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전북(2:0)포항 - 녹색포항 vs. 검빨포항

2021. 8. 27. 19:41축구가 뭐길래/Steelers & Reds

전지적 포항시점의 관전기(직관), 서울(2:2)포항, 2021.08.25(수), K리그1 Round 27


간만에 전주성 나들이~! 전북이라는 좋은 상대팀과 좋은 경기장이 있다. 손님을 귀하게 대접하는 전주의 분위기가 좋고 볼것 많고 먹을 것 많은 곳이다. 슬프게도... 현재 전북에서 뛰는 베스트 일레븐의 태반이 한 때는 포항 송라에서 밥먹던 선수들인지라 다른 어떤 팀보다 속속들이 알고있는 상대이기도하다.

숙소 근처의 맛집에서 참게정식 맛있게 먹을 때까지는 참 좋았는데... 경기는 0대2로 꽥! 씁쓸하게 진로 이즈백 한 병과 함께 마무리되는 그런 날이었다.

 

김기동 감독이 원한 것은

오범석과 전민광, 고영준이 스타팅으로 새롭게 나섰다. 상대는 빠르고 세밀한 역습 능력과 결정력을 가진 전북, 핵심 미드필더 신진호의 결장, 그리고 이틀 휴식 후 바로 다음 경기가 기다리는 상황. 김기동 감독은 지난 두 경기와 다른 스타팅을 들고 나올 수 밖에 없었을 것같다.

수비 라인을 내리고, 느리게 경기를 운영하면서, 수비에서 좌우 윙 포워드에게 한 번에 날아가는 띄엄띄엄 전술을 들고 나온 것 같은데... 오히려 전북이 이걸 더 잘했다. 강한 센터 포워드 일류첸코, 빠른 문선민, 라인 돌파의 귀재 김승대, 좁은 지역 드리블 돌파에 능한 송민규는 덤! 그리고 이들에게 쭉쭉 길고 빠르고 정확한 패스를 넣어주는 최철순과 최영준.

이런 전북을 상대하는 마당에 감독의 전술적인 대응으로 경기를 얻어낼 수 있었을까? 시작부터 좀 회의적이었다. 담백하게 상대가 우리보다 강하다는 것을 인정하고, 그냥 우리가 추구하는 축구를 했으면 어땠을까 싶다. 신진호의 결장이 아쉽긴하지만 지난 두 경기에서 상당히 리드미컬하고 괜찮은 흐름을 볼 수 있었는데 말이다.

나쁜 실점, 더 나쁜건 무기력 무득점

첫 실점은 수비의 실수가 있었고 두 번째 실점은 주심의 실수(?)가 있었지만 전체적으로 우리가 사용한 무기가 하나도 먹히지 않은 경기였다. 전반전에는 느린 경기운영과 강현무의 문단속으로 그럭저럭 버텼지만 후반 아주 안좋은 타이밍, 딱 우리가 공격을 만들어 보려는 시기에 실점이 나오고 말았다.

이 과정이 반복된다. 수비 실수로 인한 기분나쁜 실점, 그리고 급격히 다운되는 팀 분위기. 경기는 질수도 있고 매번 우리가 베스트 전력으로 나설 수도 없다. 잘 갖춰진 포항 특유의 잘개 쪼개는 공격이 살아있었다면 정말 재밌는 경기가 될 수 있었는데, 아쉽게도 그런 축구를 다시 찾을만하면 전력 이탈이 생기곤했다.

우리의 객관적 전력은 울산이나 전북에는 못미친다. 하지만, 질때 지더라도 자신있게 우리의 축구를 했으면 좋겠다. 전북에 2대0으로 진다고 흉이 될것도 없잖아? 울산과의 경기에서는 우리 전력이 다소 열세더라도 대등한 경기까지 끌고 가잖아? 쫄거나 낙담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이번 시즌 여러번의 고비를 넘기면서 여기까지 왔다. 특히 어린 선수들... 데뷔후 2-3년 동안 이렇게 많은 출전 기회가 주어지는게 쉬운 일이 아니다. 다들 그만한 실력이 있으니 출전하는거다. 좀 더 자신감있게, 그리고 좀 더 에너지 넘치게 뛰었으면 좋겠다.

김승대, 일류첸코, 송민규

전북의 공격진을 보자니... 갓 합류한 송민규보다 전북 3년차 문선민이 낯설어 보일 정도다. 말해 뭣하랴! 이동국이랑 손준호까지 있었으면 전북 포항 향우회 라인업이 될 지경이다.

전반전... 최철순의 롱 패스가 날아오고 김승대가 특유의 동작으로 수비 라인을 깨고 들어가는 장면이 나왔다. 그랜트가 제대로 공을 차단하지 못했다면 단독 찬스로 이어질뻔한 상황이었다.

한 동안 보고 싶었던 그 장면을 상대팀의 플레이로 보아야했지만 잠시나마 숨이 멎는 느낌이었다. 포항, 그리고 포항의 김승대가 아니면 만들어지지 않는 플레이. 최철순이 아니라 신광훈이 롱 패스를 넣었다면, 아니면 신진호가 땅볼로 찔렀다면 분명히 라인이 뚫렸을 거라고 씁쓸한 상상이나 해 보는거지... 떠난 송민규에 대한 아쉬움은 별로 없지만, 상대팀의 유니폼을 입은 김승대가 무척 어색하게 그리운 경기였다.

...

감독이 전술로 모든 것을 극복할 수는 없음에도... 김기동 감독이 혼자 너무 큰 짐을 지는 것같다. 상대팀에 맞춘 세밀하고 다양한 전술 구사가 오히려 독이 되는 것은 아닌지 걱정되기도 한다. 선수들을 믿어보자. 지금까지 여러 난관을 헤쳐나온 팀이다. 감독이 감당해야할 짐을 충분히 나눠 질 수 있는 선수들이다. 자신감과 의욕을 가지고 끝까지 잘 버텨주었으면 좋겠다.

이번 주말 포항에서 닭잡고 몸보신 한 번 하고 다음주 전주에서 펄펄 날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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