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6. 26. 18:41ㆍ색다른 축구 직관 여행/EURO 여행 - 2024 독일
덴마크:세르비아, 뮌헨, 2024.06.25 [유로2024]
저녁 9시 경기, 시간이 넉넉히 남아서 일단 낮에는 관광모드!
느긋하게 아침 차려먹고 뮌헨 올드타운의 중심인 마리앤 광장(Marienplatz)로 나갔습니다.
경기장 가는 길, 파프리카를 독일 국기 색깔로 배열한 센스 넘치는 가게를 지나 기분 좋게 출발!
음... 태극기도 가능할까요? ㅎㅎ
사실상 이번 유로 여행의 마지막 날, 현지인 흉내도 낼겸 무조건 맥주부터 한 잔 하는데... 슬슬 양팀 팬들이 모이기 시작합니다.
공교롭게 덴마크와 세르비아 모두 붉은색 옷이라 언뜻보면 구졀이 잘 안됩니다. 물론, 한 번 더 보면 딱 구별되죠^^
서로 섞여있기도하지만 대략 끼리끼리 한 가게를 전세 내다시피 점령하고 놉니다.
세르비아 애들 모인 가계에서는 세르비아의 노래를 부르고, 덴마크 애들 모인 곳에서는 덴마크 노래를 부르면서 맥주맥주 하는거죠.
일단, 세르비아 애들이 더 신났습니다. 덴마크보다 먼길을 달려오기도 했고 유로 본선에 나온 것만으로도 이미 행복감 최고치인듯 보였습니다.
좀 더 점잖은 덴마크, 상대적으로 날뛰는 세르비아. 약간 이런 느낌!
지하철이 사람잡네!
경기장 가는 길은 거의 지옥체험이었습니다. 술에 잔뜩 취한 양쪽 애들의 아우성과 지랄에 가까운 응원가 소음도 힘든데, 경기장 가는 기차가 한 참 지나서야 도착하네여.
전광판에 3분후 도착으로 뜨더니, 3분이 지난 후에도 3분후 도착 , 또 3분이 지나도, 다시 3분에 3분에 3분이 지나도 마냥 3분후 도착이라도 나옵니다.
그 사이 몇 개의 열차를 통과시켰는데, 아마 사람이 많이 탑승하는 역에서는 한 역씩 번갈아 건너뛰는 것 같았습니다.
그래도... 여기는 대중교통 모범국 독일 아닙니까? 날씨는 덥고, 사람은 미어터지고, 취객들의 응원가는 이미 소음이 된지 오래고...
한참을 기다렸다 올라탄 전철은 에어컨이 나오는건지 아닌지 모르게 완전 찜통, 덴마크와 세르비아의 키 큰 남자들 속에서 밀착한 채로, 가차는 가다서다 가다서다, 그 와중에도 맥주 냄새 뿜으며 소리지르고 노래부르는 팬들.
우리는 "세르비아"라고 하지만 본토 애들은 "쓰르비아"라고 발음하는 것 같은데... 한 시간 동안 맥주 냄새 진동하는 사우나에서 무슨 BGM 소음마냥 쓰르비아, 쓰르비아, 쓰르비아 소리를 듣다보니 진짜 미치겠더라구요.
그래도 그 모진 시간을 견뎠더니 잘 빚은 알리안츠 아레나가 나타났습니다. 18년전, 2006 독일 월드컵 때 왔던 곳인데 왜 그렇게 새로운지... 시원하고 선선한 공기를 마시니 좀 살만했습니다.
경기장 분위기는 덴마크 압승
근데... 이 실력으로 16강 간다고?
경기장 오는 동안은 온통 쓰르비아, 쓰르비아, 쓰르비아 였지만 경기장에 들어가니 덴마크 팬들이 숫자도 더 많고 응원 조직력도 훨씬 좋았습니다. 경기 내용도 덴마크가 더 좋았고요.
양팀 모두 수비력에 비해 공격력은 그다지 인상적이지 않았습니다. 매끄럽게 슛으로 연결되는 과정도 부족했고 위협적인 공격도 별로 없었습니다.
조규성이 덴마크 우승팀의 주공격수이고 황인범은 세르비아 리그 MVP입니다. 즉, K리그에서 탑 찍는 선수들은 덴마크나 세르비아에서도 탑을 찍을 수 있다는 말이죠.
다른 한국 선수들도 충분히 활약할 것 같습니다.
덴마크 정도면 유로 16강?
글쎄요... 비록 2경기 연속 극장골 먹으며 2무 1패에 머물러야했지만, 크로아티아가 덴마크보다 훨씬 좋은 축구를 했던거 같습니다. 조편성 운이 크게 작용하지 않았나 생각됩니다.
양팀 모두 공격에서 어필하지 못하니 경기가 좀 재미없게 흘렀습니다.
중간에 경기장 난입한 관중이 큰 웃음을 한 번 줬고, 세르비아 팬들은 자기들에게 불리한 판정이 나오면 컵을 집어 던졌습니다. 경기 막판에는 홍염을 피우면서 금지된 장난질을 해대고...
축구도 관전 매너도 응원도 모두 한수준 아래였습니다.
얘들아, 축구나 좀 잘해봐라! 크로아티아를 상대로 용맹하고 날카롭게 싸웠던 알바니아를 좀 배워라!!!
갖고싶다, 알리안츠 아레나!
하프 타임에 담배 한 대 피러 나왔더니 알리안츠 아레나 외벽에 화려하게 조명이 들어왔더라고요.
외관도 멋지고 내부도 훌륭합니다. 7만명을 수용하는 경기장인데 관전시야가 엄청 좋더라구요.
저희는 3등석에서 관전했는데 딱히 멀다, 높다하는 핸디캡을 느끼지 못했습니다.
좋은 콘서트장이 있어야 멋진 공연도 멋진 오케스트라도 가능하겠죠.
이게 바로 명문 클럽 바이에른 뮌헨의 홈 경기장입니다.
포항 스틸야드에 버금가는, 세계에서 두 번째로 좋은 경기장이 아닐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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