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6. 6. 17:26ㆍ월드컵 여행 - 2014 브라질/1. 상파울루
26시간이 걸려 우리나라의 지구 반대편에 있는 나라 브라질, 월드컵이 열리는 나라의 도시 상파울루에 도착했습니다.
시차는 12시간! 지구 반대편, 밤과 낮이 반대인 곳이내요^^
언제나 그렇지만 여행의 처음은 늘 설레입니다. 게다가 축구의 나라, 펠레의 나라, 월드컵의 나라에 가는 것이니까요. 약간의 과장으을 보탠다면 이미 브라질이 월드컵 개최국으로 선정되는 순간부터 설레었을 겁니다.
하지만, 맘 놓고 설레일 수 없는것도 사실이죠.
최근 들리는 브라질 소식은 치안이 불안하고 범죄율이 급격히 높아졌고 기타 각종 사건사고와 시위가 연일 벌어지는 무시무시한 나라니까요. 저와 함께 월드컵을 준비한 사람들이 몇몇 있는데... 다들 하나 같이 브라질의 치안 문제로 요 며칠을 보낼 정도였고, 저 또한 불안하기는 마찬가지구요.
결론적으로, 오늘 제가 상파울루에 도착해서 하루를 지내본 결과, 여행자로서 조심할 것 조심한다면 지레 겁먹고 움츠릴 정도의 상황은 아니라고 할 수 있겠네요.
물론 한국처럼 안전하지는 않겠죠. 거의 사람들 중에 목에 카메라 걸거나 값비싼 쥬얼리로 치장하고 다니는 사람이 안보이고, 다들 수수하게 다니고, 대형 건물 앞에는 경호원이 서 있고, 곳곳에 경찰이 돌아다니는 걸루 봐서는 분명히 치안 불안요소가 있습니다만...
이른 새벽에 도착한 덕에 해가 뜨는 멋진 상파울루의 모습을 창밖으로 보면서, 장시간 비행기에서 시달린 눈꺼풀을 스르륵 풀면서 시내로 들어왔습니다.
새벽 5시경에 도착한 후 저녁 6시까지 숙소 부근을 둘러보고 지하철(메트로)도 타봤는데 불안하다거나 고약한 기색은 보지 못했습니다. 장시간 비행기를 탄 후 씻지도 못한 상태였고, 비교적 허름하게 코스프레한 저의 후줄근 스타일도 한 몫은 했을거구요^^
저는 상파울루 시내 남쪽의 파울리스타( Paulista) 대로 근처에 숙소를 잡았습니다. 서울로 지면 테헤란로 같은 곳인데, 아침 일찍부터 출근하는 사람들로 활기차고, 하루 종일 많은 사람들이 오가는 곳입니다. 높은 빌딩들이 모여 있고 주변에 호텔이나 음식점들도 많이 있구요.
너무 일찍 도착하는 바람에 호텔 체크인은 못하고, 짐만 맡겨 놓은 후에 시내 나들이를 했습니다. (약 30시간 가까이 씻지 못한 몰골로^) 일단 아침 식사부터 했는데, 빵 하나와 커피 한 잔 하는데 대략 5천원 정도 되더군요. 출근하는 사람들이 간단하게 아침 때우는 곳인데, 그 정도면 여행자에게는 충분히 훌륭한 아침 식사지요. 늘 그렇듯이 영어가 서로 서툴러도 간단한 손짓과 약간의 미소만 주고 받으면 먹고 싶은 것은 얼마든지 먹을 수 있습니다.
아침 식사 후에 파울리스타 대로를 끝까지 걸어서 월드컵 트켓 프린링 하는 곳으로 갔습니다. 티켓을 우편으로 미리 받을 수도 있지만, 제 티켓은 8강까지 세트로 되어 있는 것이라서 티켓을 미리 받을 수는 없고 현지에서 프린팅 해야 합니다. 상파울루에는 세 곳이 있는데, 저는 파울리스타 대로에서 가까운 " Centro Cultural Sao Paulo" 라는 곳에서 프린팅을 했습니다. ( FIFA 사이트에서 사전에 예약할 수 있습니다. 예약한 시간에 가면 줄을 서지 않고 할 수 있죠. 저도 미리 예약은 해 놓았는데 오전에 딱히 할일도 없어서 그냥 찾아갔습니다.)
또한 역시나 마찬가지로... 서로 짧은 영어이고, 같은 알바벳이지만 포루투갈어 읽기와 영어 읽기 방법이 다르지만... 약간위 손짓과 지도와 미소를 몇 번 거치면 별로 어렵지 않게 찾아갈 수 있습니다. ^^
아직 월드컵 개막까지는 일주일이나 남은 상황... 분위기 아~주 썰렁한 티켓 센터를 저 혼자 독차지하고서 매우 여유만만하게, 친절한 안내를 받으면서 티켓을 프린팅 했습니다. 16강전부터는 대진이 확정되지 않았기 때문에, 지금은 예선 3경기만 프린팅이 가능합니다.
티켓을 집어들고 이번에는 상파울루의 메트로(지하철) 탐색에 나섰습니다. 머 대충... 공항 도착해서 숙소까지, 또 숙소 주변을 돌아본 결과 어느정도 주의하고 예의에 벗어나지만 않는다면 크게 위험하진 않겠다는 판단은 이미 섰으니까요.
상파울루의 메트로는 잘 돼있는 편입니다. 깨끗하고 안전하고 친절합니다.
가격도 3헤알(2천원이 조금 안됨)로 저렴한 편이구요. 당일권은 팔지 않고 일회권만 파는데, 예전에 우리가 사용하던 종이로된 지하철 승차권과 똑같습니다.
특히 제가 묵은 숙소는 메트로역에 바로 붙어 있어서 편리했고, 팬페스트 장소나 경기장도 모두 메트로로 갈 수 있습니다.
월드컵 경기장에 가는 급행 노선도 최근에 오픈을 했다고 하니 매우 편리할 듯 하네요.
호텔 체크인을 하고, 간단한 스넥으로 점심을 때우고, 더럽고 꾀죄죄한 몸땡이도 좀 씻고, 침대에 누워서 약간의 인터넷 놀이를 즐기고... 다시 도시 탐색에 나섰습니다. 파울리스타 대로 남쪽의 자르뎅( Jardin) 지역!
파울리스타 대로가 테헤란로라면 자르뎅 동네는 청담동쯤 됩니다.^^
브랜드샵이 곳곳에 보이고, 각종 주얼리나 악세사리, 공예품 가게, 근사한 노천 카페와 식당, 젊고 활기찬 멋쟁이들과 비싼 유모차를 밀고 가는 앳된(?) 아줌마. 곱고 우아하게 나이드신 할매랑 할배들. 그리고, 그 사이 중간중간 보이는 젊고 상스러운 몇몇 동네 형들과 간혹 보이는 구걸하는 사람...
눈에 보기에도 있어보이고, 실제로도 비싼 동네 있잖아요^^ 그런 느낌아시겠죠?
맘 먹고 가게 하나 골라 들어갔더니 친절하고 영어도 잘하고 이쁘기까지한 웨이트레스가 잘 안내해 주더군요.
간단하지만 싸지 않은... 연어를 얹은 타르티니 어쩌구 저저꾸 하는거랑 브라질 맥주 바뎅바뎅( Baden Baden) 을 시켰더니 3만원 찍어 주시더군요 ㅠ.ㅠ
가격을 보니 청담동 맞는 모양입니다.^^
어쨌는 여유있게 저녁식사를 하고, 근처를 좀 더 둘러본 후 숙소로 돌아왔습니다.
저도 그렇고 제 주변분들도 그렇고... 출발하기 전에 안전문제로 많은 걱정들을 하셨는데, 별 탈 없이 즐겁게 저의 첫번째 브라질인 상파울루에서의 하루를 보냈습니다. 조심할 것 조심하고, 여행자로서의 예의를 잃지 않는다면 충분히 즐거운 월드컵을 즐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날씨는 우리나라 5월말 6월초 날씨입니다. 낮에는 햇볕 강하고 덥지만 아침저녁은 살짝 서늘합니다. (18도 정도?) 저는 그냥 반팔로도 다닐만 한데, 이 동네 사람들은 점퍼나 파카를 입고 다니기도 하네요^^ 적당히 가겹게 걸쳤다 벗을 수 있는 긴팔 하나 준비하시면 될 것 같네요. 대도시이긴 하지만 하늘도 깨끗하고 따뜻한 곳입니다.(하지만 네트웍이 느린 곳 ㅠㅠ)
내일은 아르헨티나로 넘어갑니다. 이제 본격적인 여행이네요. 다시 브라질로 돌아올 때는... 아마 훨씬 더 현지화된 몸땡이와 정신상태가 되어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저녁에 피곤해서 잠깐 누웠는데... 시차 때문인지 4시간을 내리 자버렸습니다. 지금시간 현지 시간으로 새벽 2시... 공항가려면 6시 전에 일어나야하는데... 왠지 밤을 샐 것 같은 불길한 느낌이네요^^
여행의 설레임 때문에 잠이 잘 안오기도 하고... 또 한국에 있는 친구들과 채팅하느라 잠을 못 이루기도하고....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