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일본, 스타일을 서로 바꾼듯

2010. 10. 13. 13:10축구가 뭐길래/Steelers & Reds

한국팀과 한국팀, 아니면 일본팀과 일본팀이 경기를 한 것 같은 느낌이 들지 않나요?
원래 한국은 빨리 뛰고 많이 뛰고 길게 차는 스타일,
일본은 작게 허물면서 효율성을 추구하는 스타일이었습니다.

그런데... 최근들어 서로에게 변화가 생겼습니다.
일본팀은 지난 남아공 월드컵때부터 예전보다 선이 굵은 축구를 구사하기 시작했고
우리는 조광래 감독 부임 후 꼬꼬마 땅볼축구를 많이 구사합니다.
그러다보니 양팀이 서로 아주 비슷한 스타일을 축구를 하게 되었네요.
양팀의 주 공격수인 박주영과 엔도를 비교해도 그렇습니다.
예전 같았으면 엔도가 한국형 공격수에 가깝고 박주영은 일본팀에 잘 어울릴 것 같습니다.

좋게 말하면 한국 축구가 스타일을 바꾸면서 진화하는 것이고
나쁘게 말하면 예전의 힘이 넘치는 모습을 조금 잃어버리지 않았는가...

...

이제 아시안컵까지는 다른 평가전이 없습니다.
따라서 조광래 감독 입장에서는 이번 한일전을 끝으로 뭔가 선택을 해야겠지요.
아시안컵을 거치면서 자신이 추구하는 꼬꼬마 땅볼 스타일을 좀 더 완성시키는 길을 갈 것인가
아니면, 현재까지의 꼬꼬마 땅볼 축구에서 채우지 못한 부분을 보완하는 선에서 아시안컵에 나설 것인가.

조광래 감독... 고집있지요. ^^
국대 감독 자리에 연연할 스타일 아니지요. ^^
아마도... 아시안컵을 통해서 자신이 추구하는 스타일을 완성해보려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국가대표팀 감독은 코치 보다는 매니저에 가깝습니다.
훈련과 지도 보다는 선수들의 조합을 통해 팀 스타일을 만드는 자리지요.
조광래 감독은 '훈련과 지도' 스타일의 감독입니다.
반면에 전임 허정무 감독은 매니저 스타일에 가깝다고 보여지고요.

그렇다면... '훈련과 지도' 스타일의 조광래 감독이 자신이 생각하는 축구를 보여주기 위해서는
아시안컵에서도 타협이나 절충 보다는 자기 스타일로 더 나아가 보는 것이 맞겠지요.
아시안컵을 통해서 발전과 희망을 보여주면 조광래식 국가대표팀에 궤도에 오르는 것이고
그 이후로 더욱 안정화 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겠지요.
물론... 훈련의 시간은 부족하게 주어지는 상황에서
'우승'이라는 목표를 이루면서 팀 빌딩까지 함께 해야한다는 부담이 있긴 하지만
국가대표팀 감독이라는 자리가 그런 것이니까요.
그리고, 대한민국의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이라면 그 정도의 능력과 부담은 감당해 낼 수 있어야하고
조광래 감독 또한 그 정도의 용량이 되기 때문에 감독으로 선임된 것이니까요.

자칫 '모 아니면 도'로 흘러가지 않나 싶어서 걱정도 되지만
반면에 제대로 된다면 새로운 스타일의 파워풀한 대표팀이 만들어질 수도 있겠지요.

....

이번 한일전의 최대 화두는 박지성의 공백입니다.
분명히 박지성의 공백은 컸습니다.
그러나, 단순히 박지성의 공백 때문에 우리팀의 파워가 나오지 않았다고만 진단하면 곤란하지요.
박지성의 공백은 언제라도 발생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박지성의 역할을 해 줄 선수가 없다면 다른 조합을 만들어 내던가 전술적인 변화를 주던가...
무엇이든 준비가 되어 있어야합니다.

현재 대표팀은 박지성 의존도가 너무 높습니다.
선수들마저도 박지성 없이 경기를 헤쳐 나가는 것에 익숙하지 않을 정도지요.
이런면에서... 조광래호 출범 후 줄곧 박지성 중심의 전술 운영만 했던 점이 아쉽습니다.
상상하기 싫지만, 박지성 없는 대표팀도 현실적인 고민이 필요할 듯 하네요.
"박지성의 공백이 컸다!"라면서 박지성의 중요성만 강조할 것이 아니라, 대안을 마련해야지요.
조광래호의 당면 과제입니다.

...

일단 초점은 아시안컵입니다.
내용은 안되더라도 성적은 나오게 할 것인가,
성적은 물음표로 남기고 내용으로 밀고 나갈 것인가...

조광래의 선택은?
아마도....

도저~~~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