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포항이 우승한 건 아니잖아?

거의 포항이 우승의 8부 능선을 넘었다고 보는 분위기다.
물론, 1차전에서 2점차 승리는 쉽게 넘을 수 없는 벽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넘지 못할 스코어도 아니다.

개인적으로... 포항의 우승 확률을 굳이 말하자면 60%?
즉, 반은 넘으며 성남보다 유리한 고지에 섰다는 점 정도가 냉정한 판단이 아닐까 생각한다.

가장 큰 이유는 상대가 성남이라는 점이다.
(상대전적 따위는 무시하자. 이제 남은 것은 단판 총력전이다.)

성남은 이번 시즌 대부분의 승리에서 2골 이상을 기록했다.
물론 그 와중에 1실점을 한 경기 또한 많기도 하고, 모따라는 핵심 선수가 이탈해 있긴 하지만
워낙 스쿼드가 좋기 때문에 2점 정도의 득점은 올릴 수 있는 팀이다.
문제는 실점인데... 경기 내용에 따라서, 약간의 운이나 당일 상황에 따라서
무실점으로 막는 경기는 얼마든지 가능하다.

김학범 감독은 1차전 1대3 패배 후에 간단 명료하게 말했다.
"손대호를 빼고 한동원을 투입한 승부수가 패착이 됐고, 선수들도 오버했다"

90분 경기를 막 끝낸 감독 중에 이렇게 간단 명료하게 그날 경기의 패인을 요약할 수 있는 감독이다.
그만큼 냉정하고, 자신의 의도에 의해 적극적으로 경기를 풀어 나가며,
결코 감정적으로 흔들리지 않는 강인함이 엿보인다.
그러니까, 김학범의 승부수가 통하지 않은 것은 결과일 뿐이라는 이야기다.
결코 포항에게 유린당하거나 우왕좌왕 하거나 하지는 않았다는 이야기다.

그리고... 또 김학범은 2차전에 대해서 이렇게 이야기 한다.
"3골 넣는 것을 말할 때가 아니다. 우선은 2골을 넣는 것이 필요하다."

이 말을 곱씹어 보면, 결코 2점차를 뒤집기 위한 무리수나 변칙을 쓰지는 않을 것이며,
그 만큼 그 자신은 물론 성남의 선수들에 대한 믿음과 자신감이 있다는 말이다.
정면승부로, 평소 경기처럼 맞설 것이며, 그 결과를 기다리겠다는 담담한 자신감!

결국, 뚜껑을 열어 봐야 아는 것이고, 현재 상태에서  포항이 더 유리한 입장이라는 것 외에는
아무 것도 없다.
....

몇 가지 변수들을 짚어보자.

지금 상황에서 1주일간의 휴식은 포항에게 플러스 요인이 없다.

포항이 체력을 보충할 시간을 벌었다고 하지만, 1주일만에 그 체력이 얼마나 보충된다고 보는지...
더구나, 단판 총력전에서는 체력이 우선이 아니다.
포항 입장에서는 차라리 이틀을 쉬고 수요일에 맞바로 붙어 버리는 것이
체력적 열세에도 불구하고 상승세와 팀 분위기를 그대로 이어갈 수 있었을 것이다.
(이긴 놈 보다 진 놈이 더 피곤하고 짜증난다....)
오히려 성남 입장에서 1주일간의 회복기를 가진다는 점이 더 유리하게 작용할 것 같다.

김두현은 제2의 신태용?

1995년 챔피언 결정전 2차전, 포항은 전반을 2대0으로 마치고도 결국에는 신태용의 맹 활약 속에
3대3 동점으로 끝내고 말았다. 더구나, 그날 신태용은 후반에 부상을 당한 몸으로 등장해서 말이다.

아쉽지만 성남에게 지금은 신태용 같은 선수는 없다.
당시 박종환 감독은 전반전을 끌려 가면서도 후반에 신태용을 통한 대 반전의 기회는 남겨뒀으며
지금은 말도 안되는 시즌 중 선수 영입을 통해 (그것도 챔피언 결정전 직전에)
'란코비치'라는 선수까지 갖추고 있었다.
그리고, 포항은 전혀 경험하지 못한 란코비치에게 호되게 당했으며...
당시 부상 중이던 홍명보는 란코비치를 마크하는 과정에서 페널티킥을 허용하고 만다.

그러나, 란코비치가 1회성 단타였다면... 당시 현장에서 경기를 지켜본 신태용은 승리의 화신이었다.
그의 등장과 함께 성남의 경기가 활기를 띄었으며, 선수들 또한 2대0의 스코어는 아무것도 아니라든 듯이
자신감 넘치는 플레이를 펼쳤으며, 신태용 또한 그런 동료들의 믿음에 멋지게 화답을 했다.

과연... 지금 성남에 그런 선수가 있는가?
그냥 공을 잘 차는 핵심 선수가 아니라, 감독과 선수들에게서 절대적인 믿음을 받으며
그 자신 또한 부상 속에서도 빛날 수 있는 충성스런 선수가 있는가 말이다.
성남뿐만 아니라 지금의 K- 리그에서 그런 선수가 과연 누가 있을까....
이제는 예전 같이 레젠드를 가진 팀은 더 이상 없는 것일까...

결국 승부처는 기본적인 경기력이다.

포항은 또 한 번 파리아스 매직을 기대해야 할까?
성남은 신태용을 재림을 기대해야 할까?
그건 어디까지나 상상과 간절한 기도일뿐이다.

챔프 2차전은 결국 양 팀의 기본적인 경기력 싸움이다.
챔프 1차전을 이긴 팀이 대부분 우승을 한 이유는, 결국 2차전은 기본적인 경기력 싸움이며
양팀의 기본적인 경기력이 대등한 상황에서 그것을 뛰어 넘기가 그만큼 힘들다는 말이다.

1주일 뒤에 펼쳐지는 경기는 또 하나의 새로운 경기다.
포항이 성남과 대등한 경기를 펼친다면 우승을 차지할 것이요,
여전히 전력상 우위에 있다고 평가받는 성남에게 약간의 운이 작용한다면
경기는 원점으로, 다시 연장으로, 승부차기로 이어지게 될 것이다.

그럼에도, 포항이 유리하긴 하지...

우선은 내가 포항 팬이기 때문에 그렇고... ^^

무엇보다도 포항은 전 선수가 고르게 활약한다는 점이다.
파리아스 매직처럼 고비마다 득점을 넣어주는 일은 다시 일어나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포항에는 타 팀처럼 득점 선두를 노릴만큼 독보적인 스트라이커도 없다.

하지만... 1차전에서 2점을 앞서간 입장에서 득점력 빈곤이나 스트라이커 부재 따위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더 이상 파리아스의 매직이 통하지 않아도 상관없다.
최전방에 비중 50%짜리 확실한 스트라이커가 없다는 것이, 이번 2차전에서는 포항의 아킬레스 건이
되지는 않는다는 말이다.
그것을 빼고 나면... 수비와 미드필드에서는 포항이 성남과 대등한 경기력을 펼칠 수 있으며
오히려 득점력 빈곤 때문에 머리가 더 터지는 쪽은 성남이다.
모따가 빠진 이상, 좌우 윙 포워드나 중앙 미드필더들이 한 건을 올려줘야 하는 간절한 입장이다.

포항에게 위안이 되는 또 하나는 성남의 홈 분위기다.
K-리그 최강, 최다 우승의 영광스런 팀이면서도 유난히 홈 파워가 약하다.
오히려 과거 포항의 전국구 서포터스들이 집결할 수 있는 좋은 장소가 되어 버렸다.
자기들이 늘 사용하던 구장이라는 것 외에 홈의 잇점은 그다지 보이지 않는다.

김학범이냐 파리아스냐

2차전 최대의 관심거리.... ^^

종합해 보면... 결국 누가 더 냉정하게 자신의 팀 플레이를 유지하는가가 관건이다.
지금까지 뛰어난 지도력과 승부감각을 보여준 두 감독이지만
맨 마지막 가장 큰 경기에서 어떤 모습을 보일 지 모르겠다.

김학범 감독은 큰 경기와 우승 경험에서는 앞서지만 쫒아가야 하는 입장이기에
평소와 같이 담대하기가 힘들 것이고,
파리아스 감독은 첫 챔피언 도전이라는 거사 앞에서 평소처럼 흔들리지 않는 모습을 보일지가 관건이다.

분명히 경기를 하는 동안 양팀 감독은 승부를 가를 카드를 써야 할텐데
둘 중 누가 더 냉철하고 객관적인 카드를 내려 놓을지는 예측하기가 쉽지 않다.

지금까지는 둘 다 변칙이나 꽁수를 쓰지 않았다.
전반전에 0대0이거나 0대1로 지는 상황이라면 김학범 감독이 먼저 카드를 빼 들어야 하는 입장이고
파리아스로서는 0대1로 뒤지는 상황에서도 최대한 늦게 카드를 빼 들어야 한다.
하지만... 과연 누가 먼저 빼 들 것인가?

둘 다 빈틈없은 전략을 구사하고 경기 집중력이 높으며 경기중 수 읽기도 만만찮다.
결과는 자명하다.
먼저 카드를 빼든 쪽이 위험 부담을 감수할 수 밖에 없다.
두번째 카드는 별로 소용이 없다.
양팀 특성상 첫번째 카드가 먹히지 않으면 상대가 바로 먹어 버릴 것이기 때문이다.

결국... 김학범 감독에게 더 부담이 가는 것은 분명한 듯 하다.
0대0, 1대0, 0대1, 1대1, 2대1... 카드는 한 장인데, 김학범 감독에게는 경우의 수가 너무 많다.

반면에 파리아스... 0대1, 2대1 정도?
물론 그 또한 승부사 기질이 있기에 다른 경우에도 충분히 카드를 빼들 가능성이 크지만
그 부담은 김학범 감독에 비해 훨씬 덜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여기서... 과연, 파리아스의 진면목을 볼 수 있을까?

끌려가지 않는 상황에서 먼저 카드를 빼어 든다면, 우리는 파리아스의 똥배짱과 승부사적 기질에
혀를 내 두르게 될 것 같다.
그리고, 포항으로서는 그게 답이기도 하다.
지금까지 원래 그렇게 해 왔는데... 마지막 우승의 꿈에 부풀어 한 발 물러서는 전략을 택한다면
포항 팬들에게도 실망스럽거니와 성남의 난타를 견뎌내기 어려울 것이기 때문이다.
성남에게... 맞받아 치기에서 밀리거나 뒤로 물러서는 것은 자살행위!

답은 뻔한 것 같지만... 맨 마지막 우승을 결정짓는 단판 승부이기 때문에
파리아스 감독이 자칫 굳히기의 유혹에 빠져서 잘못된 카드를 뽑지나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다.

한 번 지켜보자.
파리아스가 정말 대단한 물건이라면, 그는 정면 승부를 걸 것이고, 그 승부수가 맞아 들어갈 것이다.
K-리그의 우승을 만드는 감독이라면 그 정도는 해 줘야 하지 않겠는가!!!
그리고, K-리그의 우승팀이 되려면 그 정도의 담백한 승리는 할 줄 알아야 하지 않겠는가 말이다.

내가 사랑하는 포항이 거저 우승을 먹어 버리는 것은 나 자신에게도 명예롭지 못할 것 같다.
맞서 싸워서 눌러 이겼을 때라야만 진정한 챔피언이다!

우리는 우승보다도... 명예와 자부심으로 사는 포항이거든!
우리는 꼭 그렇게 우승을 해야겠거든...

그리고... 그렇게 이길 것 같거든.... 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