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포항(0:0)수원 - 그나마 비긴게 용하다

2021. 8. 30. 19:45축구가 뭐길래/Steelers & Reds

전지적 포항시점의 관전기(집), 포항(0:0)수원, 2021.08.28(토), K리그1 Round 28

 

강현무의 선방과 그랜트의 어깨빵, 그리고 상대 공격수의 막돼먹은 골 결정력 덕분에 비긴 경기였다. 전반에는 양팀 모두 조심스럽게 느릿느릿 경기를 운영했기 때문에 서로 대등하게 흘러갔지만, 후반에 서로 승부수를 던진 시점부터는 우리의 완패! 우리 교체 선수들은 존재감을 찾을 수 없었던데 비해 수원의 권창훈은 경기를 거의 새로 만들어 냈다.

 

공격은 안풀리고, 수비는 헛발질하고, 교체 선수는 존재감 없고, 더 이상의 다른 옵션도 무용지물이라니... 아무리 그래도 포항이 이 지경은 아닐텐데 경기 내용은 너무나 형편없었다. 우리 입장에서는 비긴게 천만 다행이었고 수원입장에서는 이 경기를 놓친 것이 두고두고 아쉬울 것 같다.

 

때로는 잘하고 이기지 못한 놈보다 디지게 쥐어 터지면서도 끝내 지지 않은 놈이 더 많이 남을 때도 있다. 이렇게 일방적인 흐름에서도 끝내 비길 수 있었다는게.... 슬프게도 그게 큰 수확이다.

 

문제는 수비, 수비, 수비!!!

매경기 반복되는 수비의 실수는 정말 심각하다. 이번 경기에서는 아주 삽질수비 모둠 셋트를 보여주었다. 클리어링 미스, 상대 공격수에게 킬패스, 경합하다 미끄러지기, 마크맨 놓치기... 이렇게 해서는 정말 경기를 풀어 나갈 수 없다. 

 

물론 우리에게 근본적인 수비 문제가 있다는 것은 안다. 새로 영입된 그랜트와 박승욱, 그리고 김륜성은 사실 하반기부터 손발을 맞추기 시작했다. 게다가 김륜성은 갓 고등학교를 졸업한 선수다. 분명히 구멍이 있고 실수도 나올 수 밖에 없겠지만 최대한 실수를  줄여야한다. 같은 실수가 반복되지 않게 해야한다. 부족한 부분을 인정하고 동료 선수들이 확실하게 백업을 해줘야 한다. 

 

권완규-그랜트, 그 앞에 신광훈, 양옆에 박승욱과 김륜성, 그리고 맨 뒤에 강현무가 버티는 수비라인이면 충분히 좋은 구성이다. 상반기 내내 수비 불안으로 떨다가 이제야 얻어낸 수비라인 조합이다. 실수만 없다면... 아니, 실수를 최소화할 수만 있다면 팀 전력이 전반기와는 확연히 달라질 것같은데 잦은 수비실수가 말썽이다.

 

강상우와 신광훈을 다시 윙백으로 돌려 보내는 마지막 옵션은 쓰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보다는 당장 부족한 부분을 동료 선수들이 서로서로 좀 더 백업하면서 극복했으면 좋겠다. 실수만 줄인다면 정말 괜찮은 구성이다!

 

권완규 너마저... ㅠ.ㅠ

크베시치에게 좀 더 시간을!

크베시치는 약간 정신없이 뛰는 스타일인 것 같기도하다. 주책없이 여기저기 뛰어 다녀서 다른 선수들과 동선이 겹치기도하고 가끔 무리한 플레이로 맥을 끊기도한다.

 

그런데, 크베시치가 없으면 미드필드에서 점유율을 많이 빼앗긴다. 이번 경기에서도 크베시치와 권기표가 교체된 후 임자없는 공은 죄다 수원이 차지했다. 김기동 감독은 점유보다는 득점을 위해 선수교체를 했겠지만, 점유율을 넘겨준 후부터 우리는 계속 얻어 터지기 시작했다. 득점없는 공격, 득점없는 점유율이 무슨 소용이 있겠냐만... 지금으로서는 점유율을 먼저 안정시켜야 나머지가 풀릴 것 같다.

 

신진호는 패스를 뿌려주는 역할을 하고 크베시치는 패스를 받거나 세컨볼을 줍줍하는 스타일이다. 신진호는 긴 패스와 볼 간수 능력이 탁월한 반면 크베시치는 짧은 패스나 직접돌파를 즐긴다. 그리고, 둘 다 미드필드에서 가장 많이 움직이고 가장 자주 공을 터치한다. 둘이 함께 뛸 때는 우리가 대부분의 점유율을 차지하면서 충분히 우리 주도의 경기를 펼칠 수 있다. 지금은 골보다 점유율 확보가 먼저다. 

 

이제는 베스트 11 위주의 운영

공격에 강상우-이승모-임상협, 미드필드에 신진호-크베시치-신광훈, 수비 김륜성-그랜트-권완규-박승욱, 그리고 골키퍼 강현무! 이게 현재로서는 가장 좋은 조합이 아닐까 생각된다. (이승모보다 타쉬가 더 위력적일 것 같긴한데... 지금까지 너무나 보여준 것이 없고 팀이 어려울 때 전력에서 이탈해있는 꼴이 영 맘에 들지 않는다.) 그리고, 팔라시오스 이수빈 전민광이 백업, 상대에 따라 고영준 권기표를 그때그때 조우커로 투입!

 

 

지금처럼 전술에 따라 라인업과 교체 선수, 포지션이 바뀌는 변화무쌍한 기용보다는 베스트 11과 백업이 어느정도 고정된 상태에서 안정감을 높였으면 어떨까싶다. 지금은 경기마다 내용 편차도 심하고 안정감도 떨어진다. 특히, 수비의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어느정도 고정된 멤버들이 조직력을 통해 서로의 수비를 보완해야 할 것같다.

 

감독과 팬들의 눈에는 부족한 부분들이 많이 보이겠지만, 지금 이 시점에 가장 폼이 좋은 선수들에게 기대는 것이 그나마 가장 현실적이지 않을까 싶다.

 

...

 

다음 상대는 다시 전북 원정이다. 게다가 강상우는 대표팀에 소집되었다. 또 한 번의 어려운 경기가 될 것 같다. 만약 이 경기를 잡는다면 좋은 분위기에서 2주간의 꿀같은 시간을 벌 수 있을 것이다. 당연히 순위표에서 우리는 더 높이 올라가 있을 것이다.

 

여러 가지로 어렵고 잘 안풀리는 일들이 많은 이번 시즌이지만, 그래도 쉽게 연패의 수렁에는 빠지지 않으면서 버텨내고있다. 지난 수원과의 경기에서 완전히 상대에게 발리다시피 했음에도 끝끝내 무승부로 마쳤다. 그 이전 서울전에서는 10대11의 싸움에 PK까지 내줬지만 끝내 무승부로 마쳤다.

 

패배로 끝날 경기에서 그래도 승점 1점씩 따냈다는게 중요하다. 그런 힘이 있기 때문에 우리는 현재 수원이나 서울보다 높은 순위에 자리하고 있는거다.

 

아무리 어려워도 쉽게 지지 않는 팀은 언제든 다시 치고 올라갈 수 있다. 우리 스스로에게 자신감을 가졌으면 좋겠다. 실수를 없애고, 우리의 플레이를 자신있게 하기만하면 된다. 가슴펴고 명랑하게 축구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