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성항공 비행기 사고... 예전 기억이 새록새록

2006. 11. 28. 19:18사는게 뭐길래/난 그냥... 남자!

오늘(11월 28일) 오후에 제주 공항에서
한성항공 비행기의 착륙 사고가 있었다는군요.
다행히 큰 사고는 아닌 것 같지만, 타고 있던 승객들은 얼마나 놀랐을지...

제가... 7년전에 비행기 사고를 경험했기 때문에
그 가슴철렁함을 잘 알지요 ^^

먼저, 사진 비교!

2006.11.28 한성항공 사고장면 (제주)

1999.03.15 대한항공 사고장면 (포항)



사진으로 보니까 딱 비교가 되죠?
제 기분이 얼마나 아찔할지 상상이 가십니까?
위에 나무젓가락처럼 꺾인 비행기에 제가 타고 있었거든요...

다행히 크게 다치지는 않았습니다.
허리를 크게 휘청했지만 외상은 없었고
정형외과에서 물리치료 좀 받은 다음에 치료는 끝났습니다.

몇 년 뒤에 허리 디스크를 앓았습니다.
제 생각에는 비행기 사고 때 허리를 크게 휘청한 것이 큰 원인 중 하나일 것 같은데...
병원 의사의 말로는...
그것이 큰 원인일지는 모르겠지만, 디스크가 발병하는 원인이 워낙 다양하기 때문에
의사로서도 비행기 사고가 원인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고 하더군요.

.....

사고 당시에 몇 가지 에피소드

  • 사고가 나자 마자 저는 와이프에게 전화를 했습니다. (당시 와이프는 서울에 있었죠.) 포항에 도착했다... 그런데 비행기 사고가 났다. 나는 크게 다친 곳은 없다... 와이프의 반응은? .... "응, 알았어. 나 지금 점심 먹으러 나가는 길이거든? 이따 이야기하자."
  • 사고 후에 허리가 크게 휘청한 것 말고는 별다는 증상이 없어서 저는 곧바로 연구실로 갔습니다. 마침 점심 식사들을 마치고 커피 한 잔 하고 있더군요. 제가 비행기 사고 난 이야기를 했더니... 제가 너무 멀쩡했기 때문일까요? 거의 분위기는... "뻥! 치지마! 그런게 어딧어!"
  • 그러나.... 오후 2시쯤이 되자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사고 소식이 뉴스로 전해졌고 위에서 본 무시무시한 사진을 사람들이 보게 된 것입니다. 연구실 사람들이 달려오고, 와이프가 다급한 목소리로 전화를 하고... 대한항공에 근무하는 친구랑 지인들은 탑승자 명단에서 내 이름을 보고 전화를 하고... 북적북적 난리법석... (하지만, 오히려 이미 저는 마음을 가라앉히고... 그저 담담...)
  • 사고 다음날... 허리가 아프더군요. 병원에 가서 치료를 받았는데... 솔직히 병원 하는 짓거리가 너무 얄미웠습니다. 치료는 건성건성, 불친절하고, 바빠 죽겠는데 기다리는 시간은 길고... 짜증짜증 왕짜증 나서 대충 치료받고 걷어 치웠습니다.
  • 얼마후... 대한항공에서 직원이 찾아왔습니다. 찾아온 사람들 얼굴을 보니까 사고 피해자들에게 어지간히 시달린 모양인지 얼굴빛이 말이 아니었습니다. 30만원을 주면서 합의서에 사인해 주겠냐고 하더군요. (나두 그냥 누워 버려?) 순간 이런 생각도 했지만... 찾아온 사람들의 측은한 얼굴을 보고 있자니 내 주제에 그렇게 할 기량(?)도 안되는 것 같고, 당시 대학원생 신분에 30만원이라는 거금(?)도 받았겠다... 아싸 가오리 하면서 싸인을 했습니다.
  • 그날 이후... 제가 30만원 받았다는 사실에 몹시 흥분한 연구실 동료들, 그리고 몇몇 지인들과 위로의 파티를 벌이면서... 결국은 30만원 모두 술값으로 써 버렸고, 거기에 플라스 알파로 좀 더 많은 출혈이 있었습니다.
  • 급기야... 사고 후유증보다 음주 후유증이 더 컸다는... 슬프고 애닯은 사연이 지금도 경북 포항시 지곡동 일대에서 밤이면 밤마다 부엉이 울음 소리에 실려서 전해오고 있답니다!

.......

가장 큰 후유증은...
그 사고 이후로 저는 좀처럼 비행기를 타지 않는다는 거죠.
지금도 마찬가지고요.
몇 번 비행기를 타긴 했는데 (주로 포항 갈 때)
비행기가 포항 활주로쪽으로 저공비행을 할 때나, 바람에 동체가 살짝 흔들릴 때면
살며시 공포감이 밀려옵니다.
사고가 나던 당시에...
비가 좀 내리긴 했지만 사고 위험은 전혀 느끼지 못했거든요.
아주 정상적이고 평온한 상태에서 사고가 올 수 있다는 사실... 이게 공포가 되는거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