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 국민은행의 배반, 근데 왜 말이 없을까?
2006. 12. 11. 18:40ㆍ축구가 뭐길래/Steelers & Reds
당초 K-리그는 올 시즌 내셔널리그(N-리그) 우승팀을 내년(2007년) 시즌부터 K-리그로 승격시키기로 결정했으며, 올 시즌 N-리그 우승팀 고양 국민은행이 그 자격을 얻었다.
한국에서 축구가 시작된 이래 처음으로.... 역사적인 리그 승급팀이 탄생한 것이다.
이것은 그냥 어느날 갑자기 하늘에서 뚝 떨어지듯이 프로축구연맹과 축구협회가 그런 제도를 만든 것이 아니다. (물론 시행 과정에서 부족한 부분이나 졸속적인 처리는 있었을 것이다.)
강조하고자 하는 것은, '리그 승강급제 도입'이라는 것은 그 동안 여러 차례에 걸쳐서 축구 팬들이 끊임없이 문제 제기를 하였으며, 뜻있는 축구인들이 오랫동안 공을 들여서 이루어낸 한국 축구사에 큰 이정표를 세울만한 역사적인 변화라는 점이다.
K-리그의 기존 구단들은 반대의 입장이 매우 강했고, 중재자인 프로축구연맹 또한 우려의 목소리가 컸다. 반면에 한국 축구 전체를 관장하는 축구협회는 어렵사리 조성된 리그 승강급제의 분위기를 살리기 위하여 어떻게든 시도하려는 의도를 보였으며, N-리그 연맹과 N-리그 소속 팀들은 당연히 승급에 대한 열렬한 지지로 뒷받침 해서...
한국 프로축구사에 일대 전환점이 될 수 있는 '리그 승강급제'가 2007년 드디어 그 첫 출발을 하게 된 것이다.
그 과정에서 무리수도 많았고, 세세한 운영 노하우 없이 밀어부친 경향도 있고, 프로연맹이나 축구협회의 행정상 미숙함도 있었지만... 어쨌든 리그 승강급제는 한국 축구의 미래를 위해 꼭 필요한 사항이라는 점에는 모두가 공감하기에... 이런저런 어려움과 미비점을 안고서라도 그 첫 출발을 하게 된 것이다.
다시 말하지만... 이것은 어느 한 사람, 한 팀, 한 단체의 노력에 의한 산물이 아니라, 축구계 곳곳에 있는 모든 사람들과 단체들의 작은 바램들이 한해 두해 모이고 쌓여서 이루어진 결실이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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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축구 역사상 처음으로 K- 리그 승격 자격을 얻은 고양 국민은행이 K-리그 승격을 포기하겠다고 한다. 은행법이 어떻고 주주들의 동의가 어떻고... 구구절절...
그래... 너희들 나름대로 구구절절 이유도 많고 변명도 많겠지만, 그것을 하나하나 따지고 반박할 생각도 없으며, 나는 그렇게 조목조목 반박할 만큼의 논리적 치밀함이나 배경 지식도 가지고 있지 않다.
하지만, 수 많은 사람들의 염원과 노력으로 가까스로 아슬아슬하게, 작은 바늘구멍 하나를 겨우겨우 뚫어 놓았는데... 그것을 낼름 막아버리는 그들의 결정을 보자니, 마치 축구팬의 한 사람인 나를 기만하는 것 같아서 울화통이 터진다.
(하물며 K-리그 승격을 기대해온 고양의 축구팬들, 국민은행 팀의 지지자들, 팀의 선수들과 코치진의 허탈한 박탈감은 얼마나 크겠는가?)
이제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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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4월, 프랑스 대통령 선거 1차 투표에서 극우파인 르펜이 결선에 진출했다.
르펜은 인종차별적인 언사를 서슴치 않았으며, 당시 프랑스 대표팀의 지단이나 앙리, 드사이 같은 선수들을 향해 "대표팀에서 몰아내야 한다"는 표현을 하기도 했다.
그런 그의 언행은 많은 프랑스 사람들의 표를 얻는 데 성공했고, 그 결과 대통령에 당선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맞았던 것이다.
그러나... 지단은 달랐다.
그는 분명하게 르펜에 대해 반대 의사를 표시했으며, 그의 사상은 프랑스적 이념과 가치에 맞지 않는다는 정치적 비판을 퍼부었다.
급기야 그는 프랑스 국민들에게 최후 통첩!
"선택하라, 지단이냐 르펜이냐!"
그리고, 프랑스 국민들은 지단을 선택했으며 자크 시라크가 르펜을 누르고 대통령이 된다.
....
1990년대 초반, 보스만이라는 벨기에 선수가 있었다.
유명하지 않은, 그렇다고 기량이 아주 출중한 선수도 아니었다.
당시 유럽 축구계 또한 우리나라에 다를 바 없이, 선수의 이적에 대한 권한은 전적으로 구단에게 귀속되었으며, '일개' 프로축구 선수에게 직장 선택의 자유 따위는 존재하지도 않았다.
인간이라는 누구나 누릴 수 있는 직업 선택의 자유.
오랜 세월 개인의 인권을 보장해주도록 발전한 유럽의 민주주의 시스템하에서, 인간의 기본적인 권리가, 프로축구의 세계에서는 외면을 당하고 있었던 것이다.
거기에 보스만이라는 별볼일 없는 청년이 반기를 들었다.
당연히... 그는 돈이 아주 많거나, 아주 유명해서 엄청난 영향력을 가진 선수가 아니었기에 그의 소송은 힘겹기만 했다.
비록 힘겨운 싸움이었지만, 결국 그는 승리했으며... 프로팀의 소유물이나 자산, 자원 따위로 치부되던 축구 선수들의 인간적 권리를 확인케 하는 역사적인 이정표를 세울 수 있었다.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은... 그 싸움에는 용감한 보스만 만이 참전한 것이 아니었다는 점!
많은 유명 축구선수들이 그를 지지했으며, 소송비를 보태기도 했고, 직접 그를 찾아 격려하는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는 점이다.
....
우리 축구계는 너무나 조용하다.
지단과 같은 정치적인 호소는 바라지도 않지만, 최소한 축구인 자신들의 터전에서 각고의 노력 끝에 탄생한 '리그 승강급제의 시행' 문제가 흐지무지 표류하는 상황인데도...
정작 축구인들의 액션은 너무나 약하다.
안타깝고 열받겠지. 배신감이 느껴지기도 하고, '아직 시기상조인가..' 하는 자책도 하고 있겠지.
하지만 말이야...
누구라도 나서는 사람은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말이다.
아무리 풀뿌리 한국축구라지만, 그 동안 우리 나름의 위대한 스타들도 있었고 영향력 있는 축구인들이 많지 않은가 말이다.
보스만 같은 거대한 소송 싸움도 아닌데... 나서는 축구인이 너무 없지 않는가 말이야...
그저 각종 언론과 팬들의 커뮤니티에서 비판의 기사와 분노의 여론이 나타날 뿐, 정작 영향력 있는 족쟁이의 말과 행동은 너무나도 움츠리는 것 같다.
팬들을 위한 축구를 말하기 전에, 경기장에서 뛰고 있는 자신들을 위한 축구를 하기 위해서라도 누군가는 말과 행동을 해야하지 않겠는가 말이다.
프로선수들의 연판장도 없고, 은퇴한 K-리그 OB들의 반대 성명도 없고, 지도자나 원로 축구인들의 분노의 목소리도 없다.
그저 들리는 것이라곤...
"너무 시기 상조였어"
"애초부터 무리였어"
"K-리그 팀 운영하기가 그리 만만한 것이 아니지..."
"협회와 연맹의 일처리가 미숙했지"
"당사자가 K-리그로 올라가지 않겠다는데... 뭘 어쩌겠나?"
"충분한 논의와 준비가 미흡했지 머"
....
개뿔!
하다못해 국민은행을 향해 욕이라도 퍼부어야 하지 않겠는가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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