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1:0)포항 - FA컵, 질려고 맘먹은 것처럼....

2021. 8. 13. 21:57축구가 뭐길래/Steelers & Reds

전지적 포항시점의 관전기(직관), 전남(1:0)포항, 2021.08.11(수), 광양축구전용구장, 2021 FA컵 Round 5 (8강)


애초 8월 18일로 예정됐던 일정이 변경된 것부터 조짐이 좋지 않았다. 코로나로 인해 여름 휴가조차 다녀오는게 여의치 않은 시절... 간만에 1박 2일 광양 나들이를 하기위해 숙소까지 예약해 놓았는데 FA컵 일정이 변경된 것을 체크하지 못했다. 부랴부랴 예약된 숙소를 취소하고... 그래도 이기기만을 바라면서 경기를 기다렸는데....



어라? 스타팅이 영~ 이상하네? 신광훈, 신진호, 강상우는 아예 원정길에 동행하지도 않았다. 그랜트, 전민광, 권기표도 선발에서 빠졌다. 반면 고영준과 김륜성, 타쉬, 그리고 오랜만에 크베시치가 선발 출장했다.

시즌 휴식기에 아챔 예선을 치러야했고 코로나로 인해 꼬여버린 일정 때문에 8월에 경기가 무척 많긴하다. 아마도, 김기동 감독은 고참들은 한 경기 쉬어가게하는 대신 어린 선수들과 외국인 선수들에게 기회를 주는 라인업을 뽑아 들은 것 같다.


결과는 대실패!

1.5군으로 팀을 꾸렸을 때 나올 수 있는 나쁜 모습이 다 나왔다. 만약 경기를 이겼다면 고참들을 쉬게 하면서도 어린 선수들, 그리고 컨디션이 떨어진 선수들의 폼도 올릴 수 있는 좋은 기회였겠지만 결과는 그 반대가 됐다.

왜 그랬을까... 신광훈, 신진호, 강상우를 아예 엔트리에서 빼 버린 초강수가 과연 옳았을까? 그랜트와 전민광이 중앙에서 실수를 저리르긴 했지만, 왼쪽 윙백으로 김륜성을 넣는 것보다 더 불안했을까?

간만에 선발 기회를 가진 선수들도 처음에는 의욕이 충만했겠지. 하지만, 핵심 라인이 제대로 가동되지 않고 경기가 제대로 풀리지 않으면서 의욕은 실망으로 바뀌고 잘하던 패턴 플레이도 표류하게 된다. 비단 어린 선수들뿐만 아니라 골키퍼 강현무조차 정신줄 느슨한 모습을 몇 차례 보였다.

축구란게 이렇다. 11개 나사 중에 하나가 느슨하거나 빠져버리면 전체가 헐거워지고 급기야 고장이 나 버린다. 어린 선수들과 출전 기회가 적었던 외국인 선수들에게 기회를 주고 고참들에게 휴식을 주려던 의도는 이해하지만 나쁜 상황에 대한 대비가 부족했다.

휴식하고 에너지 충전하면 뭐하겠나... 팀 분위기 다운되고, 팬들의 신뢰를 잃고, 선수들 자신감 꺾이는게 더 큰 문제인것을...

감독의 멘탈도 흔들리는건가?

김기동 감독이 중요한 순간에 아주 치명적인 실수를 저지른 것은 아닌지 걱정된다. 가뜩이나 자원이 부족한 상태에서 부상으로 이탈한 선수들도 있고 지친 선수들도 많아서 선수단의 불만도 있었을 것이다. 힘든만큼 보상이라도 주어졌으면 좋았을텐데 그 역시 시원찮았던 모양이다. 게다가 핵심 공격수 송민규의 느닷없는 이적을 보면서 선수단의 동요도 있었을 테고...

감독으로서 뭔가 전환의 계기를 찾고 싶었을 걸로 보인다. 아마도 이런 생각?

  리그와 FA컵, 아챔을 병행하는게 쉽지않아. 게다가 FA컵과 아챔은 토너먼트기 때문에 지는 순간 빈 손 되는거지.
우승 가능성이 낮은 FA컵과 아챔에 전력을 쏟기보다는 리그에서의 순위 관리을 먼저 챙기는게 낫지 않을까?
FA컵이 탐나긴하지만... 설사 지더라도 어린 선수들과 외국인 선수들이 자신감과 컨디션을 상승시킨다면 그 것도 큰 소득이지!
솔직히 나도 많이 힘들다.... ㅠ.ㅠ  


경기도 졌고 내용도 실망스럽다. 자신감은 커녕 절망만 가득 남았다. 실수를 저지른 수비수를 뺐더니 다른 수비수가 실수를 저질렀다. 무엇보다도 팀의 에너지와 자신감, 치고 나갈 수 있는 동력을 잃어버렸다.

자원이 부족한 팀, 스쿼드가 빈약한 팀들은 큰 고비를 하나 넘고나면 급격히 에너지가 고갈된다. 부상자도 나오고 체력과 컨디션이 떨어지는 선수도 나온다. 당연히 한 템포 쉬어가고 싶어지고 그렇기 때문에 어떤 경기에서는 지나치게 힘을 빼기 보다는 버리고 가고 싶은 마음도 생긴다.

하지만... 그게 독이고 함정이다. 한 경기 쉬어가려고 했는데 그게 두 경기 세 경기에 영향을 미친다. 아쉽지만 그게 지금 우리팀 전력이다.

좀처럼 연패에는 빠지지 않는다는게 그나마 기댈만한 언덕이랄까? 강상우, 신광훈, 신진호가 복귀하는 다음 경기에서는 다른 모습을 보여줄까? 그들이라고 늘 한결같은 강철 멘탈일까?

그 정도로... 온통 안좋은 생각들만 떠오를만큼 최근 두 경기는 엉망이었다. 상대는 상승세의 수원FC! 홈 경기라 그나마 다행이지만 실망만 가득한 팬들이 얼마나 경기장을 찾아줄지 모르겠다.

강현무-권완규-오범석-타쉬

이럴 때 짐이라도 좀 나눠 가질수는 없었을까? 물론 힘든 원정길 고생 많았겠지만 그래도 경험있는 선수들이 중심 잡아주고 파이팅 넘치게 해 줬으면 그토록 우왕좌왕하면서 무기력하게 끌려가진 않았을 것같다. 후반 이른 시간에 실점을 했기 때문에 시간도 충분했고 찬스도 여러번 있었다. 세트 피스 기회도 많았고.

조금만 더 짜임새 있게, 조금만 더 파이팅 넘치게 했으면 결과를 챙길 수 있었을텐데... 어린 선수들 독려하고 다그쳐야 할 강현무나 권완규였지만 그리 다부지게 뛰는 모습이 아니었다. 오범석이 그래도 어찌 해 볼려고 애를 쓰는 것 같았지만 크게 분위기를 바꾸지는 못했다.

타쉬는 크게 실망... 새삼스러울 것도 없네...

명색이 분데스리가까지 뛰었던 선수인데 파이팅이 그것 밖에 안되나? 게다가 간만에 찾아온 선발출전 기회였는데 말이다.

공격진 대부분이 어린 선수들로 구성되어 있는 상황에서 자기가 어떻게든 이끌고 나가는 책임있는 모습이었으면 좋았을텐데, 반대로 "나를 이런 애송이들과 한 묶음으로 취급하는거야?"...라고 느끼는 듯! 파이팅도 없고 성의도 없고 끈질김도 없는 플레이로 일관했다.

타쉬야... 이런날은 경고 먹으면서도 덤비는 작은형 정도는 해 줘야 되는거 아니니?

그런면에서 크베시치를 다시 보게 됐다. 타쉬와 정반대! 간만에 출전이기 때문에 몸이 다 올라오지도 않았을텐데 끝까지 파이팅 넘치게 뛰었다. 무엇보다도... 필드에서 뛰는 그 누구보다 열심히, 경기 결과를 바꾸기 위해 애쓰는 모습이었다. ㅂ비록 함께 짝을 이룰 선수들이 없어서 공격 포인트를 만들지는 못했지만 다음 경기에서도 멋진 활약이 기대된다.

이게 다 송민규 때문?

어린 선수 하나 이적하는 바람에 이 지경이 난건가? 감독도 모르는 갑작스럽고 매너없는 이적이긴 했다. 감독만 모르고 선수들은 알고 있으면서 침묵했던걸까? 그럼 감독은 뭐가 되나... 프런트와 선수들은 알면서 감독한테는 쉬쉬한거? 설마... 포항 스틸러스가 그 정도의 날나리 팀은 아니겠지...

그럼, 선수들도 이적 사실 모르고 있다가 한 방 먹은건가? 놀람, 배신감, 허탈감. 게다가 한 참 힘들어 죽겠는데 주전 하나가 쏙 빠져버리니 화도 났겠지. 팀에 충성하는 놈은 바보되고  제갈길 찾아 가는 놈은 잘되는거 같고...

분명히 송민규 이적 후의 포항은 이전과 다르다. 물론 송민규 이적과 관계없이 공교롭게 어려운 시기와 겹친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외부의 시선도 그렇고 내부의 분위기도 그렇고.... 모든 것이 송민규 탓으로 느껴질 것이다.

김기동 감독이 힘 내고 선수들에게 당당하게 뭔가 요구할 수 있는 수단을 하나 줬으면 좋겠다. 흐트러진 몸과 마음을 추스리고 다시 파이팅을 찾을 수 있도록 뭔가 동기부여 방법을 찾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고영준, 권기표, 이승모, 이수빈

진짜 여러번 기회가 주어지는데 확실히 치고 올라오는 놈이 없다. 누누히 말하지만 이럴 때, 팀이 어렵고 고참들이 멈칫하는 타이밍에 치고 올라오는 거다. 2년차, 3년차에 치고 올라오지 못하는데 4년차, 5년차에도 같은 기회가 계속 생길까?

중간에 애매하게 남지도 떠나지도 못하고 1군에는 항상 있는데 그렇다고 주전도 아닌 것이 게임은 꾸준히 출전하지만 딱히 인상적인 활약도 하지 못한채... 어느 순간 돌아보니 연봉도 제자리 걸음이고 팬들도 조금씩 멀어져가는... 그냥 그런 선수로 뛰다가 입대 날짜 나오는거 금방이다.

더 집중하고 더 쥐어짜보자. 다음 경기 잘 준비해서, 또 그 다음 경기도... 축구도 잘하고 인기도 얻고 돈도 벌고 멋진 여자 만나서 행복하게 잘 살아보자!

....

젠장, 울산은 4강 가는데 우리만 우울하네....
전남은 ... 낼 모레 마흔되는 최효진도 날아다니는데 우리 영준이랑 기표는 언제 날아 볼건지...  지지리도 골 못넣던 사무엘은 4강으로 가는 골을 넣는데 우리 타쉬는 후진 기어나 넣고 있다니...  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