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명보와 베어벡에 대한 우려

2006. 11. 14. 14:01축구가 뭐길래/Steelers & Reds

국가대표 선수 차출 문제부터 시작해서
핌 베에벡 감독의 꼴이 말이 아니다.

일단... 대표팀의 감독으로서 '막강한 힘'을 과시하지 못한 것 때문에
앞으로 그의 감독직 수행이 그리 평탄치 않을 것 같아 걱정이다.
프로팀에게 양보할 것은 확실하게 양보하고
가져갈 것은 확실하게 가져가는 모습을 보였으면 좋았을텐데
축구협회와 프로연맹 사이에서 자신의 힘을 확인시키지 못한 채
이런저런 난타만 당하는 꼴이 되고 말았다.
(이게 대표팀 감독으로서 앞으로 얼마나 큰 재앙이 될 것인지...
한 번 밀려서 만만한 감독이 되는 순간, 좀처럼 그 힘을 다시 찾기는 쉽지 않다.)

사실 문제의 본말을 놓고 보자면 베어벡 감독이 무슨 죄가 있겠는가...
대표팀 출전 경기의 경중을 따져서
그에 상응하는 미션이 감독에게 주어져야할텐데...

아시안컵 이란전은 본선의 전초전이라 중요하고
아시안게임은 선수들 병역이 걸려서 중요하고
올림픽팀은 한일전이라 중요하고...

결국 하나 같이 버릴 것이 없고, 감독에게는 '모두 이겨라!' 라는 요청뿐이라면
있던 없던 간에 쥐어짜고 뒤틀어서라도 팀을 꾸릴 수 밖에 없는 것이 감독이니까...

....

나는 사실 K리그 팀과 협회, 연맹 사이의 갈등이라든가
각 경기의 결과(승패), 챔피언 결정전 보다도 걱정되는게 하나 있다.

어쩌면... 그 동안 대표팀 감독들이 워낙 여론에 시달리는 모습을
진절머리 나도록 봐 왔기 때문에 생기는 기우일지도 모르겠다만...

이란전은 그렇다 치고...
아시안 게임에서 베어벡의 팀이 예상에 못미치는 결과를 가지고 돌아온 반면
반쪽짜리 팀을 들고 나선 홍명보의 팀이 한일전에서 멋진 결과를 낳았을 때
과연 여론이 베어벡 감독을 가만 놔 둘까 하는 걱정이다.

베어벡의 단점을 지적하고, 앞으로 그가 얼마나 비젼 없는 감독인가를
말하기 위해 연신 합리적인(사실은 합지적이진 않지만 그럴싸한) 이유가 튀어나올 것이다.

그리고... 홍명보는 더욱 빛나고...
우리의 감독은 베어벡이 아닌 홍명보라야 더 어울린다는 분위기...

....

홍명보는 매우 훌륭한 선수였으며, 또한 매우 훌륭한 지도자가 될 것이다.

그러나... 코치 과정을 거치고, 다시 초보 감독이 되어 팀 빌딩을 직접 경험한 홍명보는
훨씬 훌륭한 지도자가 될 것이다.

그리고, 멀지 않은 때에...
반드시 그는 우리 대표팀을 이끌어갈 훌륭한 지도자가 될 것이다.

자꾸 홍명보를 시험대에 올려 놓고 평점 매기기를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냥... 지금은 공부좀 하게 내버려 두면 좋을 것을...
....

베어벡은 훌륭한 지도자이다.
한국 대표팀의 감독으로서 아직 기념비적인 업적을 만들지는 못했지만
그에게 당분간의 한국 대표팀을 맡길 만큼의 능력이 충분하다는 것은
이미 그를 선임할 때 확인한 내용이다.

베어벡이 가진 것, 그리고 그가 머리에 그리고 있는 것이라도
밖으로 드러낼 수 있는 기다림이 필요할 것 같다.

업적과 성과도 물론 중요하다.
하지만, 그를 위해서는 최소한의 시간과 기회, 투자가 따라야 할 터!

설사 업적과 성과가 신통치 않더라도
그를 감독으로 선임한 이유가 분명히 있다면
그가 감독으로 무엇을 어떻게 했고, 무엇 때문에 신통치 않았는지라도
알아야 하지 않겠는가 말이다.

....

지나치게 개인적인 결론인지는 모르겠지만,
역대 대한민국 대표팀 감독 중에 무능한 감독이나 자질이 부족한 감독은 없었다.

그들의 실력이나 가능성, 열정과 의지 외에
다른 잣대를 가지고 우리가 그들을 무능한 감독이라고 말했고
그걸 기정 사실화 해서 몇몇은 무능력한 감독이 되었을 뿐이라고 생각한다.

....

설사 내가 우려하는 것과 같은 결과가 나오더라도
그냥... 있는 그대로 봐주면 안될까?

베어벡의 팀은 A, B, C의 문제로 인해 결과가 좋지 못했고
홍명보는 초보 코치임에도 훌륭했다... 라고 말이다.

아직까지는... 그냥 '훌륭한 홍명보 코치'까지만 만족했으면 좋겠고
'좀 더 시간이 필요한' 베어벡 감독 정도로만 마침표를 찍었으면 좋겠다.

베어벡은 베어벡, 홍명보는 홍명보!
감독은 감독, 코치는 코치!

그 이상의 비교는 오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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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내가 지나친 걱정을 하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