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5. 20. 20:02ㆍ월드컵 여행 - 2010, 케냐에서 남아공까지/1. 케냐
[5월 19일]
정말 아름다운 기차를 타고 나이로비에서 몸바사로 왔습니다.
초원을 달리는 야간 침대열차의 묘미를 만끽할 수 있는 최고의 열차 중 하나가 아닌가 생각됩니다.
비로소 내가 지금 아프리카의 여행자임을 알겠네요.^^
저녁 7시 정각, 나이로비 출발! 15시간 후면 몸바사에 도착한답니다.^^
게다가 1등석!
2층 침대 컴파트먼트(방)지만 저 혼자 씁니다. 작은 세면기까지 있습니다.
1층에 제 침상을 세팅해 주고, 2층에는 편안하게 짐을 풀어 놓았습니다.
객실 매니저가 돌아다니면서 일일이 케어를 해 줍니다.
더구나... 저 혼자 쓰는 컴파트먼트이기 때문에 담배까지 필 수 있습니다.^^
방에서 복도 방향 | 복도에서 본 모습 | 작은 세면대 |
침구 (세팅전) | 세팅완료 (서비스맨이 함) |
안전요?
말씀 드렸잖아요... 1등석입니다.
문 걸지 않고 식당칸에서 2시간을 떠들다 와도 아무 걱정이 없습니다.
썩 괜찮은 저녁식사와 아침식사가 제공되고, 케냐 최고의 맥주 터스커(Tusker)를 마시며
처음만난 그 누구라도 함께 어울려서 각자의 여행담을 수다스럽게 쏟아 낼 수 있습니다.
15시간의 긴 열차 여행이 지루하다고요?
그런소리 마세요...
50달러에 재워주고 먹여주고 서비스도 일품입니다.
수프와 빵을 먹고, 썩 괜찮은 야채 커리와 닭고기와 쇠고기와 밥을 먹고
과일과 커피가 제공되는 저녁 식사가 있습니다.
홀로 여행하는 네 사람을 한 테이블에 모아 주더군요.
제 옆에 있는 친구는 미국에서 나홀로 선교활동을 온 피터군!
제 옆방을 썼는데... 어찌나 부침성이 좋은지 이번 여행을 즐겁고 유쾌하게 한 1등 공신입니다.
그 맞은편의 버락 오바마 사촌같이 생긴 사람은 여행업을 하는 프란시스로 피터의 옆방,
그 옆의 몸매 여유로운 아저씨는 미국에서 케냐로 유학오는 학생들을 지원하는 무토냐입니다.
남자들도 이렇게 수다스러울 수 있구나... 하고 느낄만큼 서로 신나게 떠들고...
각자 방으로 돌아가는 길에는, "내일 아침 7시에 이 테이블로 다시 모여서 아침먹자!"
기어이 아침까지 어울려 먹은 후에, 각자의 연락처를 주고 받았습니다.
1등석 치고는 화장실이 좀 어이없습니다.
거의 100년이 다된 열차이고, 시설은 우리나라의 무궁화호에 훨씬 못미칩니다.
예상 도착시간 보다 1시간이 넘게 연착되는건 다반사지요.
그러나... 이 모든 것을 상쇄하고도 남을 만큼 좋은 추억을 남겨줄거라 확신합니다.
이 열차의 백미는?
무엇보다도... 창문을 내리고 밖을 바라보면 케냐의 평원위로 쏟아지는 별을 하늘 가득 볼 수 있습니다.
지평선 위는 모두 반짝이는 별로 가득하고,
지평선을 향해 달려가는 열차는 별 무리를 향해 이륙하는 은하철도 999처럼 느껴집니다.
달리는 열차에서 도저히 쏟아지는 별을 찍을 수가 없어서 너무 안타깝습니다.
창 밖으로 머리 내밀고, 어렵사리 기차 모습만 찍을 수 있었네요.
제가 느낀 하늘의 별들을 직접 그려 넣어 봤습니다. 실제는 이것보다 훨씬 멋지다는 사실!
케냐 오신다구요? 나이로비를 본 후 몸바사나 키수무를 가실 계획인가요?
놓치지 말고 이 열차를 꼭 타세요!
평생에 못잊을 추억을 되돌려 줄거에요.
재수가 좋으면
...
메텔을 만날지도 모릅니다.^^
비록 메텔도 못 만나고 에스메랄다도 못 만났지만...
어쨌든 무사히 행복하게 몸바사에 도착했답니다!
PS) 한 템포 쉬고... 때 좀 벗기고나서... 해뜨는 아침에 기차에서 찍은 케냐 초원의 모습 올릴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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