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10. 21. 00:22ㆍ사는게 뭐길래/볼거리먹거리놀거리
전주를 몇 번 방문하기는 했지만, 모두 내 볼일만 보고 끝나는 일정들이었습니다.
(축구경기, 경조사 참석 등)
이번에 2013 FA컵 결승전(10월 19일, 전북:포항) 보면서, 아예 1박 2일 가족여행겸 다녀왔습니다
남자는 포항 스틸러스의 서포터가 탄생하던 순간부터 포항 서포터, 여자는 그 남자를 알면서부터 포항 서포터, 그리고 그들의 아들은 엄마 뱃속에서부터 포항 서포터인 가족이랄까... ㅎㅎ
전주는 조용하고 점잖고, 그러면서 나름의 독특함을 가진 도시네요. 비록 큰 강과 호수는 없지만 어릴적 제가 성장한 춘천과 비슷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지방 도시의 조용하고 수수한 매력과 젊고 세련된 맵시를 같이 갖춘 도시 같은 느낌이었어요.
그 유명한 "삼백집"부터
전주의 첫 식사는 비빔밥 아니면 콩나물 국밥? 저희는 허영만의 만화 "식객"에도 소개된 그 유명한 "삼백집", 콩나물 국밥으로 결정! (전주에 삼백집이 여러 곳입니다. 저희가 찾은 곳은 숙소 부근의 고산동점입니다. )
주 메뉴는 콩나물국밥, 그리고 선지국밥도 있습니다. 저희는 콩나물국밥 하나, 선지국밥 하나, 그리고 모주 각 1잔! 아들 녀석은 그냥 엄마 밥상 적당히 나눠 먹었는데, 가게에서 작은 공기밥 하나를 추가로 내주더군요. 식사 주문하면 계란 후라이 하나 따라 나오는데, 아들녀석 것도 서비스! 요럴 때 살짝 후회되죠... 아이에 적게 먹건 어쨌던 1인 1메뉴 시켰어야했나... 원래는 서비스 없이 엄마랑 나눠 먹으려고 했는데, 서비스를 받으면 오히려 죄송해지더라구요.
콩나물국밥도 선지국밥도 당연히 맛있습니다. 물론, 서울에서도 전주식으로 맛있게 잘하는 집이 왜 없을까마는... 전주에서 먹는 전주 음식이 백배는 더 맛있습니다. ^^
전주만의 음주문화, 가맥집
가맥집? 가게 맥주집이래요. ^^
전주가 고향인 지인에게서 소개 받은 곳은 전일슈퍼(전일갑오?)입니다. 그 집으로 가던 길에 제일 먼저 눈에 띈 곳이 영동닭발(영동슈퍼). 안을 슬쩍 들여다 보는데, 가게 주인인듯한 할아버지가 "들어오세요, 이 집 유명한 집이에요!"
제가 요럴땐 또 바로 팔랑귀 휙 돌아서는 스타일인지라... 가던 길 잊고 그냥 이 집으로 들어갔습니다. 이 집도 나름 유명한 곳입니다. 전일슈퍼가 갑오징어와 소스에서 비교우위라면, 영동슈퍼는 닭발튀김이 얼굴마담이라네요. ^^
굉장히 독특한 분위기에요. 밖에서보면 간판도 그렇고 분위기도 그렇고 그냥 동네 슈퍼같은데,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면 넓직한 홀과 테이블들이 있습니다. 그리고, 손님들이 모여 앉아 맥주 한 잔하는 분위기! 나름 술마시고 노는 인생 30년인데.... 이런 분위기 캐치하고 적응하는 데는 1분도 안걸립니다. 문 여는 순간부터, 메뉴도 읽지 않았음에도 이 집은 맛있는 집인거죠. ^^
저희는 황태구이 시켰습니다. 사진에는 못 담았는데 안주 하나 시키면 닭발튀김 작은 접시 하나가 서비스로 제공됩니다. (닭발 10개 정도?) 마눌님은 황태구이에 점수를 줬고, 저는 닭발튀김이 훨씬 좋았고...
보통 경기에 승리하면 맘 맞는 서포터들과 아~주 징하게 한 잔 마실 떄가 많은데, 이렇게 가족과 함께 움직이게 되면 아무래도 자제를 해야하는지라...
음... 많이 아쉬웠습니다. ^^
게다가... 아침부터 저녁까지 뺑뻉이를 뛴 아들 녀석은 이미 삼백집에서 저녁을 먹는 순간부터 눈꺼풀이 슬슬 풀리는 상황인데, 일찍 재워 봐야 밤에 한 번 깰것같고... 엄마 아빠는 맥주 한 잔 하고 싶기도 하고... 아이스크림 하나 먹여서 잠 깨워서 가맥집까지 끌고 갔습니다. ^^
나의 포항 영광 위해!
유명한 집들에는 꼭 있는 벽면 낙서판! 엄마 아빠 맥주 마시는 동안 자기도 뭔가 끄적거려 보는데...
ㅎㅎㅎ 좀 확대해 보면... (함 찾아 보세요.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 아무래도 아들 너무 잘 키운거 같아! ㅎㅎㅎㅎㅎㅎㅎㅎ "나의 포항 영광위해!")
아침은 차에서 김밥으로 때우면서 나름 일찍 전주로 향했는데, 가는 길이 워낙 막혀서 겨우겨우 경기 시간에 맞춰서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점심 건너 뛴 채, 전후반 90분에 연장전, 그리고 승부차기랑 우승 뒷풀이까지 치렀으니 어마어마한 에너지를 하룻동안 쏟은 셈이죠.
국밥으로 저녁 먹고, 바로 가맥집으로 향해서 맥주랑 안주 먹고, 숙소 도착해서 다시 편의점 안주랑 맥주 추가해서 깔끔하게... 빵빵하게 배를 채웠습니다.
마침 숙소가 전주 중심가에 있었습니다. 전주의 밤거리도 상당히 인상적이었습니다.
취객들이나 호객꾼으로 넘쳐나는 흥청망청 마시고 노는 거리 보다는, 낮의 모습이 다시 밥으로 옮겨 놓은 것처럼 보였습니다. 젊고 활기차고... 물론, 약간은 취한 모습도 있구요. ^^
[참고] 저희가 묵은 숙소 = 베니키아(Benikea) 전주한성 호텔
중심가에 있고 사람들 왕래가 많은 곳이라서 자동차로 진입할 때 조금 애를 먹었고, 잠잘 때 늦게까지 바깥 소음이 좀 있었지만... 시내 중심부라서 놀고 먹고 마시고 쇼핑하기에 굉장히 좋고, 한옥마을이랑 풍년제과, 삼백집, 유명 가맥집들이 모두 도보로 이동 가능한 거리에 있습니다.
3성급 관광호텔 정도로 보시면 됩니다. 가격도 비교적 저렴하고, 적당한 수준의 아침 식사도 제공됩니다. 싼 비지떡 아니고, 바가지값 포함된 비싼 호텔 아니고, 거시기한 모텔 아닙니다. 저희는 상당히 만족스러웠습니다.
전동성당
경기 다음날(20일), 아침 식사 후 간단히 주변 둘러보기! 제일 먼저 만난 곳, 전동성당!
성당 본관과 사제관이 문화재로 지정된 곳이라고 하네요. 우리나라 천주교의 첫 순교자가 이곳 전동성당의 사제였다던가? 그리고, 영화에도 나왔다고... 아담하고 정갈한 중세풍의 서양식 건물. "성당"하면 딱 떠오르는 그런 단아한 모습입니다. (우리 아들녀석, 나름 유아 세례 받은 놈입니다. 엄마 아빠는 천주교신자가 아니지만... 할머니 할아버지가 워낙 독실한 분이신지라.. ^^)
전동성당 바로 옆으로 한옥마을이 이어집니다. 엄마와 함께 걸어가는 아들녀석을 보니... 이 녀석 갑자기 훌쩍 커 보이네요!
장난삼아 "이제 아빠 어깨 넘었네!"라고 말하곤 했지만, 엄마와 함께 걸어가는 뒷모습을 보니 훨씬 더 자란 느낌이 들더라구요. 뭐... 행동은 그냥 유치한 초딩이지만 말입니다. ^^
여전히 엄마나 아빠랑 붙어서 자는 것 좋아하고, 낯가림 심하고, 한옥마을 보다는 한옥마을 가는 길에 본 소방서와 소방차에 마음이 꽃혀서 내내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엄마 졸라서 음료수 하나 사먹으면 마냥 행복하고 ^^
뭐... 하여간...
어쨌든...
김태수의 승부차기 마지막 킥이 골 라인을 넘어가고, 모든 서포터가 환희의 소리를 지를 때, 뭔지 모르지만 자기도 그 사람들 속의 일원이라는 것을 직감적으로 감지하고 함께 소리를 질렀다는 점!
(여러번 함께 경기장에 갔지만... 포항의 승리나 우승을 함께 기뻐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던 것 같습니다.^^ 이전까지는... 그냥 아빠따라 간 곳 ^^)
풍년제과 - 원조 초코파이집
전주 투어의 마지막은 "풍년제과" 전주 한옥마을에도 분점이 있는데... 길이 어찌나 길던지 ^^
저희는 마침 한옥마을 가는 길에 풍년제과 본점을 지났던 터라 돌아오는 길에 풍년제과에 들렀습니다. 여기도 줄을 선 사람들이 있긴 했지만 한옥마을점 보다는 덜 분비더라구요.
남들 다 사간다는 풍년제과 쵸코파이 두 박스 득템 ^^ (한 상자에 10개, 1만 6천원)
전주에 가면.... 오리온 쵸코파이보다 훨씬 맛있는 쵸코파이가 있습니다.
....
1박 2일의 짧은 일정이었지만...
축구 보고, 게다가 승리하고 챔피언 먹는 경기를 보고, 먹고, 마시고, 지역 투어에 특산품까지 총 망라된!
짧으면서도 나름 버라이어티한 1박 2일이었습니다.^^
꼭 다시 한 번 가보고 싶은 도시입니다.
멋진 축구장이 있고, 축구 때문에 더욱 더 가보고 싶은 도시이기도 하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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