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7. 7. 12:10ㆍ월드컵 여행 - 2014 브라질/11.브라질리아
아르헨티나:벨기에의 경기, 재밌게들 보셨죠?
TV 화면에서도 느끼셨겠지만 완전 아르헨티나의 분위기였죠^^
부에노스 아이레스에서 전세기까지 동원하면서 수 많은 아르헨티나 팬들이 대거 운집했고, 아르헨티나의 승리, 경기를 지배한 메시의 파괴력까지!
1990년 마라도나의 눈물 이후 24년만에 아르헨티나가 월드컵 4강에 올랐으니 아르헨티나 사람들에게는 24년만에 다시 찾아 온 최고의 날이 아니었을까 생각합니다. 게다가... 마라도나가 흘렸던 눈물을 메시가 닦아줄 것이라는 그들의 기대감을 생각해보면 지금 아르헨티나는 흥분의 도가니가 아닐까 싶네요.
브라질리아는 우리나라로 치면 세종시나 과천같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깨끗하고 현대적인 행정도시의 전형적인 모습!
관광이나 여행의 재미를 느낄만한 요소는 없지만 그 곳에서 살기에는 인프라가 상당히 잘 갖춰진 도시의 느낌!
브라질의 다른 도시에 비해서 물가도 좀 싼거 같았고 전체적으로 깔끔하고 여유있어 보였습니다.
살바도르에서 브라질리아로 가는 비행기에는 벨기에 팬들이 더 많았습니다.
벨기에 팬들 중에 완전 꽐라된 애쉐끼덜 때문에 살바도르 공항에서 아침부터 약간 꼴불견이었습니다. 이눔 쉐끼덜 밤새 술을 퍼마셔가지고 옆에 서있는데도 술냄새 풀풀. 주변 사람들 아랑곳 없이 혀 꼬부라진 목소리, 비틀비틀한 몸으로 벨기에 응원 노래하면서 열라 민폐 끼지고, 급기야 공항 바닥에 드러누워서 지랄을 떨고, 비행기에 타서도 시끄럽게 굴더니 바로 나가 떨어지고, 브라질리아 도착할 때 되니까 다시 깨서 지랄떨구...
나중에 경기 끝나고 이눔 쉐끼덜 다시 봤는데, 그 때는 경기도 깨지고 술도 깼는지 조용히 걸어가고 있더라구요 ^^
아르헨티나 팬들과 직접 경기를 본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그것도 아르헨티나 팬들이 운집해 있는 골대 뒤쪽에서 그들과 섞여서 경기를 봤는데, TV에 나온 것보다 100배는 더 뜨거웠을거라 생각되네요.
아르헨티나 팬들의 열정과 열광은 상상 그 이상이었습니다.
그들은 축구팬이 아니에요^^ 우리에게는 친구, 가족, 직장 같이 우리 삶의 굵직한 중심점들이 있을텐데, 아르헨티나 사람들에게는 축구도 그 중심점의 하나를 차지하겠죠. 그러니까 축구를 좋아한다, 취미가 축구다, 응원한다... 이런 개념이 아니라 축구 없으면 삶의 일부분이 무너져버리는 정도의 비중을 갖는거죠.
아르헨티나 사람들의 생활이나 인생을 알지는 못하지만 경기장에서 본 그들의 열정과 몰입, 광기는 분명이 축구가 그들에게 그 정도, 또는 그 이상의 의미였습니다. 메시의 존재감, 마라도나의 전설 또한 말할 필요가 없겠지요.
열정이라면 잉글랜드 팬들도 어마어마한데, 잉글랜드 팬들은 무너질듯 하면서도 질저와 자제가 있는 열정이라면 아르헨티나 팬들은 무한질주하는 열정이라고 할만큼 자유분방하고 뜨거운 무엇이 있는것 같네요. ^^
경기장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곳곳에 아르헨티나!
아름답게 질주했던 작은새, 펠레보다 더 화려하게 드리블 했던 가린샤의 이름을 딴 경기장 "Estadio Nacional de Brasilia Mane Garrincha(에스타시오 나시오날 지 브라질리아 마네 가린샤. 우리말로하면 브라질리아 마네 가린샤 국립 경기장쯤?)" 천장의 큰 구멍으로 들이치는 햇살이 멋진 그림을 만드네요.
얼핏보면 빨간색이 많아 보이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아르헨티나 팬들이 압도적으로 많습니다. 비행기로 날아오고 버스로 달려온 아르헨티나 팬들!
경기장에 오면서 만나는 모든 아르헨티나 팬들은 이미 메시가 자기들의 꿈을 이루어줄 것이라고 굳게 믿는 듯.
"메시, 메시, 메시"
제 오른쪽에도 열광을 아르헨티나!
제 왼쪽은 아예 열광을 무더기!
이들은 응원을 하는게 아닙니다. 선수와 팬들이 완전체가 돼서 광기어린 90분을 달립니다.
미친듯한 열광과 멈출줄 모르는 샤우팅!!!
...
혹시 이 장면 TV 중계에서 보셨나요?
벨기에전 승리 후에 아르헨티나 선수들이 웃짱 벗고 유니폼을 수건처럼 휘두르면서 팬들과 승리의 셀레브레이션을 하던 모습!
선수들만 그런건 아닙니다. 승리가 확정된 순간 경기장이 무너질듯이 환호하는 아르헨티나 팬들을 찍었는데 (저도 환호하느라 급하게 찍었더니 사진이 많이 흔들렸습니다만) 사진 잘 보면 웃짱 벗고 유니폼 휘두르는 팬들이 꽤 많이 보입니다.
제 기억에 강하게 남아 있는 한 장면!
보카 주니어스가 리그 챔피언 먹었을 때, VIP 박스에서 관전하던 마라도나가 웃짱 까고 난간 밖으로 몸을 내민 채 보카의 유니폼을 휘두드며 환호하던 장면!
이미 은퇴한 아르헨티나 축구의 전설이 난간에 몸을 걸고 웃짱까고 환호한다는 것은 그 팀에 영혼을 바친 사람이 아니라면 할 수 없는 짓이라 생각을 했습니다.
도대체 그들은 어떤 족속이길래 이럴까....
경기장 입장하기 전에 우연히 제 옆을 지나가던 아르헨티나 팬.
이 친구의 모습이 아주 흔하게 보는 남이 축구팬의 패션 중 하나입니다.
더운 날씨, 웃짱은 아예 까고, 유니폼은 수건처럼 허리춤에 걸고 축구장으로 향하는 모습!
...
경기장에 들어가기 전, 수 많은 아르헨티나 팬들을 보자니 평범한 티셔츠 차림으로 그들과 함께 메시를 만난다는 것은 왠지 예의가 아닌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급하게 경기장 앞에서 싸구려 짝퉁을 하나 구입했습니다. (티가 나도 너~무 티가 나는 짝퉁!)
원래 경기장 근처에는 잡상인이 발을 붙일 수가 없고 보안검색도 하지만 자기 가방에 티셔츠 몇 벌 숨겨 들어와서 장사하는 사람들은 꼭 있습니다.^^
짝퉁이지만 아르헨티나 팬 비스무리하게 코스프레는 했지만...
인증샷을 찍고 보니 너무 밋밋하게 느껴지더군요. 짝퉁 느낌도 너무 나고...
짝퉁 옷 입은 짝퉁 아르헨티나 팬은 너무 어색한 느낌!
요따구 인증샷이나 찍을거면 여기까지 온 보람이 없는데... 좀 더 쎈 인증샷은 없을까...
그 때, 나의 영감을 자극하듯이 옆을 지나가는 한 청년!
갑자기 폭풍처럼 떠오르는 마라도나의 웃짱깐 모습!
그래! 이거다!
잠깐 인증샷만 찍고 바로 옷을 입는걸로 끝냈지만, 한 번쯤 해보고 싶었습니다. ^^
좀 더 젊을 때 했으면 더 탄탄한 그림이 나왔을텐데... ㅎㅎ
이럴줄 알았으면 썬텐이라도 좀 할껄... ㅋ~~
브라질까지 왔으니까, 주변에 하도 그런 인간들이 넘쳐나니까, 부끄러움 따위도 좀 덜하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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