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4. 19. 10:37ㆍ사는게 뭐길래/볼거리먹거리놀거리
배를 엮다
미우라 시온 지음 / 권남희 옮김
...
15년간 단 하나의 목표를 위해 매진한 적이 있나요?
그것도, 돈이나 성공 때문이 아니라, 그냥 꾸역꾸역해야하는 일이기 때문이 아니라...
무한한 열정과 책임, 사명감, 순수한 몰입으로 나의 온 정성을 쏟아서 해 본 일이 있었던가?
매우 긴 시간이지만, 한 발 한 발 멈추지 않고 꾸준히 전진해서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일의 기쁨을 느껴본 적이 있었던가?
매일 출근해서 일을하고, 또 하루를 마감하고, 또 다시 반복되는 생활... 과연 이런 우리의 일상은 하나의 궁극적인 가치, 절대적인 목표를 향해서 한 발 한 발 전진하는 과정이었는지?
저를 포함해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렇지 않을 것입니다.
15년의 긴 시간이 주어지지도 않고, 그 긴 시간동안 정성과 열정을 쏟을 수 있는 순수 목표를 가지기도 힘들죠.
늘 우리에게는 뭔가가 주어지고, 또 뭔가 할만한 것을 찾아내지만... 대개의 그러한 일들은 업무적으로 완수해야할 일들이지 내가 추구하는, 또는 그 일이 추구하는 궁극의 가치를 위해서 하는 일은 아니니까요.
"배를 엮다"는 사전을 만드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소설입니다.
사전이라는 것은 매우 정밀한 고찰과 꼼꼼함, 완벽함이 필요하겠지요.
많은 사람의 힘이 필요하기도 하지만, 그 많은 사람의 힘으로 만들어진 개개의 결과들은 매우 정밀하게 짜맞추어져야 하고, 질서정연하고 통일된 모습으로 간추려져야하며, 하나 하나가 모인 전체는 빈틈없이 조화로워야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사전을 만드는 일은 그 만큼 긴 시간과 세세한 정성이 들어가는 작업일 수 밖에 없습니다.
또 그렇기 때문에 어지간한 끈기와 꼼꼼함, 언어와 지식과 활자에 대한 애착과 감각과 사명감이 없는 사람이라면 해내기 힘든 일이겠지요.
"배를 엮다"는 이런 사람들의 이야기입니다.
뒷통수를 뻑 때리는 반전이 있는 것도 아니고, 우리가 상상도 못했던 판타지가 있는 것도 아닙니다.
사전을 만드는 과정, 그리고 그 지난한 과정을 묵묵히 뚫고 나가면서 끝내는 하나의 사전을 완성해 내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담하게 펼쳐집니다.
어찌보면 매우 독특한 주제, 별로 많은 사람이 관심을 가질 것 같지 않은 주제지요. 흥미롭지 않은 주제구요.
하지만, 저는 책을 읽는 동안 사전을 만드는 사람들의 노력과 열정에 깊이 동화될 수 있었습니다.
주제는 생소하지만, 궁극의 가치와 목표, 신념을 향해 매진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누구나 공감할 수 있을겁니다.
궁극의 목표와 가치, 여기에 본인의 가치관과 기호가 맞아 떨어져 동기가 유발되고, 그리고 그것을 해 내야만 한다는 사명감까지 느껴지는 일. 나는 지금 그러한 일을 하고 있는지 먼저 묻게 됩니다.
아니면, 내가 하는 일에서 그러한 가치를 스스로 발견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뒤돌아보게 되네요.
인생을 살면서 한 번쯤은, 그리고 하나쯤은...
긴 시간 동안 나의 끈기와 열정과 호기심과 사명감을 바칠 수 있는 일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그러한 일을 끝내는 해 내는 기쁨과 성취감도 누려보고 싶네요.
분명히 그러한 일이 하나 있을겁니다.
찾으면 보이겠지요.
어쩌면 지금 그런 일을 하고 있는지도 모르구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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