/강사를 병행하는 대학원생들이 상당수 입니다.

그러다보니... 많은 학술대회에서 발표 논문이 풍부하게 제기되지 않기 때문에
논문 발표 신청만 하면 떡 하니 심사를 통과하는 경우도 허다합니다.
또한 그러한 학술대회의 논문 검증 인력과 시스템 또한 충실하지 않기에... 발표 신청하는 각종 논문에 대해서 면밀한 검토 작업이 이루어지지도 못합니다.

단편적으로... 해외 학술대회나 국내외 학술지에 게재하기는 그리 쉬운 일이 아닙니다.
특히, 해외 학술지의 경우에는 논문 발표 신청 후에 발표 허락이 이루어지기까지 1년 가까운 검증 기간이 소요되기도 합니다.
해외 학술 대회의 경우에도, 발표하는 것 자체가 연구자의 영광이 될만큼 세계 각지에서 좋은 논문들이 모이기도 하고, 또한 그만큼 검증이 까다롭습니다.
물론... 해외의 학술대회나 학술지의 경우, 어찌보면 철저하게 미국식 시스템이기 때문에 한국에서 공부하는 연구자들의 경우에는 상당한 핸디캡이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또한 해외 연구자들이라고 해서 국내 학자들보다 도덕적으로 더 온전하다고 볼 수도 없습니다. (비슷비슷한... 학문적 질이 떨어지는 논문들이 버젓이 유명 학술대회에 발표되는 것도 여럿 보았으니까요.)

....

연구 결과물의 표절이나 허위 등재...

이것은 과연 이필상 총장이나 김병준 전 부총리 개인의 문제일까...
그렇다면 다른 교수들이나 학자, 연구자들은 엄격한 학자적 양심으로부터 얼마나 자유로울까...

글쎄요...
저의 개인적인 과거를 통해서 볼 때... 저는 그리 자신이 없습니다.
저 역시 좀 더 쉽게, 빨리, 눈에 띄는 논문을 내 놓기 위해서, 학위를 받기 위해서,
어느 정도는 이필상, 김병준, 황우석 같은 사람들이 했던 짓거리를 했습니다.
물론... 위 사람들처럼 간 크게, 그렇게까지 심하게 하지는 않았지만...
같은 결과물을 다르게 포장했던 적도 있고, 실제 결과보다 더 과장한 적도 있고,
크게 도움을 주지 않았으면서도 다른 동료 연구자의 논문에 함께 이름을 올리기도 했습니다.
(당시에도 양심적으로 부끄러움을 느끼기도 했지만, 저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 그냥 그러려니 했던 셈이지요.)

이 문제는 단순히 개인의 양심 문제가 아니라, 우리나라의 고등교육 환경과 시스템, 절차의 문제, 오랫동안 굳어져 온 관행의 문제 등이 복잡적으로 얽혀있는 문제입니다.

....

대학원에서 맨 처음 논문을 썼을 때, 저는 제 지도교수님을 제1 저자로 해서 지도교수님께 감수를 받으러 갔었습니다.
(저도 선배들에게... 논문 작성할 때 당연히 그렇게 하는게 예의라는 말을 들었거든요.)
제가 직접적인 작성자이기 때문에 몇몇 사항을 빼고는 내용에 대해서 가타부타 수정을 해 주시지는 않으시더군요. 그냥 이대로 발표해라...

그런데... 예상치 못한 것을 말씀하시더군요.
제1 저자는 연구자 본인의 이름으로, 그 다음에는 연구실의 동료들을, 그리고 지도교수인 자신의 이름은 맨 나중에 쓰도록 하라고 하셨습니다.
그리고, 그걸 계기로 해서 졸업을 할 때까지 모든 논문에서 저자 이름을 쓸 때는 그러한 규칙을 따랐습니다. (저뿐만 아니라, 함께 있던 연구실 동료들도 모두 그렇게 했습니다.)

그 때는 몰랐는데...
지금 돌이켜 보면 그런 작은 교정이 당시의 (어쩌면 지금도) 대학 상황에서 대단히 양심적이고 존경받을 만한 일이었다고 생각되네요.

저의 지도 교수님은 학문적 연구에 몰입하시기 보다는 대외 활동도 많이 하시고, 큰 단위의 연구 프로젝트 기획에 주로 관심을 가지는 분이었습니다.
그때문에... 학문에만 몰두하는 동료 교수들에 비해서 순수한 학문적 성과는 크게 이루지 못하셨지요. (저를 포함한 제자들이... 너무 탱자탱자거린 탓도 큽니다.... 죄송...)

하지만... 최소한 학자적 양심에서 벗어난 분은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그 덕분에... 저 또한 비교적 비양심적인 죄를 덜 저지르면서 대학원을 마칠 수 있었던 것 같구요.

....

학자적 양심을 지킬 수 있는 대학 문화, 대학원 문화, 연구 문화
그리고, 그러한 것이 엄격히 지켜질 수 있는 연구 분야의 시스템
이런 것 없이 각 교수의 개인적인 양심을 들추기에는 우리 모두가 초라한 죄인이지요.

대학은 먼저 자신들의 양심에 부끄럽지 않는가...
반성과 자정의 노력을 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