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버스는 나랑 안맞아 ㅠ.ㅠ

2014. 7. 7. 18:53월드컵 여행 - 2014 브라질/11.브라질리아

브라질리아에서 아르헨티나:벨기에의 8강 경기후에 저는 동행하던 친구와 함께 야간 버스를 타고 바로 상파울루로 이동하기로 했습니다.

브라질리아의 숙박비가 워낙 비싸기도 했고 귀국하기 전에 상파울루에서 좀 더 여유있는 시간도 갖고 싶었습니다.

비행기로 이동하면 편하겠지만 비싸도 너무 비싼 브라질의 바가지 항공 요금에 이미 질릴대로 질린터라 버스로 이동하기로 했구요. 야간 버스니까 하룻밤 숙박도 해결하고!

브라질리아에서 상파울루는 버스로 15시간 걸리는 거리인데, 상파울루에서 살바도르 갈 때 36시간이나 버스를 타면서 궁뎅이를 단련했기 때문에 15시간 정도는 껌이라는 자신감도 한 몫을 했구요. ^^


막상 버스를 타려고 터미널에 갔는데... 이건 뭐 난리에 개판에 아주 볼만했습니다.

수 많은 팬들이 야간 버스로 이동을 하는 바람에 주요 도시로 가는 표가 동이 난건 기본.

상파울루행 야간 버스는 거의 5분이나 10분 간격으로 배차가 되는데 완전 난리 북새통입니다.


문제는 브라질의 느릿느릿 시스템과 장거리 버스 타는데 괜한 절차가 너무 많다는 것입니다.

수 많은 팬들이 이동을 하는데 버스편이 턱없이 부족한것도 큰 문제지만 말입니다.


예를 들어, 당일날 표가 매진될까봐 상파울루에서 브라질리아-상파울루 표를 미리 구입합니다.

이 때, 브라질에서는 실제 표가 아니라 예약증 같은 것을 주는데, 해당 터미널(브라질리아)에서 실제 버스표를 끊어야합니다. (비행기도 E-티켓으로 타는데 말입니다. ㅠ.ㅠ)


그런데, 아르헨티나 경기처럼 많은 팬들이 한꺼번에 움직이게 되면 예약증을 티켓으로 교환하는 사람들과 표를 끊으려는 사람들이 섞여서 줄을 길게 서고, 한 사람 처리하는데 세월아 네월아 시간 보내는 창구 직원들 덕분에 정작 미리 표를 예약한 사람도 한 참을 기다리다가 버스를 놓쳐 버리게 되죠.


저는 다행히 살바도르에서 예약증이 아닌 실제 표를 끊어 주어서 불필요하게 줄을 서서 교환할 일은 없었지요.

(이거두 이상하죠? 무조건 예약증을 끊어주는게 아니라 실제 탑승권을 끊어주기도 하잖아요?)


또 그런데... 이걸루 OK가 아닙니다.

막상 표를 들고 긴 줄을 서서 버스 타는 곳으로 가려니까 스탬프가 안찍혔다고 하네요?

뭔지는 모르지만 다른 곳에서 끊은 표는 출발지 터미널에서 확인을 하는 모양입니다.

성질 머리 끝까지 올라와서 욕 한마디 내뱉고 다시 해당 버스 회사의 창구로 돌아갑니다.

저만 그런게 아니고, 욕하고 성질 부리면서 돌아서는 사람들 상당히 많습니다.


그래서 해당 창구에 스탬프를 받으러 가면 거기도 북새통이죠.

줄을 서서 기다린다? 번호표를 받는다?

그거 다 소용 없습니다. 일 처리가 느리니까 그렇게 했다가는 제 시간에 버스 못탈게 불보듯 뻔합니다.

그냥 다짜고짜 창구로 달려가 손으로 도장찍는 흉내 내면서 "스탬프! 스탬프!" 하면서 협박하니까, 이번에는 또 돈을 내라네요. 6인지 7인지 짧은 포르투갈어 실력으론 알아듣기 힘든 말을 하길래 10헤알짜리 하나 내밀고 빨리 달라는 시늉을 해서 스탬프가 아닌 스티커를 받고 얼만지도 모를 잔돈을 돌려 받습니다.


이제 다시 아까 줄섰던 버스 탑승장으로 가서 기다립니다. 버스탈 시간은 불과 10분정도 남은 상황.

어쨌든 버스 탑승장(플랫폼)에는 들어가게 됐습니다.

그 와중에도 스탬프 안 받아서 다시 뛰어가며 욕하는 사람들 계속 보이구요.


탑승장에 갔더니 이번에는 어느 플랫폼인지 알아내는데 또 우왕좌왕입니다.

제가 탈 버스의 회사는 10번~15번 플랫폼을 쓰는데, 갑자기 승객들이 많이 밀리고 그들의 일처리는 느리다 보니까 출발은 계속 지연되고 완전 뒤죽박죽. (10번~15번 플랫폼 쓴다는거 알아내는 거도 쉽지 않았습니다. ㅠ.ㅠ)


현장의 버스회사 직원들조차 제대로 안내를 못합니다. 영어가 안되니 더 우왕좌왕하구요...

같은 버스회사 직원인데 어떤 놈은 이리가라 어떤 놈은 저리가라 ㅠ.ㅠ

보다 못한 현지인 중에 영어 되는 사람이 나서서 제 표를 봐주고서야 자기랑 같은 버스라며 같이 여기서 기다리면 된다고 하는 것으로 겨우 마무리가 되었지요.

영어가 안되는게 문제가 아니죠? 버스 승객도 아는걸 버스회사 직원이 정확히 모른다는게 아주 이상한거지...


브라질 사람들, 남미 사람들 특유의 느릿느릿한 성격은 백번이라도 이해를 하겠는데...

(저도 약 한달 정도 있으면서 그들의 느긋함을 배우고, 또 즐기면서 동화되기도 했으니까요^^)

월드컵을 준비하면서 가장 기본적인 교통과 숙박에 있어서 이번 월드컵은 너무 부실하다는 생각이 드네요.

비행편을 늘이는 대신 가격만 올리는 바가지 항공사들에게 진저리치며 화가 치밀었는데, 대체 수단인 버스도 수 많은 팬들을 소화할 준비가 전혀 되어있지 않았습니다. 심하게 말하면... 월드컵을 보기 위해 온 다른 나라의 손님들을 위한 노력은 거의 하지 않았다고도 할 수 있겠네요. 


어쩄든 살바도르에서 미리 표를 끊어 놓은 덕에 그나마 버스는 무사히 탈 수 있었습니다.

비록 출발이 30분정도 늦어졌지만 벨기에:미국의 16강전 보러갈 때 이미 리오-살바도르 버스편이 5시간 연착하는 황당한 일을 겪은터라 출발 시간이 30분 늦어지는 정도는 아무 것도 아니게 받아들이게 되더라구요. ^^

15시간 걸리는 버스를 타면서 은근히 20시간까지 각오하게 되고^^


그렇게 버스를 타고 산넘고 물건너 밤을 건너 상파울루에 왔습니다.

중간에 휴게소에 들렀더니 줄줄이 상파울루행 버스들이네요. 하나 같이 아르헨티나 팬들로 가득한 버스들^^

하루 종일 경기보고 응원하고 먹고 마시고 터미널에서 시달리고 야간 버스에서 푹푹 쩔은 수백명의 아르헨티나 거지들(과 그 틈에 끼인 한국 거지 2명)이 휴게소에 바글바글... ㅎㅎ




그래도 우리는 버스를 타고 무사히 상파울루까지 왔는데... 터미널에 죽치고 않아서 버스표를 구하던 아르헨티나 사람들은 다 어떻게 됐을까요?

다들 무사히 어디론가 갔을까요? 아니면, 터미널에서 느긋하게 밤을 새고 다음날 아침차를 탔을까요?


모르지요... 우리와 달리 기다림에 익숙한 남미 사람들이니 서로 웃고 놀면서 밤을 보냈을수도 있겠네요.

경기를 이긴 날은 밤샘하기도 훨씬 수월하고 즐거울테니까요^^


우리도 좀... 버스 못타도 좋으니까 경기 이기고 버스 터미널에서 승리의 무용담과 함께 밤샘 한 번 해봤음 소원이 없겠네!

버스편이 바닦날 만큼 많은 축구팬들과 함께 우리 팀의 월드컵 경기를 본다면 소원이 없겠네!


짜증나면서도, 화가 나면서도.... 

아르헨티나 팬들, 니들 졸라 부럽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