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몽골-러시아-벨로루시-폴란드-독일-체코

2006. 7. 13. 11:32월드컵 여행 - 2006, 독일까지 유라시아횡단/1.여행정보모음

이번 월드컵 여행에서 아쉬움이라면
방문한 나라들에서 보낸 시간이 너무 짧았다는 것입니다.

그 나라를 느끼기에... 하루나 이틀로는 너무 부족한 시간이었습니다.
우리로서는 "6월 12일에 프랑크푸르트에 들어간다" 라는
절대적인 시간적 제한이 있었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습니다.

비록 그 나라를 온전하게 느끼지는 못했지만
잠시나마 그곳에서 겪은 인상을 한 번 요약해 보겠습니다.

즐겁고 다양한 나라이며 가장 친숙하다는 느낌이 오는 '이웃나라'. 베이징의 경우는 이 세상의 모든 것이 짬뽕된듯한 다양함이 느껴지는 도시였고, 맨 처음 도착했던 신의주 접경의 단동에서 보았던 압록강과 일보화, 강 건너로 보이던 신의주의 모습은 이번 여행에서 가장 오래 기억에 남는 모습이기도 합니다. 꼭 다시 한 번! 경의선 열차로 신의주에 가고, 거기서 다시 기차를 타고 단둥에 가보고 싶습니다. 더구나... 우리가 단동에서 북경으로 이동한 야간열차가 평양발 열차라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뭉클한 느낌까지 들었습니다.
중국은 '다양성의 나라'라는 느낌이 가장 강합니다. 그 만큼 볼거리도 많고 신기한 것도 많고... 21세기의 첨단 모습도 있지만 몇 백년 전의 모습도 그대로 남아 있는 곳 같았습니다.
음식이 다양하다는 것 또한 큰 즐거움이었습니다. 메뉴판을 잡고 조금만 시간을 투자하면 아주 맛있는 음식을 저렴하게 즐길 수 있었으니까요.
나라가 큰 만큼... 앞으로 평생을 두고 이따금씩 중국을 방문한다면, 그 때마다 전혀 새로운 중국을 보게되지 않을까...


몽골은 놀라울만큼 한국 사람에게 친숙한 나라였습니다.
많은 몽골 사람들이 한국과 관련된 일로 돈을 벌고, 또한 한국 사람들도 현지에서 다양한 사업들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대부분 성공적으로 사업들을 하고 있다고 들었고요. (큰 돈을 벌지는 못해도 다들 왠만큼 여유있게들 산다고...)
몽골에서 가장 인상에 남는 것은...
역시나 때묻지 않은 신선함과 대자연이겠지요.
울란바토르는 그냥 한국의 지방 도시같은 느낌이었지만, 조금만 차를 몰고 나가면
광활한 초원과 맑고 푸른 하늘을 마음껏 즐길 수 있습니다. 그냥 평범한 하늘과 땅과 풀들에게서 한 없는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곳이 바로 몽골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러나... 또 하나의 아름다움인 몽골 하늘의 별을 보지 못한 것이 아쉬움으로 남는군요. 다시 한 번 몽골을 가게 된다면, 초원에서 야영을 해 보고 싶습니다.
들판과 하늘과 풀과 별의 아름다움을 찾고 싶다면, 저는 몽골을 추천하고 싶습니다.


한 번 미운털이 박히면 쉽게 잊혀지지 않는걸까요? 여행 준비하면서부터 기차 예약 문제로 고생을 했고... 미리 지불했던 100만원 정도의 표값을 떼이고, 현지에서는 도무지 영어도 안통하고, 불친절하고, 바가지가 무척 심하다... 라는 인상이 여전히 강합니다. 여행중에 겪은 러시아 사람들도 그다지 정이 가는 스타일은 아니었고요.
모스크바는 세계 각국 기업들의 전쟁터를 보는 것 같았고, 방문객의 눈으로 볼 때도 빈부의 차가 무척 심해 보였습니다. 모스크바에서 활기차고 역동적인 사람들은 그곳에서 사업을 하는 외국의 비즈니스 맨들 뿐인것 같았습니다. 과거의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지만... 반면에 과거에 대한 자랑스러움 속에서 허우적이는 것은 아닌지...
러시아 여행을 계획중인 분들께는 이르쿠츠크와 바이칼, 그리고 시베리아 횡단열차를 권해드리고 싶습니다. 이르쿠츠크가 모스크바에 비해서 좀 더 평온하고 안전한 느낌이었습니다.
바이칼의 아름다움, 그 호수를 바라보는 순간의 평온함과 환희는 말할 필요가 없겠지요.
저는 3박 4일 동안 시베리아 횡단열차를 경험했습니다. 때론 다소 지루하기도 했지만...
쉬지 않고 대 평원을 달리는 열차와 차창 밖으로 펼쳐지는 풍경은 열차 여행의 진수가 아닐까 생각됩니다.
기회가 된다면... 하얀 눈이 내린 겨울에 다시 한 번 그 열차를 타보고 싶습니다.
그리고, 바이칼의 명물인 '오물' 안주를 놓고 진한 보드카나 '발티카' 맥주를 한 잔 쭈우~욱!


벨로루시는 기차로 통과만 했기 때문에 러시아와 구별되는 경험을 하지는 못했습니다. 비자 받기가 꽤나 귀찮았다는 기억이 가장 강하네요 ^_^
러시아보다 더 러시아적인 나라라는 것 밖에는 모릅니다. T.T


바르샤바의 인상은 참 좋았습니다. 깨끗하면서 사람들도 친절했고, 어느 정도 영어도 좀 통했으니까요. 모스크바에서 완전히 언어 소통 불가 상태를 경험하고, 옴팡지게 바가지를 경험한 후에 바르샤바에 가서 그런지... 인상이 무척 좋았습니다.


이번 여행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낸 나라지요. 그리고, 가장 많은 사람을 만난 곳이기도 합니다. 잘 정돈된 나라, 그리고 지금까지 제가 경험한 어느 나라보다도 대중교통이 편리한 나라, 사람들이 친절하고 영어도 상당히 잘하는 나라라는 느낌입니다.
어떻게보면... 독일 사람들이 열심히 내는 세금의 혜택을 외국인들이 공짜로 즐긴다고 할만큼 대중적인 인프라가 너무나도 잘 되어 있는 나라입니다.
마치 우리가 커피를 마시듯이 시도 때도 없이 맥주를 마시지만 술 취해서 꼬장 부리는 사람은 거의 없을만큼 젠틀하고 절제된 삶을 사는 사람들 같더군요.
반면에... 라이프찌히에서는 과거 동독과 서독 지역의 불균형이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독일의 문제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독일 사람들이 주변 국가들에 대해서 항상 침략자로서의 미안함을 가지고 산다는 것은, 비슷한 배경을 가진 일본이 우리와 중국을 대하는 모습과는 매우 달랐지요. 얼마나 주변 국가들에게서 압력을 받았을까... 하는 생각도 들지만, 고개 바싹 세우면서 반성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 일본이 상당히 우습게 보이기도 했지요.
하지만.. 독일은 뭐랄까... 좀 건조한 느낌?
역동적이고 일탈적이고 불쑥불쑥 튀어나오는 신나고 다양한 재미가 없어 보인다고 할까?
중국에서 받았던.... 소위 '재밌다!'라는 느낌은 받지 못했습니다.
학교에서도... 모범생들이 많은 학급은 재미가 없지요 ^^


독일을 경험하고 체코로 간 것은 큰 실수였습니다. 바로 옆 나라지만 상당히 비교가 되더군요. 프라하성의 인상적인 모습, 그리고 구 시가지의 모습은 좋았지만... 독일에 비해서 턱없이 불편한 대중교통과 바가지가 저를 불편하게 했습니다. (사실 돌이켜보면... 한국 수준의 대중교통은 제공됩니다. ^^ 우리가 경제력에 비해서 얼마나 열악한 대중교통 환경에 처해있는 걸까...)
그러나... 체코 맥주인 필스너 우르겔은 정말 환상이었습니다.
이번 여행에서 정말 수십가지의 맥주를 맛볼 수 있었는데, 그 중에 필스너 우르겔이 최고였습니다. 알콜 12도짜리 진한 맛에 뒷끝이 깨끗하고.... 얼큰하고 기분좋게 취할 수 있었습니다.
(한국에서도 판다고 하는군요... 한 번 작정하고 다시 한 번 그 맛을 느껴볼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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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더 많은 시간을 그 나라에서 보내지 못한 것이 여전히 아쉽네요.

꼭 다시 한 번 가보고 싶은 곳을 꼽으라면?

중국, 몽골, 러시아(바이칼과 시베리아 횡단열차만)

나머지는
다시 가도 그만... 안가도 그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