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 6. 15. 07:38ㆍ월드컵 여행 - 2006 독일/2.뮌헨
오늘은 인철형과 잠시 찢어져서 저 혼자 뮌헨에 왔습니다.
뮌헨에 도착해서 호텔 체크인을 하고 곧바로 경기장으로 향했습니다.
뮌헨으로 오는 열차에서도 그렇고, 뮌헨 중앙역에 도착해서도 그렇고 사우디나 튀니지 사람들을 그다지 많이 볼 수 없었습니다.
좀 보이기는 했지만, 프랑크푸르트 중앙역에서 봤던 시뻘건 분위기는 아니었습니다.
예상대로... 별로 호응을 얻지 못하는 찌라시 매치는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프랑크푸르트에 비해서 뮌헨은 월드컵 경기장 안내가 그리 수월하지 못했습니다.
프랑크푸르트 중앙역에서는 수 많은 도우미들이 있어서 거의 아무나 붙잡고 길을 물을 수가 있었는데, 뮌헨은 좀 황당할만큼 월드컵 경기장 안내원도 없고 표지판도 쉽게 찾을 수가 없습니다.
마침 호주 사람들이 있어서 같이 길을 찾으면서 경기장까지 함께 갔습니다.
"한국은 어제 귀중한 3점을 땄다. 멋진 경기를 했다. 하지만 마지막 10분은 추잡했다."
"..."
(그래... 씨방, 나두 졸라 쪽팔리다.)
경기장으로 가는 열차를 타기 위해 지하철에 들어서는 순간, 마치 서울에서 최악의 콩나물 전철을 맞이하는 기분이었습니다. 도저히 몸을 가눌 수도 없고, 그냥 떠밀리듯이 열차에 몸을 싣고, 땀을 질질 흘리면서...
사우디 사람, 튀니지 사람, 독일 사람 틈에 끼어 박힌 동양인 한 사람.
독일 사람들 중에는 키가 큰 사람들도 많은데, 그 친구들의 어깨쯤에 코를 박고 들이닥치는 땀냄새를 고스란히 받아 먹는 괴로움...
거기다가... 이 사람들 전철역에서 경기장까지 가는 내내 노래를 쉬지 않고 부릅니다.
튀니지는 튀니지 노래를, 사우디는 사우디 노래를, 독일은 독일 노래를 그냥 자기들 기분대로 마구 불러댑니다.
이방인인 저는 완전히 지옥철을 경험하는 기분으로 그렇게 30분 정도를 전차에 실린 채 경기장까지 갔습니다.
우와~
"도대체 이 경기를 어떤 사람들이 볼까..." 라는 제 생각과 달리 경기장은 인산인해입니다.
더구나, 왠 튀니지 사람들이 그렇게나 많은지...
흰색 상의에 빨간 무늬가 살짝 들어간 것이 튀니지 유니폼이라서 언뜻 봐서는 그냥 흰 티셔츠를 입은 것처럼 보이지만 가까이서 보니까 엄청나게 많은 튀니지 사람들이 모였더군요.
(튀니지의 홈경기였다고 보시면 되겠슴다.)
튀니지와 사우디 경기를 보는 것도 목적이지만
뮌헨에 온 가장 큰 이유는 알리안츠 아레나를 보기 위해서입니다.
바이에른 뮌헨과 1860 뮌헨이 함께 홈으로 사용한다는 알리안츠 아레나.
바이에른 뮌헨의 홈 경기때는 경기장 외관이 빨간색이 되고 1860 뮌헨의 경기때는 파란색이 된다는... 커다란 UFO 모양의 알리안츠 아레나.
가까이서 실물을 보니까 멋지긴 하더군요.
그치만 내부 시설로 치자면 서울의 상암 경기장은 사치스러울 만큼 알리안츠 아레나와는 비교가 안됩니다.
알리안츠 아레나를 자세히 살펴보면 돈을 아낀 흔적이 역력합니다.
경기장 진입로는 거의 비포장도로에 가깝고 울타리도 대강 막아 놓은 것처럼 단순하고 허술합니다. (돈 때문인지, 아니면 월드컵 개최 시기에 쫒긴건지는 모르죠.)
경기장 내부에도 별다른 페인트 칠조차 하지 않은 콘크리트벽 그대로고 화장실은 개인별 소변기가 아닌 철제로 된 여러명이 함께 쓰는 길죽한 모양입니다.
더 재밌는 것은 남자 화장실의 소변 보는 곳이 동시에 상당히 많은 사람을 수용하게 되어있어서, 하프 타임에 화장실을 가도 줄을 설 필요가 없습니다.
여자 화장실은 모르지만... 어쨌든 대다수 축구팬이 남자들이고 하프타임에 소변을 보기위해 줄을 서서 기다리는 불편은 없앤것 같습니다. 사실 남자 축구팬의 입장에서 보면 우리나라의 이쁜 화장실보다 이런 화장실이 훨씬 편하죠.^^
물론 관중석의 의자라든가 스탠드의 통로 같은 것은 시원시원하게 잘 되어있지요.
결국 종합적으로 보면, 불필요한 곳에는 돈을 철저히 아낀 실용성 위주로 되어 있으며 겉 모양은 조금 후까시를 넣은 경기장으로 보시면 됩니다.
...
경기장은 거의 튀니지의 홈 경기장입니다.
사우디도 꽤 많이 자리를 틀긴 했지만, 경기장 분위기는 튀니지가 먹은 듯!
전반전에 잠시 졸음이 올만큼 경기가 답답했습니다.
튀니지가 선제골을 넣긴 했지만 시간이 지날 수록 튀니지의 힘이 딸리는 것이 역력히 보이더니, 결국은 사우디에게 역전을 허용하고 말았죠.
그러나, 그것도 잠시... 경기 종료 직전에 튀니지가 다시 동점을 만들면서 경기를 무승부로 종료했습니다.
전체적으로 볼 때는 경기 템포나 플레이 스타일이 다른 경기에 비해서 확연히 떨어져 보였습니다.
독일 팬들도 답답한지... 아니면 재미가 없었는지... 중간중간 독일 응원가를 함께 부르기도 하고 경기 내용과 상관 없이 지들끼리 파도타기 놀이도 하구요.
....
하프타임에 보니까 사우디 선수들은 몸을 푸는 사람이 없네요?
딸랑 튀니지 선수 두 명만이 몸을 풀고 있었습니다.
보통은 전반전을 뛴 선수들이 라커룸으로 들어간 후에 후보(교체) 선수들이 그라운드에 남아서 몸을 푸는데...
이런 경우는 또 첨 보네요...
....
관중석의 표정을 한 번 볼까요?
경기 내용을 기록하는 것으로 보아 다른 나라의 기술위원으로 보입니다.
(기록지를 살짝 봤음. 프랑스와 일본으로 보임!)
근데... 무심코 사진 찍었는데 일본 기술위원인 듯한 아줌마가 갑자기 기록지를 탁 덮으면서 저를 경계하더라구요.
완전히 제가 스파이 취급을 받은거죠.
한 번만 그러면 좋은데, 기록 할때마다 저를 힐끔힐끔 쳐다보면서 경계를 하고 기록할 때도 기록지가 안보이게 가리면서 기록을 하고...
솔직히 별거 기록하지도 않을겁니다. 하여간, 왠지 일본에 정이 갈려고 하다가 안간다니깐...
....
마치 사우디 전통 의상을 입은 듯한 사람들...
자세히 보면 사우디 사람이 아니고 독일 청년들이 장난스레 옷을 입고 있더라고요.
이 눔들... 뭐하는 놈들이지? 뭔가를 종이에 써서 들고 있던데...
"We love.... 뭐라뭐라..."
....
사우디가 지고 있을 때, 관중석에 홀로 서서 말없이 사우디를 응원하는 아저씨.
비록 외롭지만, 위풍당당하지 않습니까?
.....
후반전을 시작하는데 느닷없이 왠 튀니지 팬이 경기장에 뛰어들어서 한바탕 사람들을 웃겨 주기도 했습니다. (이런 사람 꼭 있음^^)
...
오늘 관중석에서 찾아낸 '포토제닉'은 바로 이 꼬마들!
요녀석들 발치에 쌓아 놓은 플라스틱 컵이 보이시나요?
경기장 내에서 물이나 음료수, 맥주를 팔 때 컵 값으로 1유로를 더 받습니다.
그리고, 컵을 다시 가져오면 1유로를 환불해 주지요.
(일회용품을 사용하지 않기 위한, 일종의 환경부담금을 예치하는거죠.)
보아하니 요 녀석들...
1유로 환불받을려면 또 길게 줄서기를 해야 하는데 그게 귀찮아서 컵을 그냥 내깔려 둔 것들을 돌아 다니면서 모아 놓은 것입니다!
대강 보니까 20개 가까이 됩니다. (대략 우리돈으로 2만원쯤 수입을 올린거죠!)
아니나 다를까... 경기 끝나고 나올때 보니까, 매점에서 돈으로 바꾸고 있더군요!
그래도... 아이들이 역시 귀엽죠?
(이 녀석들 부모로 보이는 아줌마 아저씨... 아들이 수입 올리는거 보면서 엄청 좋아하고 있었음. ^_^)
우리 아들놈은 훨씬 쉽게 돈벌죠.
설날 어설프게 세배 한 번 하면 만원짜리 몇 장은 착착 벌어들이니까요. ^^
....
그냥 놀이 삼아, 알리안츠 아레나 구경 삼아, 그리고 아시아팀의 경기라서 좀 끌려서 별 기대 없이 뮌헨에 왔는데
나름대로 재밌게 경기 봤습니다.
특히나, 경기 막판에 역전과 극적인 동점으로 마무리 되면서 굉장히 흥미진진한 게임이 되었고요.
....
내일은 호텔 체크아웃 한 후에 오전에 뮌헨 구경을 좀 할 생각입니다.
그리고, 오후에는 뉘른베르그(Nuremberg)로 건너가서 인철형과 함께 잉글랜드-트리니다드토바고의 경기를 볼 생각입니다.
그리고, 다시 밤 늦게 프랑크푸르트로 돌아갈거고요.
강행군이 예상됩니다.
일찍 자야하는데... 방금 독일이 종료 직전에 극적인 승리를 거두는 바람에 호텔도 그렇고 밖의 거리도 그렇고 아주 들썩들썩합니다.
지금도 계속해서 크략션 소리가 빵빵거리고 음악소리와 사람들의 노래소리, 함성이 끊이지 않습니다.
그래도... 잠을 좀 청해 보렵니다. 아님... 뛰어 나가 같이 놀까? 아... 피곤한데... ㅎㅎ
....
PS) 마지막으로 뽀나스 사진!
호텔 체크인 하고 경기장으로 나서는데 길에서 뭔가를 나눠 주더군요.
"Fair Play"라고 써 있는 작은 종이와 함께 나눠주길래 무심코 받았는데 이게... 콘돔이네요 ^_^
(ㅎㅎㅎ Fair Play라... ㅋㅋㅋ)
괜히 오해하지들 마세요.
세 개 받아서 하나 쓰고 두 개 남은 거 절대 아니올시다!
그리고, 여러분들!
페어 플레이 하시고, 오프 사이드 범하지 마시기 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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