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고비는 넘긴 것 같네요

2006. 12. 6. 11:30축구가 뭐길래/Steelers & Reds

내용면에서 완전히 밀리는 경기였지만 기어코 승리를 따낸 것은 정말 다행입니다.
전체적으로 선수들의 움직임이 무거워 보였고 자신감도 좀 떨어져 보였습니다.
아직 조직력도 본 궤도에 올라오지 못한 상황이고...

어찌보면... 예선 라운드에서 바레인 같은 예상 외의 강한 상대를 만나고, 또한 밀리는 경기를 했으면서도, 결국은 승리를 따낸 것은 매우 긍정적입니다.
일반적으로 컨디션이 떨어진 상태에서 대회를 시작했을 때, 이런 경기를 디딤돌로 팀의 전체적인 컨디션과 자신감, 동료들과 코칭 스탭에 대한 믿음이 상승되기 때문입니다.

현재 우리 팀은 전반적으로 여러 곳에 문제가 나타나고 있지만, 가장 큰 문제점은 공격의 시발점인 김두현의 컨디션이 아직 K-리그에서 보여주던 수준에 오르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이천수도 마찬가지지만... 김두현의 공격의 시발점이며 막힌 곳을 뚫어주는 역할이기에 더욱 커보이는 것이겠죠.)
이렇게 시종 밀리는 경기를 어떻게든 소화하면서 끝까지 승리를 따내는 과정을 통해서 김두현의 컨디션 난조가 상당부분 해소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이 말은... 우리 팀의 공격력이 살아날 수 있다는 말!

베어벡 감독으로서도 얻는 바가 있었습니다.

최성국과 조원희를 쓰지 않았고 정조국도 쓰지 않았습니다. 백지훈도 마찬가지...
백지훈, 최성국, 조원희는 어느 정도 주전으로 입지를 굳히는가 싶었고, 정조국은 감독으로서 한 장 쯤은 뒤에 가지고 있어야 할 조우커였던 것으로 보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후보 멤버로 있던 오범석을 출전시켜 결승골을 뽑았고 측면 수비도 비교적 안정되게 이끌어 냈습니다.
선수 기용에 관해서는 전적으로 감독의 결단과 책임이 따르는 문제입니다.
최성국과 조원희를 선발에서 제외해서 경기가 어렵게 풀렸을 수도 있지만, 결과적으로는 감독의 결정이 맞았으며 감독과 선수 모두 그 부분에서 서로간에 자신감을 가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팀의 긴장감과 동기의식을 다시 끌어 올릴 수 있겠지요.

눈물나게 안쓰러운 미드필더들

전체적으로 미드필더들이 영 시원찮은 플레이를 펼쳤지만 이천수, 염기훈, 이호, 오장은, 김두현 등이 최대한 안간힘을 쓰는 모습은 긍정적이었습니다.
그들 스스로... 뭔가 잘 안풀리고 컨디션과 조직력이 나오지 않는다는 사실을 느낄텐데, 그것을 이겨내기 위해서 바득바득 애를 쓰는 모습이 역력하더군요.
내용은 좋지 않았지만 좋은 징조이며 바람직한 자세라고 생각됩니다.
특히 오장은... 너 정말 눈물나게 애쓰더라!

염기훈, 어렵게 풀리네...

경기에 임하는 자세와 파워, 스피드, 활동력, 돌파력 모두 훌륭합니다.
그러나, 경기를 좀 더 쉽게 풀어가는 모습이 아쉽습니다.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라면 고립된 상황에 빠지기 전에 다음 공격을 위한 처리를 해야 하는데, 무슨 이유에서인지 자꾸만 2명 이상의 수비수에게 고립되는 상황이 나옵니다.
그리고... 고립된 상황에서 빠져나오기 위해 감행하는 확률이 낮은 돌파 시도...
좀 더 설렁설렁, 쉽게 쉽게 하면서... 기회가 있을 때 빠르고 과감한 돌파를 시도한다면 전체적인 공격 파워가 더 살아날 것 같습니다.
물론... 염기훈 개인만의 문제가 아니라 주변 동료들의 협조가 필요하긴 하지만, 염기훈 본인이 좀 더 냉정하고 절제된 플레이를 할 필요가 있습니다.

히어로 오범석

크게 드러나지는 않지만 꼭 필요할 때 빠르고 과감한 모습을 칭찬해야겠네요.
오버래핑의 빈도는 적지만 매우 효율적인 움직임을 보여줍니다.
공 처리가 쉽고 깔끔하며 안정적이고 여유가 있습니다.
더구나 멋진 중거리 슛으로 팀의 결승골을 뽑아내기도 했지요.

아쉬운 점은... 전반전 오른쪽으로 오버래핑 하면서 맞은 크로스 찬스를 살리지 못했다는 점입니다.
포지션 특성상, 결승골이 된 중거리 슈팅 보다도... 그 크로스를 득점 찬스로 연결했다는 더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었을 것입니다.

침착하고 안정적이며 볼 처리가 간결하고 빠른 반면에, 공이 흐르는 상황 그대로 공과 동료 선수들의 스피드를 살리면서 패스를 넣어주는 모습은 아직 부족한 것 같습니다.

바레인, 잘하긴 하지만...

한계를 보이더군요. 생각보다 강하고 공격 파워도 위력적이었지만 꼭 필요한 순간에 찬스를 살리지 못하는 모습을 보니 '강팀'으로 보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말장난 같기는 하지만... 잘하는 팀이긴 한데 강팀은 못된다고나 할까?
마지막 마무리의 정교함이 떨어지고, 냉정하게 한 번의 결정적 찬스를 기다리지 못하고, 멋지긴 하지만 한국 수비를 상대로 기대하기 힘든 중거리 슈팅을 지나치게 시도하고, 항상 마지막 찬스에서는 공격수가 수비수들에 비해서 숫적 우위를 차지하지 못합니다.
빠르게 우리팀의 패널티 지역까지 접근하지만, 정작 거기서 한 번의 깔끔한 연결이나 슈팅 찬스가 만들어지지 못하는 한계가 보였습니다.

무엇보다도... 불안한 골키퍼는 바레인의 아킬레스건으로 보입니다.
최소한 메달권에 들기 위해서는 팀의 아킬레스건은 없어야겠죠.

바레인으로서는 한국을 잡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놓쳤고, 반대로 우리는 위험천만한 위기를 넘기는 운이 따라주었습니다.

....

박주영이 경고누적으로 8강전에 나서지 못하는 손실이 있긴 하지만, 팀의 전체적인 컨디션은 상승될 것 같으니 다음 경기는 좀 더 능숙하게, 우리가 가진 것들을 보여줄 것으로 생각됩니다.

키는 역시 김두현이 쥐고 있습니다. 기민한 움직임과 넓은 활동 범위, 중거리 슈팅, 패싱... 그가 살아나야 공격이 살아나고, 팀이 활발한 공격력을 보여준다면 수비 또한 좀 더 창조적인 플레이를 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을겁니다.
(김두현이든 백지훈이든 둘 중 하나는 빨리 제 컨디션을 찾아야 할텐데... 좀 걱정이 되죠?)

다음 상대가 일본이 되든 북한이 되든...
문제는 우리 자체의 팀 전력이 빨리 정상화 되는 것이 중요한 듯 하고, 바레인전의 힘겨운 승리가 그 기폭제가 되지 않을까 기대를 해 봅니다.

PS) 욕 많이 먹는 김상식이 왜 훌륭한 선수인지 아시겠죠?
중앙 수비를 보면서 수비형 미드필더와 측면 수비까지 커버 영역이 상당히 넓고, 그 지역으로 투입되는 상대의 롱 패스 대부분을 차단시키며, 빠르게 침투하는 공격수를 1대1 마크하고, 공격 전개 또한 빠르게 하는 선수입니다.
바로 이번 아시안 게임 대표팀의 중앙 수비에서 지금 우리팀이 잘 안되는 부분이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