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란바토르] 테렐지 국립공원에 빠지다!

2006. 6. 1. 11:02월드컵 여행 - 2006, 독일까지 유라시아횡단/5.울란바토르(몽골)


5월 31일.


월드컵 육로원정을 시작한지 일주일이 지났습니다.
독일까지 가야 할 거리로 볼 때는 약 4분의 1을 달려왔고
소요기간을 볼 때는 약 3분의 1이 지났습니다.
(이르쿠츠크에서 모스크바까지는 열차로 냅따 달려 버리거든요.)
아직 여정이 많이 남았지만 지금까지 별다른 문제 없이
잘 굴러온 것 같습니다.

뭐.... 이쯤에서 한 번 놀아야죠?

한국에서 아는 분을 통해 소개받는 현지 가이드와 함께
우리는 테렐지 국립공원을 다녀왔습니다.

테렐지 국립공원은 울란바토르에서 자동차로 1시간쯤 걸리는 곳으로
산과 숲과 강이 어우리진 아름다운 곳입니다.
(저희가 몽골에서 지내는 동안 '숲'을 보기가 무척 힘들었습니다.
몽골 북부에 가면 울창한 삼림이 있다고 합니다.)

오전 내내 비가와서 테렐지에 갈건지 말건지 고민을 좀 했는데,
일기예보를 알아보니 가끔씩 해가 나오는 변덕스런 날싸라고 하더군요.
이정도면 함 가볼만 하겠죠?

 

막상 테렐지에 가니까 정말로 해가 나오더군요.
그리고, 잠시 뒤에 약간의 비가 오기도 하고.
비가 내리면 갑자기 오싹하게 추워졌다가 해가 나면 다시 더워지고...
아마 이런 변덕적인 날씨 때문에 몽골 사람들이 우산을 쓰지 않는지
모르겠습니다. (하긴... 말타고 우산 쓸 수도 없지.)

 

테렐지 국립공원 입구의 돌무지

 

높은 곳에서 본 테렐지의 초원



게르에서 1박을 하는 것도 생각을 했는데
날씨가 너무 춥고 변덕스러워서 그냥 말이나 타보고 돌아오기로 했습니다.

 

우리가 말을 타기로 한 곳은 테렐지의 가장 안쪽에 있는 곳이었는데
테렐지 입구에서 자동차로 한 참을 들어갔습니다.
자동차를 타고 가는 내내 아름다운 바깥 풍경이 우리를 사로잡았습니다.

 

관광객을 위한 작은 마을



테렐지는 마치 영화에 나오는 인디안 마을 같다고나 할까요?

 

얕은 강이 작은 숲 사이로 흐르고
새싹 같은 풀이 돋은 평지와 구릉이 있고
커다란 바위산이 있고
그 사이사이에 작은 마을이 있고
띄엄띄엄 말이나 소, 양, 야크가 있습니다.

 


드디어 말 타는 곳에 도착!
나와 인철형은 각자 말에 올랐고 말을 태워주는 가이드가 이끄는 대로
천천히 따라갔습니다.

 

생각보다 안전하고 편안했습니다.
몽골리안 씨름 선수 수준의 체격을 자랑하는 인철형을 태운 말이
좀 짜증을 내는 것 같긴 했지만 (^_^)
말이 굉장히 순하게 길들여진 것 같았습니다.

인철형 말은 조르고라는 아저씨가 이끌었고
제 말은 사롱과라는 아가씨가 이끌었습니다.
사롱과는 한국말을 제법 잘했습니다.
놀라운 것은 한국에 온 적도 없고, 따로 공부한 적도 없고
그냥 테렐지에서 가이드하면서 한국말을 배웠다고 하더군요.
(나중에 들어보니까 몽골 사람들이 한국말을 되게 빨리 배운데요.)

 

처음에는 사롱과가 인철형 말을 이끌었는데
말이 자꾸 짜증을 내니까 말을 더 잘 다루는 조르고 아저씨가 이끌었습니다.
급기야... 조르고 아저씨는 자신이 타던 말을 인철형의 말과 바꾸었습니다.

 

조르고 아저씨, 사롱과와 함께


말을 타다가 혹시나.. 하는 마음에 카메라를 차에다 두고 갔는데
엄청 후회했습니다.
말을 타고 테렐지의 숲 속을 천천히 달렸는데
주변이 너무나 아름다워서 카메라에 담고 싶었거든요. (그냥 폰카로 몇 컷 찍었습니다.)
마치 내가 영화 '늑대와 춤을'의 주인공이 된 것처럼
나무 사이로 지나가고 작은 개울을 건너고
넓은 벌판을 가로지르고...

작은 말이지만 인철형도 거뜬... (하지는 않겠지?)

 

그런데, 중간에 비가 내리기 시작했습니다.
좀 더 두꺼운 옷을 입었어야 했는데...
몸이 젖으면서 갑자기 몹시 추워지기 시작하더군요. (장난 아니게 갑자기 으슬으슬....)

 

조르고와 사롱과는 급히 우리를 근처의 게르(Ger)로 안내를 했습니다.
그 게르는 조르고 아저씨의 동생 집이었는데
관광객들에게 숙소로 제공하는 게르가 아니라
테렐지에서 실제로 현지 사람들이 살고 있는 게르였습니다.

난로를 피워주고, 따뜻한 물과 몽골 빵을 내왔습니다.
잠시 앉아서 몸을 녹이고
담배를 한 대씩 나누면서 이야기를 좀 했습니다.
비가 내리는 통에 본의 아니게 전통 게르 체험까지 하게 된 것이지요.

 

졸라 추운데 웃통 벗고 있는 아저씨!



조금 있으니 비가 그치고 바로 해가 나더군요.
우리는 감사의 마음으로 소정의 빵값을 지불하고 (진심으로..)
게르를 나왔습니다.

 

돌아 올 때는 가이드의 도움 없이 혼자서 말을 타고 왔는데
말이 순해서 그런지 별 어려움 없이 탈 수 있었습니다.
중간에 사롱과가 내 말을 채찍으로 후려치며 장난을 하는 바람에
말이 잠깐 나를 떨어뜨릴뻔 하긴 했지만...

지난 일주일 동안 계속되는 일정속에 지치기도 했고
특히 베이징에서 울란바토르까지 오는 동안에 완전히 녹초가 되어서 그런지
테렐지에서의 체험은 정말 재미있었습니다.

나중에...
우리 아들이 좀 더 크면 함께 테렐지에 다시 와서
넓고 아름다운 자연을 보며 함께 말을 타면 좋겠더군요.

혹시 해외 여행을 계획하고 계시다면 몽골의 테렐지를 강력히 추천합니다.
몽골은 현지 물가도 쌉니다.
남자 7명이 4만원 정도면 삼겹살에 공기밥, 소주 한 잔 할 수 있습니다.

테렐지 강추!

PS) 뽀나스 원 샷!
우리 일행을 가이드하지는 않았지만 예쁘고 귀여운 아가씨(소녀)가 있어서
한 컷 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