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모자 씌우기 (지붕공사^^)

2011. 8. 1. 23:47사는게 뭐길래/집짓기 & DIY

숙달된 빌더들이 목조 주택을 짓는 과정을 지켜보면, 마치 수준급의 레고 블록 놀이를 하는 것과 비슷합니다.
한 쪽에서 재단사가 치수에 맞게 나무를 자르고, 그것을 바탕으로 기본 부품을 만들고, 그리고 조립!
조립하는 쪽에서 작업을 리드하고 여기에 맞게 재단사가 부품을 공급합니다.
그러니, 일단 재단사의 솜씨가 삐끗하면 뒤로 가면서 어긋날 수밖에 없고, 그걸 보정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겠지요. (소프트웨어 만드는 과정도 이와 다르지 않죠?)

재단에서 부품 만들고 조립하는 전과정에서 목수들 사이에 호흡이 안맞거나
누구 한 사람의 솜씨가 모자라면 그만큼 버벅거리면서 진행될 수 밖에 없겠지요.
조립하는 쪽에서 정확하게 조립하지 못한다거나 재단사에게 정확하게 재단을 요청하지 못해도 곤란할테지요.
더구나, 조립은 맨 마지막 완성단계이기 때문에 깔끔하고 정교하게 마무리하지 않으면 대번에 티가 날테고...

암튼... 소프트웨어 만드는 거나 집 짓는 거나...
Back-end랑 Front-end랑 둘 다 잘 되어야 좋은 제품이 만들어지는 것은 만고의 진리!!!



목공 재단사는 Back-end 개발자 답게... 이렇게 Batch로 작업을 합니다. ^^
지붕을 만드는데 필요한 서까래들을 필요한 갯수만큼 쫘~악 만들어서 준비해 둡니다.
재단만 한 것이 아니라, 사진을 보면 서까래 옆에 각목 같은 것이 붙어 있는게 보이죠?
나중에 합판 붙이고 단열재 넣기 위한 부목을 미리 붙여둔 거라네요.



일단 상량을 한 다음에는 미리 재단된 서까래 부품을 착착 조립해 나가면 하루도 안걸려서 지붕 서까래 완성!
물론 아무나 이렇게 쉽게 되는 것은 아니겠죠?
정확한 모델링, 정확한 재단에 정확한 조립이 이루어지니까 이렇게 깔끔하게 한나절 작업으로 마무리가 되는거겠죠?
(음... 과연 우리는 소프트웨어를 이렇게 만드는지... ㅎㅎ 빌더들은 통합 테스트 없이도 그냥 통합 되네요 ㅋㅋ)



집 안에서 바라본 지붕보와 서까래 모습입니다.
사진의 지붕보 부분을 자세히 보면... 상량할 때 저희 가족이랑 목수님들이 한 줄씩 흔적 남긴게 어렴풋이 보이죠?
집을 다 지은 후에도 이 부분은 그대로 보이게 둘 예정입니다. ^^


 


서까래가 올라간 후에는 서까래를 가로지르는 장선을 넣고 합판을 붙입니다.
이 작업... 결코 만만한 작업 아니죠?
지상 5미터가 넘는 지붕에서 아슬아슬하게 나무를 대고, 못을 치고... 그것도 치수 맞춰 가면서...
헬멧을 쓰고, 로우프를 감고 작업하면 좋겠지만...
솔직히 작은 집 짓는 더운 작업 현장에서 이것 저것 다 지키기는 힘든 상황이니
목수님들이 이렇게 위험을 감수하면서 작업을 진행하게 되네요.
안전불감증이 아니라, 위험하지만 최대한 조심해서 하는 수 밖에 ...

지붕에 합판을 붙인 후에는 이 위에 방수처리를 해야 하는데...
하루에도 몇 번씩 스콜성 소나기를 때려 붓는 요즘 날씨.
게다가 날씨 변덕까지 심한 시골 산골...
방수 시트 작업을 다 마치기 전까지는 이렇게 중간중간 우비를 씌웠다 벗겼다 해야 하는 상황이랍니다.
일단 지붕 방수처리까지만 되면 나머지 작업들은 날씨의 영향을 덜 받기 때문에 작업 진행도 훨씬 수월하겠지요.
그래서... 장마전에 지붕 공사까지 해 놓으려고 다들 애를 썼겄만..
야속하게도 올해는 장마가 일찍 왔고, 게다가 길게 늘어지는 바람에 작업에 많은 애를 먹었습니다.



날씨가 우중충... 비가 내린 후에는 지붕도 미끄럽기 때문에 외부 마감은 잠시 미루고 내부 작업을 진행!
지붕 안쪽, 그러니까 지붕을 덮은 합판 아래에 뭔가를 붙이고 있습니다.
(일회용 도시락 재질 같은건데 이름은 까먹었다는 ^^.... 입에서 뱅뱅 도는데... 생각 안나네!)
지붕 아래쪽에 공기 흐름이 원활해야 습기가 차지 않고 집이 건강하다고 합니다.
그리고, 1차적인 단열 효과도 있고요.
손으로 일일이 붙여야하는 작업이라서 일반적으로 많이 생략하는 경향이 있는데
목수님들 경험상, 이런 장치를 했을 때와 안했을 때의 차이는 분명히 체감한다고 합니다.
이제 여기에 지붕 단열을 위한 단열재를 넣고, 최종적으로 내부 마감을 하면 됩니다.


비가 그치고, 지붕도 미끄럽지 않게 되면 외부 마감 작업을 합니다.
기와로 마감하기도하고, 슬레이트나 함석, 너와, 칼라 강판 등등 여러 가지가 있을텐데
저희는 요즘 보편적으로 많이 사용하는 아스팔트 슁글로 마감을 했습니다.
하루만에 작업 다 끝내면 회식 한 판 하기로하고...
아침부터 냅따 달려서... 하루만에 외부마감 완성!


지붕 청소도하고, 물병이랑 작업도구 챙기고...
보~오람찬, 하-루일을, 끝~마~치이~고오~서~~~

퇴근 모드 ^^
(빌더와 빗자루... 살짝 가오가 빠지네...^^ ㅎㅎ)



저희는 공사하는 옆에서...
현장 감독님이 들깨 모종을 좀 구해 놓으셨기에 어설픈 농사 흉내 한 번 내봤습니다.
한 평 정도나 될까요?
그 조그만 땅에 삽질 좀 했다고 손에 물집 잡히고... 땀에 범벅돼서 헥헥거리고...
어쨌든 저렇게 무성의하게 심어 놓은 놈들 중에서 자랄 놈들은 자랄테고 쓰러질 놈은 쓰러질테지만
나중에 고기 구워 먹을 때 깻잎 정도는 제공해 주겠지요. ^^



전체적으로 요런 모습 되겠습니다!
모자를 제대로 쓰니까 제법 모양이 그럴싸합니다!
이제 비가 와도 걱정 뚝!



재단사 엉아의 티셔츠에 현장 감독님이 남긴 앙증맞은 격려의 낙서!

오빠들 힘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