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와 이탈리아의 결승전!

2006. 7. 6. 10:43월드컵 여행 - 2006 독일/14.컴백 홈


귀국한지 3박 4일째!
조금씩 시차도 적응하고, 피로에서도 회복하고, 회사 업무에도 적응하고...
이번주는 이렇게 적응과 회복의 기간이 될 것 같습니다.

문제는...
시차가 엉망이 되면서 오히려 월드컵 4강전 두 경기를 보지 못했다는 점입니다.

낮에 슬금슬금 졸고
저녁에는 초저녁에 잠시 오다가, 다시 말똥말똥 하다가...
잠을 청하기 위해서 맥주를 한두 캔 마시고...
결정적인 시간, 즉 경기를 할 시간이 되기 직전에 나가 떨어집니다.
(의도적으로라도 나가 떨어지고 있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그 다음날 도저히 버티지를 못할 것 같아서...)

그리고... 아침에 일어나면
이탈리아가 2분간의 기적으로 독일을 깼다...
프랑스가 페널티킥으로 1:0 승리를 거뒀다...

이왕 이렇게 될 것을... 아예 결승전까지 보고 돌아오는게 더 나았겠다.. 라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더구나... 제가 좋아하는 이탈리아 팀이 예상을 깨고 결승까지 올라갔으니
아쉬움이 많이 남네요.

이탈리아를 좋아하는 이유는
그들의 축구를 보자면 왠지 한국팀에게서 느껴지는 끈적끈적함이 있기 때문입니다.

이탈리아가 수비축구라구요?
제가 볼 때는 아닙니다. 수비를 중요시하고, 또한 수비가 강한 팀일 뿐입니다.
(저는 이 세상에 수비축구란 없으며, 만약 수비축구를 구사하는 팀이 있다면
그 팀은 절대 월드컵 우승 따위는 못한다고 생각합니다.
축구는 상대보다 골을 많이 넣어야만 이기는 경기니까요.)

이탈리아 축구의 매력은... 그 끈질김에 있습니다.
심하게 말하면... 좀 지저분한 느낌이 들기도 할만큼
그들은 승리에 대한 집착이 대단합니다.

다른 유럽 강팀들의 강력한 공격을 버텨내는 것을 지켜보노라면
그들이 얼마나 승리에 대해 강하게 집착하는지 알 수 있습니다.
아무리 두드려도 깨지지 않는 모습을 보면서...
우리 팀의 모습을 오버랩 시키기도 합니다.

제 눈에 보이는 이탈리아의 축구는...
수비축구가 아니라 강인하고 끈질긴 축구입니다.
독일처럼  잘 정돈된 축구를 하지도 않고,
잉글랜드처럼 오로지 골을 넣기 위해 전진하는 뽀대도 없고,
브라질처럼 화려한 기술로 무장하지도 않았지만...
그렇기 이탈리아는 가끔씩 챔피언의 자리에 오르기도 하는 것 같습니다.
(2등이지만... 가끔 1등도 때려 잡는다!)

프랑스...
이번 월드컵에서 프랑스 팀을 접하게 되면 '지단'이라는 한 플레이어의 힘을
다시 한 번 느낄 수 밖에 없습니다.

한국전에서 본 지단은... 솔직히 좀 아디다 싶었습니다.
그의 시야와 운영능력, 기술은 전혀 녹슬지가 않았지만
끊임 없이 그를 괴롭히는 한국의 수비에 맞서서 프랑스 팀의 공격 활로를 뚫어주기에는
그의 움직이는 반경이 너무 적어 보였습니다.
(거의 대부분 시간을 중앙 미드필드 왼쪽 공격라인에 고립되다시피 했습니다.)

그러나... 역시 지단의 힘은 위대합니다.
그의 기량도 위대하지만, 자신의 힘으로 팀을 우승시킨 저력이 여전히 살아있기에
결정적인 게임에서 최소한 한 번은 자신의 힘을 과시할 줄 압니다.

이번 월드컵에서 지단을 직접 본 것은 한국전이 유일합니다.
(조 2위가 되면서... 프랑스는 제가 가진 경기 티켓의 반대편으로 도망갔습니다. ^^)

그에게 공이 전달되면...
드리블 돌파를 할 것인지, 패스를 할 것인지, 공을 키핑 하면서 주위를
살필 것인지, 아니면 일단 전방으로 공을 넘겨주고 볼 것인지...
이러한 판단과 행동이 순간적으로 이루어지며
제 눈으로 볼 때는 그의 판단과 행동이 여러 옵션 중에서 가장 적절한 것으로 보였고
더욱 놀라운 것은 경기 내내 그가 범하는 실수는 고작 몇 개에 불과했다는 점입니다.
(제가 경기내내 지단만 본 것은 아니라서 빼먹었을 수도 있지만...
지단이 패스미스를 했다거나 볼을 키핑 하다가 빼앗긴 것은 2-3번 정도?)

저는 지단의 깊고 맑은 눈을 좋아합니다.
서른 네살의 나이를 말해 주듯이 눈가에 제법 주름도 보이는 것 같긴 하지만...
언제나 그는 깊고 맑은 눈으로 플레이를 했습니다.
마치 경기 외에는 어떤 것에도 흔들리지 않는 듯한...

지금의 프랑스를 이끄는 것은 분명 지단의 힘입니다.
이번 2006 독일 월드컵의 결승전은 그가 뢰블레로 뛰는 마지막 경기가 되겠군요.
불타는 투사가 아닌 맑은 눈의 이 멋진 뢰블레의 주장을 볼 수 있는 마지막 경기라...
승패를 떠나서 지단의 참 모습을 모두 보여줄 것이라 생각됩니다.
아직 한 경기 쯤은 거뜬하지 않겠습니까?
딱 한 경기만 더 올인하면 되는데 뭐!

프랑스와 이탈리아의 대결...
저는 조심스럽게 이탈리아의 우위를 점쳐봅니다.
상대방을 못살게 굴면서 물고 늘어지는 힘이 아주 강력한 팀이 이탈리아이기 때문에
프랑스의 고전을 예상하고 있습니다.

프랑스는 지단과 바르테즈가 승패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 같네요.
지단이 살아서 꿈틀거리면 그게 바로 프랑스의 조직력이 됩니다.
그러면... 이탈리아도 막을 수 없겠지요.
지단의 발이 딱 한 번만 살아 움직이면 될테니까요. ^^

반면 바르테즈는 좀 불안요소입니다.
한 골로 승패가 갈리고 작은 실수 하나가 우승팀과 준우승 팀을 가르는 결승전...
이런 경기에서 골키퍼에게는 작은 실수조차 용납되지 않을텐데,
바르테즈의 최근 경기 모습에서 한 경기에 한 두번은 불안한 모습을 보이곤 했습니다.

이탈리아는 확실한 주포가 없다는 것이 좀 걸립니다.
현재까지 득점이 분산되고 있는데... 이것은 좋은 일이기도 하고 나쁘기도 하지요.
전체적으로 팀이 상승무드를 타고 있고
프랑스에 비해서 강하고 역동적인 팀 움직임을 보인다는 것은 장점이 되겠군요.
이럴 때 델 피에로 같은 선수가 숨통을 틔워주는 조우커 노릇을 해 주면 좋겠는데...

이탈리아의 우세를 점치긴 하지만
왠지 결승전은 프랑스:이탈리아의 대결이 아니라
'지단의 마지막 결승전'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뢰블레의 위대한 주장이 뛰는 마지막 경기...
결승전은 꼭 봐야 할텐데...

꼭 보고 말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