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바도르가 어데? 버스만 36시간 탔다!

2014. 7. 4. 07:53월드컵 여행 - 2014 브라질/10.살바도르

상파울루에서 밤 12시 출발하여 리오데자네이로에 아침 6시경 도착. 약 4시간 터미널에서 개긴 후 10시 15분 리오에서 출발하는 살바도르행 25시간짜리 버스 탑승. 그러면 대략 오전 11시~12시 사이에 살바도르 도착해서 숙소 이동 후 몸땡이 좀 정비하고 경기장으로 출발~~ 


비행기 타고 빠르고 쉽게 살바도르에 갈 수도 있었겠지만, 이 놈의 브라질 항공사들은 바가지가 해도해도 너무합니다. 상파울루 및 인근 도시에서 살바도르로 가는 국내선 요금을 4배 이상 올리는 깡패근성을보여주시니...

감당할 수 없이 비싸기도하고, 또 그런 그들의 태도에 밸도 꼬일대로 꼬여버려서 비행기는 과감하게 접고 장거리 벗로 이동하는 방법을 선택한거죠.


이것이 원래 계획이었습니다만... 결과적으로 일이 꼬이면서 리오에서 살바도르까지 30시간이 넘게 걸리는 이상한 상황이 되었고, 저희 일행은 쌩쑈 끝에 겨우 경기장 도착해서 벨기에:미국의 16강 경기를 후반전부터 보게 되었습니다.

후반전부터라도 본 것이 다행이고, 모든 골이 우리가 도착한 후에 터진 것은 더더더 다행이었지요.^^


일단, 출발은 순조로웠으나...

리오 데 자네이로 도착이 1시간 연착되면서부터 슬슬 불길한 기운이 불어오기 시작했습니다.

그때까지만 해도 우리는 살바도르행 대기 시간이 4시간에서 3시간으로 줄어드는 거니까 오히려 잘됐다고 생각하고 있었지요.


살바도르행 버스... 10시 15분 출발인데 10시 40분쯤 돼서야 출발을 하더군요.

시작부터 25분쯤 잡아 먹고 출발을 하다니... 머 그래도... 중간에 좀 밟으면서 만회하겠지라는 순진한 생각을 하면서 버스가 출발을 했습니다.

대략 2시간~2시간 반쯤 되면 휴게소 같은데서 한 번 서고, 점심이나 저녁 식사때가 되면 30분씩 쉬면서 버스는 달렸습니다. 중간중간 타고 내리는 사람들 때문에 다른 도시의 터미널에 들르기도 하면서...

그렇게 오후, 저녁, 밤을 보내고 아침을 맞이하게 되었고 그 사이 운전 기사도 다른 사람으로 바뀌었습니다.


버스로 이동하는 길은 비록 오래 걸리고 체력적으로도 힘들지만 그만의 맛도 있습니다.

비행기로 움직일 때는 볼 수 없는 브라질 시골의 모습, 들판, 원시적 느낌이 남아 있는 풍경과 사람들을 차창밖으로 느낄 수 있고 밤이면 쏟아지는 별을 볼 수도 있으니까요.

창 밖으로 보는 브라질의 풍경... 아름답지요.

상파울루나 리오 같은 대도시의 풍경이 아닌 작은 도시, 시골 마을의 풍경은 훨씬 정겹고 가깝게 느껴집니다.

비슷비슷한 대도시가 아닌 진짜 브라질의 모습, 브라질의 보통 사람들이 사는 모습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런데... 승객 중 누군가가 휴게소에서 쉬던 중 약간 격앙된 소리로 말을 하더군요. (포루투갈말로)

조금있다가 드디어 영어로 누군가 설명을 하고, 그게 우리 일행에게까지 전달되고, 그러면서 갑자기 승객들이 우왕좌왕합니다.


버스 출발 후 계속 조금씩 딜레이가 되면서 약 5시간 정도 연착 될거라는 엄청난 소식!

11시경 도착 예정인데 5시간 연착이면 오후 4시?

경기가 5시에 시작되는데 오후 4시? 이건 좀 아닌데?


하지만 뭐 뾰족한 수가 있나요... 달리 방법이 없으니 그냥 버스가 좀 더 빨리 가기만을 바랄 수 밖에 없는거죠.

그 사이 누군가 나서서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가급적 중간에 서지 말고 최대한 빨리 달리자고 운전기사와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고, 현재 이 버스에 경기를 보기 위해 살바도르로 가는 축구팬이 28명이나 된다면서 사태의 심각성을 이야기 하기도 했습니다.


우리의 심각함과 애타는 심정과 달리... 매너 좋고 점잖은 기사 아저씨는 점심 시간이 되니 30분 다 쓰면서 점심맛나게도 드시고, 운전은 천하태평하시고, 그 와중에 도로공사하는 구간도 나타나 주시고...

그닥 미안해하는 기색도 없고, 그렇다고 조급해 하는 기색도 없고... 우리 속은 타들어가고...

이건 뭐 경기 시작하기 전에 도착하는 것은 도저히 안될 것 같았습니다.


급기야... 동승했던 사람들 중 한 사람이 긴급 제안을 합니다.


"조금 있다가 버스가 산타나라는 곳에 정차한답니다. 포루투갈 친구가 택시를 알아보니 산타나에서 살바도르까지 1시간 정도면 갈 수 있답니다. 가격은 차 한대당 200헤알(10만원쯤)! 여럿이 뭉쳐서 붐빠이해서 택시타고 갑시다!

이 버스는 도대체 언제 도착할건지 모르겠어요."


가만보면 이럴 때 제일 먼저 문제 제기하고 해결책 제시하고 또 주변 사람들에게 전파하고 설득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미국 사람들입니다. 어쩜 그리 이 친구들은 낯도 가리지 않는지 모르겠네요.^^

물론 자기 팀의 경기가 걸려 있으니 우리보다 똥줄이 배는 탔겠지만 말입니다!





한국사람 5인 포함 이 의견에 동의한 사람 14명, 긴급히 의기투합하여 택시 4대에 나눠 탔습니다.

살바도르 버스 터미널에 도착해서 짐 보관소에 짐을 맡긴 후, 다시 그 택시를 타고 경기장까지 달리기로 했습니다.

그러면 가까스로 경기 시작 시간을 맞출 수 있을 것 같았지요.

부랴부랴 산타나라는 낯선 도시에서 내리고, 짐을 찾고, 우왕좌왕 왁자지껄 설왕설래 이심전심~~^^




말하자면 우리나라의 총알택시였습니다. 시속 140km까지 밟으면서, 수 많은 끼어들기를 감행하면서 택시가 시원스럽게 달렸죠. 드디어 잘 되는구나 싶었습니다.

솔직히... 자칫 위험할 수도 있는 질주... 축구가 뭐그리 대단하다고, 월드컵이 뭐그리 대단하다고 그렇게까지 무리해야 하는지 모르겠지만, 당시 저희의 심정은 시속 200km로라도 달렸으면하는 바람이었습니다. ㅠ.ㅠ





그렇게 희망차게 살바도르에 들어왔는데, 이번에는 시내 교통체증이 우리를 가로 막네요...

조금만 가면 되는데 택시는 더디게만 움직이고...

결국, 버스 터미널에 도착하니 5시가 다 되었더군요. 어쨌든 우리는 최대한 서둘러서 경기장에 가기로하고 부지런히 움직이는데...


어라? 아까 우리가 버스와 헤어질 때 그냥 버스에 남아있던 사람이 버스 터미널에서 우리에게 아는체를 하네?

분명히 우리가 중간에 빠져서 총알택시 타고 무쟈게 달려왔는데... 우리가 버스에 남겨 놓고 온 사람들이 왜 같은 시간에 터미널에 우리와 함께 있는거지?


알아본 결과! 우리의 총알 택시 아저씨들이 살바도르 시내를 통과하면서 불필요하게 시간을 많이 썼던 거였지요.

버스 터미널로 가는 빠른 길이 있는데 굳이 시내를 통과해서 오셨던 거였지요...

돈은 돈대로 쓰고, 시간 단축은 하나도 안되고... 경기는 이미 시작되었는데...


그래도 어쨌든 남은 시간만이라도 단축하려고 애써 서둘렀더니 막 후반전 시작하려고 할 때 경기장에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남은 시간 동안이나마 좋은 경기를 볼 수 있었구요.





지구 반대편, 여기는 지금 겨울이지만... 살바도르는 저녁에도 기온이 30도에 육박하는 곳입니다.

미국 사는 친구가 챙겨준 미국 팀 레플리카 입고 벨기에:미국의 16강전을 볼려구 했는데... 그저 정신없이 이리뛰고 저리뛰는 바람에 시커먼 긴팔 옷 입고, 2박 3일간 개기름에 쩔은 얼굴과 머리 꼬라지 하구서, 땀 질질 흘리면서 경기를 봐야 했지만 꼴에 인증샷은 잊지 않는 정신! ㅎㅎ



브라질 정부가 원망스러웠습니다. 왜 이렇게 장거리 대중교통 체계가 미숙한거죠? 당신들... 미숙한게 너무 않은거 아냐?


월드컵 조직위원회가 원망스러웠습니다. 니덜은 지난 8년간 무었을 했니? 딸랑 경기장 지은게 다냐? 니덜 브라질 말고 다른 나라의 손님들에 대한 배려가 도대체 있기는 한거니?


FIFA가 원망스러웠습니다. 이런 문제 이미 보이지 않았던가요? 문제점 뻔히 알았을텐데 왜 이런일이 생겼을까?


그리고...

우리 명보 형아!

조 2위로 16강 올라갔으면 포르투 알레그리로 갔을테고, 이렇게 개고생 안했을겁니다. ㅠ.ㅠ

대표팀의 월드컵은 이미 끝났을지 몰라도... 우리 축구팬들의 월드컵은 아직도 진행중입니다.

선수도, 방송도, 협회 임직원들도 모두 떠난 이곳 브라질에서 몸으로 부딪치고 있습니다.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