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로드 (The Road)
2011. 11. 29. 22:05ㆍ사는게 뭐길래/볼거리먹거리놀거리
코맥 맥카시(Cormac McCarthy) 지음
정영목 옮김
문학동네, 2008.
영화로도 만들어졌다죠? (영화는 아직 보지 못했습니다.)
꽤 오래 전에 책 많이 읽는 오래된 친구가 추천해 주었던 것으로 기억됩니다. 친구에게 추천 받은 책 몇권을 사서 서재에 꽂아 두었다가...
문득 마음이 동하고 손길이 가면 한 권 뽑아서 읽곤하지요.
그래서... 서재에 있는 책 중에 제가 아직 읽지 않은 책이 얼추 20~30%는 되지 않을까 싶네요. ^^
그렇게 손에 잡고 읽은 책이 바로 이 책, '로드(The Road)'입니다.
친구가 역시 좋은 책을 선물해 주었습니다.
그리 길지 않는 책이지만 읽는 내내 많은 생각을 하게 되더군요.
모든 것이 무너져 버린 세상, 그럼에도 몇몇은 살아 남은 세상.
정말로 살기 위해 사는 사람들만이 힘겹게 하루 하루를 살아갈 수 밖에 없는 세상이겠지요.
'로드'는 이런 세상에 던져진 아빠와 아들의 이야기입니다.
이렇게 살아 남은 아빠와 아들은 살아 있는 생명체의 본능으로 밖에 살아갈 수 없습니다.
누군가의 공격을 받지 않기 위해서, 먹을 것을 찾기 위해서, 잠시나마 몸 하나 뉠 곳을 찾기 위해서...
그들은 멈추지 않고 어디론가 나아가야 합니다.
길에서 만나는 모든 사람과 사물을 경계해야 하고, 그러면서 한 편으로는 그 하나하나를 샅샅이 뒤지면서 먹을 것과 생필품을 뒤져야합니다.
때로는 나쁜 사람을 만나고, 때로는 자기들 보다 더 동정이 필요한 사람을 만나고...
때로는 먹을 것이 가득한 지하실을 발견하기도 하고, 때로는 끔찍한 죽음만이 있는 집을 만나기도 하고...
그렇게 힘겹게 힘겹게 길을 나서지만, 그런 과정에서도 어떻게든 먹고 자고 씻고 웃을 수도 있습니다.
세상은 그렇게 어떻게든 살아지게 되는 것인지...
며칠 굶는 것은 죽음이 아니라 그냥 배고픈 것이고, 매서운 추위가 있는 곳은 머물 수 없는 불모지가 아니라 그냥 추운 것이고, 아픈 것은 치료해야할 질병이 아니라 그냥 아픈 것입니다.
버려진 땅에는 여전히 많은 것이 있지만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별로 없지요.
그렇게 없는 것 투성이인 세상을 아빠와 아들이 함께 나아갑니다.
무엇을 위해서 나아가는 것이 아니라... 그냥...
아빠와 아들의 대화는 군더더기 없이 솔직하고 짧습니다.
모든 것이 쓸려간 세상, 매일 매일 아슬아슬하고 불안한 삶이기 때문에 대화조차 그런 모양입니다.
저와 아들 녀석의 대화도 그리 길지는 않습니다.
우리 아이는 책 속의 아이처럼 군더더기 없이 말하는 습관이 있습니다.
아들 녀석의 말은 언제가 간단하고 꾸밈이 없지요.
백지처럼 천진난만한 자신의 지식으로 납득이 안가면 묻고 또 묻습니다.
그리고 책 속의 아이처럼 때로는 내가 상상하지 못한 짧은 단어로 많은 것을 제게 말하기도합니다.
녀석이 선택하는 단어가 상상외의 멋진 것일 때도 있고, 때로 이것은 아빠이기 때문에 알아 듣는 말이기도 합니다.
글을 읽는 내내... 마치 제가 아들 녀석과 함께 먼 길을 떠나는 듯한 느낌을 받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어쩌면 움직일 수 밖에 없는 숙명을 가진 유목민인 듯이... 끊임 없이 움직이고 무엇인가를 찾아 나서야만하는 우리들의 모습을 떠올리기도 했습니다.
힘든 길이지만... 행복 보다는 변함 없는 불행만이 이어지는 길일 가능성이 더 크지만...
그래도 묵묵히 나아가면서, 인간성을 상실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서도 인류의 양심과 가치를 잃지 않는 아빠와 아들의 모습은 숙연하기까지 합니다.
나는 아들 녀석과 그런 여정을 함께 감당해 낼 수 있을까...
아들 녀석은 또 그런 여정을 감당해 내고, 마침내는 아빠가 떠난 채 홀로 남겨진 그 엄혹한 세상에서도 꿋꿋하게 살아갈 수 있을까...
살아가겠지요.
아니,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살아지겠지요.
얼마나 살아질지는 모르지만 살아지는 만큼 살아지겠지요.
특별히 희망이랄 것도 없지만, 그렇다고 딱히 멈출 이유도 없이 그렇게....
폐허가 된 세상이건, 모든 것이 풍부한 세상이건, 도덕과 문화가 있는 세상이건, 인류이기 전에 동물의 본성이 지배하는 세상이건...
어쨌든 세상은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살아지는 것이 본래의 모습인가 봅니다.
.....
책을 읽으면서 번역가 '정영목'에 대해서 주목하게 됩니다.
그가 번역한 '눈 먼 자들의 도시'에서 느꼈던 문체가 그대로 느껴진 것은, 아마도 '주제 사라마구'와 '코맥 맥카시'의 문체가 비슷하기 때문이 아니라 번역가 '정영목'만의 냄새가 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원문을 읽어 보지는 못했습니다만, '정영목'의 번역은 그를 마치 작가인양 느끼게 만드네요.
훌륭한 번역은 또 하나의 원작이 되는 것 같습니다.
정영목 옮김
문학동네, 2008.
영화로도 만들어졌다죠? (영화는 아직 보지 못했습니다.)
꽤 오래 전에 책 많이 읽는 오래된 친구가 추천해 주었던 것으로 기억됩니다. 친구에게 추천 받은 책 몇권을 사서 서재에 꽂아 두었다가...
문득 마음이 동하고 손길이 가면 한 권 뽑아서 읽곤하지요.
그래서... 서재에 있는 책 중에 제가 아직 읽지 않은 책이 얼추 20~30%는 되지 않을까 싶네요. ^^
그렇게 손에 잡고 읽은 책이 바로 이 책, '로드(The Road)'입니다.
친구가 역시 좋은 책을 선물해 주었습니다.
그리 길지 않는 책이지만 읽는 내내 많은 생각을 하게 되더군요.
모든 것이 무너져 버린 세상, 그럼에도 몇몇은 살아 남은 세상.
정말로 살기 위해 사는 사람들만이 힘겹게 하루 하루를 살아갈 수 밖에 없는 세상이겠지요.
'로드'는 이런 세상에 던져진 아빠와 아들의 이야기입니다.
이렇게 살아 남은 아빠와 아들은 살아 있는 생명체의 본능으로 밖에 살아갈 수 없습니다.
누군가의 공격을 받지 않기 위해서, 먹을 것을 찾기 위해서, 잠시나마 몸 하나 뉠 곳을 찾기 위해서...
그들은 멈추지 않고 어디론가 나아가야 합니다.
길에서 만나는 모든 사람과 사물을 경계해야 하고, 그러면서 한 편으로는 그 하나하나를 샅샅이 뒤지면서 먹을 것과 생필품을 뒤져야합니다.
때로는 나쁜 사람을 만나고, 때로는 자기들 보다 더 동정이 필요한 사람을 만나고...
때로는 먹을 것이 가득한 지하실을 발견하기도 하고, 때로는 끔찍한 죽음만이 있는 집을 만나기도 하고...
그렇게 힘겹게 힘겹게 길을 나서지만, 그런 과정에서도 어떻게든 먹고 자고 씻고 웃을 수도 있습니다.
세상은 그렇게 어떻게든 살아지게 되는 것인지...
며칠 굶는 것은 죽음이 아니라 그냥 배고픈 것이고, 매서운 추위가 있는 곳은 머물 수 없는 불모지가 아니라 그냥 추운 것이고, 아픈 것은 치료해야할 질병이 아니라 그냥 아픈 것입니다.
버려진 땅에는 여전히 많은 것이 있지만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별로 없지요.
그렇게 없는 것 투성이인 세상을 아빠와 아들이 함께 나아갑니다.
무엇을 위해서 나아가는 것이 아니라... 그냥...
아빠와 아들의 대화는 군더더기 없이 솔직하고 짧습니다.
모든 것이 쓸려간 세상, 매일 매일 아슬아슬하고 불안한 삶이기 때문에 대화조차 그런 모양입니다.
저와 아들 녀석의 대화도 그리 길지는 않습니다.
우리 아이는 책 속의 아이처럼 군더더기 없이 말하는 습관이 있습니다.
아들 녀석의 말은 언제가 간단하고 꾸밈이 없지요.
백지처럼 천진난만한 자신의 지식으로 납득이 안가면 묻고 또 묻습니다.
그리고 책 속의 아이처럼 때로는 내가 상상하지 못한 짧은 단어로 많은 것을 제게 말하기도합니다.
녀석이 선택하는 단어가 상상외의 멋진 것일 때도 있고, 때로 이것은 아빠이기 때문에 알아 듣는 말이기도 합니다.
글을 읽는 내내... 마치 제가 아들 녀석과 함께 먼 길을 떠나는 듯한 느낌을 받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어쩌면 움직일 수 밖에 없는 숙명을 가진 유목민인 듯이... 끊임 없이 움직이고 무엇인가를 찾아 나서야만하는 우리들의 모습을 떠올리기도 했습니다.
힘든 길이지만... 행복 보다는 변함 없는 불행만이 이어지는 길일 가능성이 더 크지만...
그래도 묵묵히 나아가면서, 인간성을 상실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서도 인류의 양심과 가치를 잃지 않는 아빠와 아들의 모습은 숙연하기까지 합니다.
나는 아들 녀석과 그런 여정을 함께 감당해 낼 수 있을까...
아들 녀석은 또 그런 여정을 감당해 내고, 마침내는 아빠가 떠난 채 홀로 남겨진 그 엄혹한 세상에서도 꿋꿋하게 살아갈 수 있을까...
살아가겠지요.
아니,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살아지겠지요.
얼마나 살아질지는 모르지만 살아지는 만큼 살아지겠지요.
특별히 희망이랄 것도 없지만, 그렇다고 딱히 멈출 이유도 없이 그렇게....
폐허가 된 세상이건, 모든 것이 풍부한 세상이건, 도덕과 문화가 있는 세상이건, 인류이기 전에 동물의 본성이 지배하는 세상이건...
어쨌든 세상은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살아지는 것이 본래의 모습인가 봅니다.
.....
책을 읽으면서 번역가 '정영목'에 대해서 주목하게 됩니다.
그가 번역한 '눈 먼 자들의 도시'에서 느꼈던 문체가 그대로 느껴진 것은, 아마도 '주제 사라마구'와 '코맥 맥카시'의 문체가 비슷하기 때문이 아니라 번역가 '정영목'만의 냄새가 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원문을 읽어 보지는 못했습니다만, '정영목'의 번역은 그를 마치 작가인양 느끼게 만드네요.
훌륭한 번역은 또 하나의 원작이 되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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