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봉에서 진짜 바다를 보다

2010. 6. 10. 00:11월드컵 여행 - 2010 남아공/1. 케이프 타운


[6월 8일]

케이프 타운의 해변을 따라 희망봉까지 다녀왔습니다.
어제 비가 내려서 오늘 날씨가 어떨지 상당히 걱정이 되었는데, 다행히 오늘은 날씨가 좋았습니다.
케이프 타운의 겨울...
맑고 푸른 바다와 함께 해변과 절벽을 때리는 파도가 사람의 가슴을 시원하게 해 주네요.
예정보다 케이프 타운에서의 일정이 줄어들었기 때문에 케이프타운의 곳곳을 모두 둘러보지 못한 점이 아쉽지만, 희망봉에 서서 바다를 가슴에 품어 봤다는 것으로 위로를 삼아야죠. ^^

희망봉에 가는 길에 그린 포인트와 헛 베이(Hout Bay)를 들렀습니다.
그린 포인트는 말 그대로 푸른 잔디가 깔린 곳입니다.
해변 바로 옆에 넓은 잔디받이 있습니다.
저희가 찾았을 때는 럭비 연습을 하는 아저씨들과 축구(사실상 공놀이)를 하는 아이들 뿐...
기타 산책하는 사람과 조깅하는 사람 정도?
겨울이라서 그런지 파도는 약간 사납게 몰아치더군요.

 


Hout Bay는 작은 어촌 같은 느낌입니다.
배들이 많이 정박해 있고, 물개(바다표범인가?)를 가까이에서 볼 수 있고, 생선을 배에서 내리고 손질하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7번국도를 따라 가면서 볼 수 있는 풍경의 케이프 타운 버전쯤 될까?
케이프 타운은 모든 것이 곱게 차려진 휴양도시의 분위기입니다만 역동적인 느낌을 받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아침부터 생선을 나르고 손질하는 Hout Bay의 분주한 모습에서 생기가 느껴지더군요.

 

 

Hout Bay를 지나 한 참을 달려 다다른 곳이 바로 희망봉(Cape of Good Hope)!
사실 저는 희망봉의 바다라고 해서 별다른 것이 있을까... 하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기암절벽에 시원한 바다를 볼 수 있는 곳은 많으니까요.

하지만... 희망봉은 좀 다른 느낌이었습니다.
마치 뱃머리에 부딪치는 파도를 맞으면서 바다를 향해 항해하는 느낌이 들더군요.
책에서 배운 것이 머리에 강하게 남아 있어서 그럴 수도 있겠지만, 희망봉 옆의 케이프 포인트에 서면 대륙의 끝자락에 서 있다는 느낌이 저절로 드는 것 같습니다.
진짜 바다의 느낌이라고 해야할까?
강하게 절벽을 때리는 파도, 끝없이 큰 두 개의 바다를 양쪽에 거느린 듯한 느낌, 왠지 앞으로 전진해야만 할 것 같은 느낌...
넓은 바다를 보면서 잔잔하게 마음이 가라 앉는 것 같으면서도 뭔가 꿈틀거리듯이 가슴이 확 치미는 느낌이었습니다.

 


아쉽지만 희망봉을 본 것으로 케이프 타운에서의 일정은 마무리 짓고, 내일은 대한민국의 첫 경기가 열리는 포트 엘리자베스로 향합니다.
첫 경기가 열리기 바로 전날, 6월 11일에 포트 엘리자베스에 들어갈 예정입니다.
버스를 타면 10시간이면 갈 수 있는 곳이지만 동행하는 친구들과 함께 좀 더 길게, 여유있게 움직이려고 합니다.
남아공에서 가장 아름답다는 해변을 휙 지나칠 수는 없으니까요.

아름답지만 리조트의 냄새를 지울 수 없는 케이프 타운을 벗어나서 진짜 해변과 바다를 느끼면서 포트 엘리자베스로 달려가렵니다!

PS) 당초에는 저 혼자 버스를 타고 이동할 계획이었는데, 여행중에 만난 친구들과 함께 차를 운전해서 갈 예정입니다.
좀 더 자유롭고, 좀 더 여유와 운치가 있는 여행이 될 듯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