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게 뭐길래/볼거리먹거리놀거리(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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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목련이 진들
대학시절... 아무 생각없이 그저 흐르는 시간에 몸을 맡긴 채 별것 아닌 소일거리를 나름대로 심각하게 고민하면서 낮에는 수업을 듣는 둥 마는 둥 밤에는 어김 없이 술 한 잔을 걸치고 공부는 그저 나의 취미 생활 중 하나인양 대강 기분 내키면 하는 둥 마는 둥... 그즈음... 친구 방 책꽃이에서 우연히 책 한 권을 잡았습니다. 그리고, 박용주라는 시인의 시를 알게 되었습니다. 사실 시인이라면 거창하게... 그가 이 시를 쓴 것이 중학생이었다던가? 매일 매일 흐리멍텅한 눈으로 웃고 떠들면서 시덥잖은 것들로 일상을 꾸려가는 나로서는... 궁금했습니다... 대체 뭐가... 무엇 때문에... 한 어린 소년을 감성을 이렇게 칼날처럼 세웠을까... 난 봄이오면 미팅이나 소개팅할 생각, 이번 학기에는 뭘 하면서 놀까..
2006.05.02 -
[찌라시] 어느날의 역삼역 3종세트
오늘 점심시간... 점심 먹으러 가는 길에 찌라시 세 개를 동시에 받았다. 울 회사는 역삼역에 있다. 좋은건지 나쁜건지는 모르겠지만 회사 근처에서는 사탕이나 라이터를 돈 내고 사면 병신이다. 날마다... 점심시간마다... 어여쁜 언니들이 라이타나 사탕을 나누어준다. 오늘은 모 은행도 판촉 행사를 하는지... 찌라시 세계에서는 보기 드물게 괜찮은 물티슈까지 나눠 주더라... 역삼역에는 술집이 많다. 사람들이 말하는 역삼동 먹자골목에는 잡다한 식당과 호프집이 즐비하고 식당가 바로 옆에는 횟집이나 일식집, 괜찮은 고깃집을 비롯한 좀 더 비싼 식당이 있고 또 한편으로는 룸싸롱이나 안마시술소 등이 늘어서 있다. 그리고... 골목골목에는 고급 승용차들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고 쉴새 없이 모범 택시들이 들락거린다. 역..
2006.04.18 -
[시인] 시인 천상병을 추모하며...
대학시절, 무심코 잡아든 시 한편에서 천상병이란 시인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때는... 그가 어떤 인생을 살았는지, 어떤 사건으로 어떤 고초를 겪었는지는 몰랐습니다. 술 한잔, 담배 한 모금, 그리고 시 한편으로 행복할 수 있는 사람을 힘있는 자들이 그 힘을 더 오래 지키기 위해서 싸디 싼 막걸리 한 잔, 담배 한 모금 맛나게 즐길 정신을 핍박하고 육체와 이성을 파괴하려 한 짓거리에 분노가 치밉니다. 자유로운 시인은 그런 세상 속에서도 자유로울 수 있었을까... 그런 세상도 아름다웠을까... 그의 시가 아름답고, 시 속에서도 세상을 아름답다고 했지만 정말 아름다웠을까... 세상이 아름답다는 시인의 말은 더럽게 고생스러웠고 더 이상 견딜 수 없는 고통을 겪었다는 말과 다르지 않습니다. 너무 아파서... 오히..
2006.02.23 -
[노래] The Sad Cafe - Eagles
문득 시간을 돌아보면... 과거에 지녔던 생각과 꿈의 많은 부분이 지금 내 주변이 아닌 어느 먼 곳에, 과거 어느 곳에 두고 온 것을 느끼게 됩니다. 그 시절의 생각과 꿈, 이상이라고 믿었던 것들을 다시 찾으러... 언젠가는 돌아가리라 생각하면서! The Sad Cafe - Eagles Out in the shiny night The rain was softly falling The tracks that ran down the boulevard Had all been washed awayOut of the silver light The past came softly calling And I remembered the times we spent Inside the Sad CafeOh, it seemed l..
2006.02.23 -
[에세이] 시인 조지훈이 말하는 주도 18단
나는 어디에 해당할까? ------------------------------------------------------------ 주도에도 단이있다.(酒道有段) 술을 마시면 누구나 다 기고만장하여 영웅호걸이 되고 위인현사도 안중에 없는 법이다. 그래서 주정만 하면다 주정이 되는 줄 안다. 그러나 그 사람의 주정을 보고 그 사람의 인품과 직업은 물론 그 사람의 주력(酒曆)과 주력(酒力)을 당장 알아낼수 있다. 주정도 교양이다. 많이 안다고 해서 다 교양이 높은 것이 아니듯이 많이 마시도 많이 떠드는 것만으로 주격은 높아지지 않는다. 주도에도 엄연히 단(段)이 있다는 말이다. 첫째 술을 마신 연륜이 문제요, 둘째 같이 술을 마신 친구가 문제요, 셋째는 마신 기회가 문제요, 넷째 술을 마신 동기, 다섯째 술..
2006.02.23 -
[시] 희미한 옛사랑의 그림자 - 김광규
희미한 옛사랑의 그림자 - 김광규 4·19가 나던 해 세밑 우리는 오후 다섯 시에 만나 반갑게 악수를 나누고 불도 없이 차가운 방에 앉아 하얀 입김 뿜으며 열띤 토론을 벌였다 어리석게도 우리는 무엇인가를 위해서 살리라 믿었던 것이다 결론 없는 모임을 끝낸 밤 혜화동 로우터리에서 대포를 마시며 사랑과 아르바이트와 병역 문제 때문에 우리는 때묻지 않은 고민을 했고 아무도 귀기울이지 않는 노래를 누구도 흉내낼 수 없는 노래를 저마다 목청껏 불렀다 돈을 받지 않고 부르는 노래는 겨울밤 하늘로 올라가 별똥별이 되어 떨어졌다 그로부터 18년 오랜 만에 우리는 모두 오랜만에 무엇인가 되어 혁명이 두려운 기성세대가 되어 넥타이를 매고 다시 모였다 회비를 만 원씩 걷고 처자식들의 안부를 나누고 월급이 얼마인가 서로 물었..
2006.02.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