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11. 27. 16:07ㆍ축구가 뭐길래/Steelers & Reds
반복되는 우승 문턱의 좌절 앞에서 단련이 될법도 한데, 이것 만큼은 정말 단련이 안됩니다.
물론 '달관'까지는 아니더라도 예전처럼 집착하는 정도까지는 아니죠.
아마도 내년이건 후건이건 이와 비슷한 기회는 또 한 번 찾아오고, 아니면 그 후에라도 기회는 올테고
우리는 다시 챔피언에 도전할테니까요.
우승도 정말 힘들지만, 언제나 우승의 희망과 가능성을 놓지 않을만큼의 정상권 전력을 유지한다는 것도 엄청 힘들다는 것을 아니까요. 박지성 같은 선수가 없어도, 이동국이 끝내 다른 팀에서 뛰어도, 김재성과 김형일이 군대에 가도... 어떤 상황에서도 우승을 바라볼 수 있는 팀으로 살아남기란 얼마나 어려운일인지...
그냥 '포항 스틸러스'라는 이름 값과 자부심만큼은 잃지 않는다는 그 사실만으로도 참 힘들지요.
이 문제 만큼은 어떤 상황도 핑계를 허용하지 않으니까요.
한 달의 시간 동안 참고 기다리며 자신을 연마했건만, 단 하나의 시합으로 끝이 난다는 것은 얼마나 잔인한 일인지...
바로 어제까지 초 긴장과 기대, 희망이 범벅된 칼날 같은 나날들이었을텐데, 하나의 시합으로 그 모든 것이 '실패'로 돌아간다는 사실은 정말 허무하지요.
챔피언의 기회가 날아가 버렸고, 여기에 왠 날벼락인지 ACL 직행 티켓까지 함께 날아가 버리다니...
6강 플레이 오프는 2위 팀에게 얼마나 잔인한 것인지요?
1위 팀은 홈 & 어웨이의 두 경기가 주어지지만, 2위 팀은 단 한 경기로 모든 것이 결정되니까요.
아래에서 올라온 팀은 몇 경기를 치르기 때문에 지더라도 후회 없는 홀가분함이 있겠지만...
2위 팀은 단 한경기로 지난 한 달 동안의 모든 노력이 물거품이 되는군요.
그렇다고 울산의 승리를 폄하할 생각은 없습니다.
그들의 노력과 정신이 얼마나 대단했을 지 너무나도 눈에 보이니까요.
우리가 그들의 희생양이 된 것이 안타깝고 우리의 패배를 통해 그들의 영웅이 탄생하는 것이 약오르지요.
게다가... 울산과의 챔피언쉽 다툼에서는 왜 유독 이런 일들이 반복되는지...
우리가 전북과 붙는다면 울산보다 훨씬 재밌고 박진감 넘치는 챔피언쉽 결승 경기를 펼쳤을텐데...
토너먼트를 치르면서 많은 것을 잃은 울산을 상대하는 전북은 참 좋겠다... 이 사실은 또 얼마나 배가 아픈지....
하지만, 어쨌든 즐겁고 행복한 시즌이었습니다.
용감하게, 또한 명예롭게 최선을 다했던... 충분히 자부심을 느낄 수 있는 한 해였습니다.
검빨 유니폼의 가치와 명예를 위해 최선을 다하는 선수들이 있는 한, 우리 포항 팬들에게 기다림과 인내는 아주 익숙한 단어니까요.
이제 다시 한 시즌을 기다려야겠습니다.
다음 시즌은 올해보다 더 험난한 시즌이 될 수도 있을테고, 올해보다 더 높이 날 수 있는 시즌이 될 수도 있을테지요.
내년 시즌이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포항은 여전히 포항 다울거라는 점!
이거 하나는 변함이 없을 것임을 모두가 굳게 믿는 다는 것!
한 시즌을 마치고, 다른 한 시즌을 기다리는 포항의 팬에게는... 이거 하나면 충분합니다!
그럼에도... 어쩔 수 없이...
당분간은 심하게 약이 오르고 배가 아플 것이라는... T.T
짜파게티 끓여 먹어도 끝내 꿀꿀한... 오늘은 그런 일요일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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