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5. 2. 22:12ㆍ카테고리 없음
전지적 포항시점의 관전기(직관), 수원(1:1)포항, 2021.05.01(토), K리그1 Round 13
원정에서 1:1로 비겼으면 그대로 본전 이상은 뽑은거라고? 꼭 그런건 아니다. 이번 경기처럼 다 이긴 줄 알았던 경기에서 막판 동점골을 먹고, 경기 내용은 양팀 모두 전~혀 임팩트 없이 럭비인지 축구인지 구분이 안가는 경기를 하고, 그 와중에 내용은 수원에 밀리면서 우리가 잘하는게 뭔지 우리팀의 플레이 패턴이 뭔지는 뒤죽박죽된 채 공만 부질없이 날아다니고, 신광훈은 (내가 보기에는 말도 안되게 억울한) 퇴장먹고 나가고...
사실 빅버드 경기는 포항 팬에게도 쏠쏠한 재미가 많았다. 축구 쫌 즐길 줄 아는 홈 관중들이 뿜어내는 경기장 분위기는 원정 팀 서포터에게도 경기장에 온 맛을 느끼게 해 준다. 그래서, 2만명대 2백명의 서포팅 싸움은 쪽수에서는 완전 꿀리지만 텐션 만큼은 거의 대등하게, 말 그대로 분기탱천하여 일당백 싸움을 하는 재미가 있었다.
코로나나 망쳐버린 우리의 일상, 그 중에서 축구장의 풍경은 정말 180도 달라졌다. 관중석은 썰렁하고(거리두기 좌석제) 함성도 노래도 야유도 없다. 당연히 팽팽하게 경기장을 메우는 긴장감 넘치는 공기도 없다. 게다가... 이날은 추적추적 비가 계속 내리고 날씨도 으슬으슬 우중충한... 경기 시작하기 전부터 NG 냄새가 스멀스멀 기어 오르는 그런 경기였다.
아마 선수들도 그랬나보다. 빨리 끝내고 퇴근하고 싶은 경기랄까... ㅠ.ㅠ
신화용의 은퇴식
현역 마지막 경기에서 경기가 끝나기 전에 교체 In 또는 교체 Out 되면서 팬들과 마지막 인사를 나누는 것이 가장 이상적인 모습이겠지만, 보통은 시즌이 끝난 후 재계약 시점에 은퇴 선언을 할 때가 많다. 그리고 그렇게 팬들과의 만남 없이 유야무야 은근슬쩍 은퇴하고 잊혀지는 선수가 대부분이다.
신화용은 최소한 그렇게 보내기에는 K리그에서 남긴 업적이 남다른 선수다. 국가대표 골키퍼로 이름을 날린 것은 아니지만 포항과 수원에서 정말 멋진 경기를 펼쳤다. 포항의 2009년 피스컵 우승, 2009년 AFC 챔피언스 리그 우승, 2013년 리그 우승과 FA컵 우승(더블)이 모두 그와 함께 이룬 역사였다. 포항의 스쿼드가 그리 두텁지 못한 시절이었음에도 맨 마지막 보루 신화용만큼은 정말 눈부시고 든든했다.
포항에서 끝까지 함께하지 못한 것이 많이 아쉽지만, 마지막을 보낸 수원에서 그래도 신화용을 끝까지 챙겨주는 모습이 고마울 뿐이다. 그래... 니들은 축구를 아는 애들이니까! 니들이 신화용 리스펙트 하는 것처럼 나도 수원 니들 리스펙트!
신화용 은퇴식 말고는... 뭐?
포항이나 수원이나 후반 중반이 되도록 좀 처럼 먼저 치고 올라오지 않았다. 포항은 지난 번 홈에서 쳐발린 경기를 너무 의식한 탓인지, 강현묵-정상빈을 활용한 수원의 빠른 역습을 무척 신경쓰는 모습이었다. 물론 충분히 신경쓸만큼 지난 경기에서 쳐발렸고, 강현묵과 정상빈의 스피드와 상승세가 놀랍지만... 애송이 신인 둘 때문에 그렇게까지 조심스러웠어야 했는지는 모르겠다. 뭐... 그렇게 조심스럽게 해서 이겼다면 모를까, 결과도 제대로 챙기지 못하고 스타일만 구기지 않았나 싶다.
요즘은 경기장에 출근했다가 그냥 퇴근하기만 하는 타쉬는 아예 조퇴쓰고 나가 버렸고 크베시치는 아예 결근이다. 잘 한다는 경력사원 데려왔는데 두 달이 되도록 업무 적응중이라는 이 열불터지는 상황은 또 뭔지...
송민규는 최근들어 다소 무리한 플레이가 눈에 띈다. 상대팀 선수들이 그의 플레이 스타일에 점점 적응하는 탓도 있겠지만, 내가 보기엔 왠지 쉬운 것들을 놔두고 어렵게 가는 것 같다. 잠시 쉬어가는 셈 치고... 동료들을 많이 활용하고 자신의 볼 터지 횟수를 줄이는게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팀은 점점 밸런스를 찾아 가는 것 같다. 어느 정도 베스트 멤버의 윤곽이 나오고, 상황별 교체 패턴이나 전술 변화도 예측 가능한 상태다. 다만... 완성도가 문제다. 여전히 작은 실수가 계속 나오고 있으며 실수 후에 백업이 안된다. 뭔가 의도대로 안되는지 선수들 끼리도 내탓 네탓 공방이 좀 있는 것 같다.
최근 임상협이 꾸준히 득점하고있다. 왠지 여기서 만족하고 말 것 같은 우려가 있는데, 더 높은 목표를 가졌으면 좋겠다. 많은 재능을 가진 선수인데 자신을 대표하는 캐릭터가 아직 부족하다. 쉽게 쉽게 주거니 받거니도 잘하는 것 같고, 공간 파고드는 것도 좋고, 슛이 좋은 걸로 봐서 프리킥 감각도 남다를것 같은데... 그건 아닌가? 하여튼, 누구에게나 어필할 수 있는 임상헙만의 뭔가가 있으면 더 좋을 것같다.
수원전에서는 경합 상황에서 거의 볼을 따내지 못했다. 수원전뿐 아니라 이번 시즌 유독 경합에서 볼을 따내지 못한다. 타쉬와 이승모는 키에 비해 몸빵이 약하고, 몸빵 좋은 신인 이호재는 경기 스피드를 따라가지 못한다. 수비도 마찬가지다. 경합에서 지다보나 세컨 볼 찬스도 상대에게 넘어갈 때가 많다. 덕분에 간만에 아주 쫄깃쫄깃하게 경기를 보고 있는데...
문제는 수원이나 제주처럼 작정하고 몸으로 밀고 달려드는 팀들을 상대할 때 유독 경합에서 밀린다는 것이다. 임자 없는 공이 보이면 상대는 전속력으로 공을 부셔버릴 듯 달려들거나 뛰어 오르는데 우리는 이쁘게 공을 차지하려고만 한다. 상대의 몸이 공을 먼저 건드리고, 반칙을 얻어도 상대편이 얻어내게 된다. 먼저 움직이고 많이 뛰는 팀을 상대하기 위한 전술적인 완성도도 아직 부족한 것 같고...
신광훈은 왜 퇴장을 당했을까? 권완규는 왜 경기장에서 쌈박질할 듯이 성질을 부릴까? 어쩌면 동료 선수들에게 부릴 성질을 상대팀에게 부리는 것은 아닐까 싶다. 제발 내부적인 갈등은 없었으면한다. 선수들끼리 한 번 진지하게 자신들을 돌아 볼 시점인 것 같다.
오늘도 간첩 모드로 직관
여느 때 같았으면 S석(원정석) 어디선가 늘 만나는 노인네들과 맥주 한 잔 하면서 응원과 야유의 꿀잼 콤비네이션을 구사하고 있었을텐데... 그게 참 아쉽다. 우리 선수들과 함께 호흡하고 격려하고 아쉬워하면서, 나의 기분과 감정을 표현하면서 축구를 보고 싶은데 말이다.
나만 그런가? 아닐거다... 경기장에서 살짝살짝 둘러보면 분명 포항팬들 여럿이 잠입해 있다. 표정이나 리액션을 봐도 알 수 있고, 스마트폰 케이스만 봐도 알 수 있고, 굳이 빨간색이나 까만색 옷을 입고 무뚝뚝하게 앉아있는 것을 보고도 알 수 있다. 우리는 이렇게 경기장 곳곳(아마도 S석에 가장 가까운 곳)에서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하는 홍길동의 마음으로 경기를 보고 있다구...
요즘 영... 축구장 맛이 안난다. 그나마 홈 경기는 좀 나은데, 우리팀을 향한 리액션을 전혀 할 수 없는 원정경기는 참 허전하다. 다음주에 인천 경기를 가야하나 말아야하나... , 그 다음주 수원FC 경기를 가야하나 말아야하나... 이럴 땐 차라리 입장료라도 깎아줬으면 좋겠다. 싼 맛에라도 가게!
행복해라 신화용~ 아프지 말고, 사기 당하지 말고... 나이들면 여기저기 쑤시고 아프더라, 귀는 점점 얇아지고 판단력은 흐려지더라... ^^ 그래도 덕분에 행복했었지! 키 5cm가 딱 아쉽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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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 팬들도 답답할꺼다. 시즌 초반 뭔가 화끈한 역습과 어린 선수들의 빠르고 경쾌한 플레이에 잔뜩 고무되었으나, 최근에는 중량감 있는 선수의 부재로 인해 경기 내용이 단순하고 꽉 막힌 느낌이 들겠지... 뭐, 니들이나 우리나 5등 6등 싸움하는 현실이 참 서글프구나... ㅜ.ㅜ
그래도 니들은 서울이 니들보다 아래 있어서 작은 위안이라도 되겠다만... 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