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 희망의 인문학 (얼 쇼리스 저 / 고병헌, 이병곤, 임정아 공역)
2007. 6. 26. 18:22ㆍ사는게 뭐길래/볼거리먹거리놀거리
언젠가 TV에서 책을 소개하는 프로그램을 통해 알게된 책입니다.
TV로 볼 때는 그냥 스치듯이 언뜻... 그냥 좀 인상깊은 책이라는 느낌만을 받았던 책입니다.
(원제: Riches for the Poor - The Clemente Course in Humanities, by Earl Shorris)
저자는 미국 사회의 빈곤계층과 소외계층의 사람들이 그들이 처한 불평등과 사회적인 한계의 장벽을 인문학 교육을 통해 극복할 수 있음을 말합니다.
저소득층을 위한 보조금 지급이나 직업훈련 기회의 제공 등을 통한 방법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으며, 오히려 그들에게 철학적, 논리적, 예술적인 교육 기회를 제공할 때 그들 '스스로' 보다 나은 삶을 찾아갈 수 있다는 것을 '클레멘트 코스'라는 실험적인 인문학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제시하고 있습니다.
어떤 상황이나 문제에 직면했을 때, 반사적인 대응을 할 것인가... 아니면 성찰적인 대응을 할 것인가...
반사적 대응이라함은 배가 너무 고픈데 돈은 없고 눈 앞에 편의점이 있으면 일단 들어가서 빵을 먹어버리는 행동입니다. 훔치든지... 강도짓을 하든지... 그냥 무전취식을 하든지...
성찰적인 대응이라함은 배가 고프지만 사회적 규범과 본인 스스로의 도덕적 양심의 테두리에서 판단을 하기 때문에 훔치거나 강도짓을 하지 않는 해결 방법을 택하는 행동이겠지요.
(책에 이렇게 쓰여있는 것이 아니라, 제가 이해하기에 이렇습니다.)
사회 빈곤계층(그냥 빈곤계층이 아니라 극빈계층이라고 봐야할겁니다)의 사람들에게 있어서 이러한 성찰적인 판단을 하기 위한 교육과 문화를 접할 수 있는 기회가 애초부터 상당히 제한되어 있기 때문에, 빈곤계층에서는 빈곤과 소외가 반복될 수 밖에 없다는 진단이지요.
그리고, 인문학 교육이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합니다.
(저자는 성찰적인 판단과 사고를 하는 삶을 '정치적 삶'이라고 표현하였습니다.)
...
세상에는 태어나는 그 순간부터 불평등이 존재합니다.
"쓰레기 더미 속에서도 장미는 핀다"
아주 극소수의 사람들에게만 해당되는 말일텐데... 이런 그럴싸한 말로 각 개인이 처한 불평등을 그 사람들만의 '자기들이 알아서 할 자기 나름의' 문제로 미루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일부의 불평등은 스스로 감당해 나갈 수 있겠지만, 최소한의 평등조차 누릴 수 없는 사람들에게는 너무 가혹한 말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우리 사회의 적잖은 사람들은 개인의 힘으로 극복하기에는 너무도 벅찬, 심한 불평등을 안고 태어난다는 사실입니다. (10%, 20%라는 수치가 중요한 것은 아닐겁니다. 단 1%라도... %라는 비율로 표현될 수 있는 추치는 결코 작은 숫자가 아닙니다.)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나 동정이 아니라, 인간으로서 당연히 누려야할 '평등'의 기회를 빼앗겨버린 사람들에게 그 기회를 다시 제공해 주는 것은 사회적인 의무이고, 빼앗긴 사람들에게는 당연한 권리가 아닌가 생각되네요.
...
'희망의 인문학'이라는 책을 굳이 권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대신에... '클레멘트 코스'에서 가르치는 철학과 예술과 역사에 관해서 저 자신이 좀 더 많은 경험과 생각이 필요함을 느꼈다는 것을 전하고 싶네요.
그리고, 그런 경험과 생각을 통해서... 세상에 대해 좀 더 용기있고 자신감이 넘치는 삶을 살지 않을까, 보다 풍요롭고 여유가 깃들고 행복한 삶을 살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현재가 그리 행복하지는 않았습니다.
매일 같이 무엇인가에 몰두하고, 달마다 해마다 무엇인가를 얻어 나가고, 수입이 늘고 승진을 하고 저축을 하고, 때론 투자를 하기도 하며, 반대로 대출을 받기도 하면서 살지만... 그 생활이 지금처럼 계속해서 이어지기만 한다면... 미래에도 그리 행복할 것 같지는 않습니다.
더 심각한 것은... 그 테두리를 깨뜨릴만한 어떤 단서도 없는 것이 현실입니다.
'희망의 인문학'은 그런면에서 저에게 미래에 대한 하나의 희망과 미래에 대한 단서를 주는 책이 아니었나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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