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8강 진출 – VIP석 직관

2020. 4. 27. 10:43월드컵 여행 - 2018 러시아/02.모스크바

2018-07-03

6월 27일 한국:독일 예선 마지막 경기, 그리고 16전까지 약 4~5일의 시간이 비는 일정. 마침 모스크바에서 열리는 16강 경기가 있기에 눈독을 들였으나 표를 구하지 못한 상태였습니다. 16강부터, 그것도 모스크바 경기는 티켓 구하는 것이 만만치 않더군요. 물론 Stubhub 같은 티켓 재판매 사이트에서 구할 수는 있겠지만... 그건 최후의 수단!

표를 구할 수 있을 것같은 (피파 스폰서 기업, 축구 관계자 중 아는 사람, 스포츠 관련 일하는 사람 등등)지인들에게 표 좀 구해달라고 부탁을 해 놓고, 안되면 경기장 가서 암표라도 구할 생각이었습니다.

사실… 지인들에게 표 구해 달라는 부탁하는거 정말 쉽지 않거든요. 아마 저뿐아니라 여러 사람들에게서 표 부탁 받을테니까요. 저도 나름 철칙은 있습니다. ‘곤란한 경기는 부탁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 한국이 16강에 갔는데 그 상대가 브라질이라면… ㅎㅎ 괜히 부탁받는 사람 곤란하니까요. 또는 누구나 원하는 빅팀들 간의 경기도 마찬가지구요.

여하튼, 7월 1일 모스크바 16강전을 딱 찜해놓고 있었는데… 스페인:러시아 경기로 결정나면서 표 구할 가능성이 없어 보였습니다. (스페인 경기 + 개최국 경기 --> 대박 인기 경기)

보통 암표는 개최국 사람들이 내놓는 표가 젤 싸고 구하기도 쉬운데, 러시아의 16강 경기가 걸려버렸으니그것도 쉽지 않아졌고 상대는 스페인이고… 어려운 상황이죠.

그런데, 아침에 연락이 왔습니다.

“표 두 장 구했습니다. 연속된 자리는 아니고 떨어져서 봐야해요.”

앗싸~ 이게 왠 일! 떨어져보면 어떠하리~하면서 표 받으러 출발~

그런데, 조금있다가 다시 연락을 받았습니다.

“VIP 두 장이 나왔어요. 이걸로 볼래요?”

앗싸~ 앗싸~

이게 왠일인가! 아마 VIP 예약 걸어놨다가 경기 당일에 릴리즈한 표가 있었나봅니다. VIP 티켓은 판매나 양도가 안됩니다. 따라서, 가기로 한 사람이 티켓을 가져가지 않으면... 그 좋은 티켓이 그냥 썩어 버릴수도 있겠네요.

경기 시작 1시간 30분전. 빡빡하지만 아직 시간있습니다. 만사 제껴 가던 길 돌리고, 택시 잡아타고 표 받으러 가야지~

자~ 이제부터 나는 2018 러시아 월드컵, 스페인:러시아 경기, 루즈니키 경기장의 VIP입니다. ㅎㅎㅎ

VIP 입장권의 아름다운 자태!

표 받으러 가는 택시 타자마자 “비스트라! 비스트라! (빨리 빨리!)”를 외쳤건만…. 처음에는 좀 빨리가는가 싶더니, 제가 한국사람인걸 알더니 느닷없이 드라마 '주몽' 얘기를 시작합니다.

이 바쁜 와중에 주몽 활쏘는 시늉하면서 '빨리빨리'는 잊어버리고... 중간에는 체스카(CSKA) 모스크바 축구팀 얘기를 뭐라뭐라 삘 올리면서 한 참을 이야기하고... 적당히 맞장구 치면서 짱보다가 다시 “비스트라!”하면 좀 달리고… 드라마 한류가 나의 발목을 잡을 줄이야… ㅠ.ㅠ

 

VIP 입장하실께요~

어쨌든 입장권 받았습니다. 경기시자 30분전!

함께 보기로 한 친구와 여러모로 접선 시도사다가 시간 다 보내고 결국은 경기 시작하고 나서야 입장합니다…ㅠ.ㅠ

모스크바 루즈니키 경기장은 입장 게이트부터 경기장까지 유난히 멉니다. 이미 경기는 시작했고 걸어갈 거리는 꽤 되고… 

난감한 찰나! VIP가 좋긴 하네요. 경기장 입구에서 VIP 전용 스탠드 앞까지 바로 차량 제공해 줍니다.^^ 나 홀로 벤츠 스프린터 타고 경기장 앞까지^^

역시 VIP는 입구부터 다릅니다. 레드카펫 밟으며, 아름다운 분들의 미소와 안내를 받으며, 경기는 늦었지만 인증샷은 찍으며… ㅎㅎ

계단은 그만! VIP라면 엘레베이터 타고 가야죠. ^^

짜잔~ 깔끔 시원하고 경기장 뷰 좋은 룸, 음식도 당연히 수준급! 친철하고 상냥한 호텔급 서비스! 먹고 마시는 것 모두 공짜~ 밖은 좀 덥던데... ㅋㅋ ^^

샴페인 한 잔 하면서 우아하게 경기관전… 하는 척 하면서 최대한 티 안나게 인증샷도 찍으면서… “나는 VIP다, 나는 VIP다!” 

주변 사람들과 몇 번 눈인사 나누고, 눈인사 두번 세번 하다보면 술잔 부딪치며 말도 섞게됩니다. 

"난 치과의사야. 아버지께서 사업을 하시는데, 사업 파트너가 경기 티켓을 구해줬대! VIP 룸 처음인데 정말 좋네!! ㅎㅎ"

"내 친구가 아시아 축구연맹에서 일을 해. 덕분에 이렇게 좋은 경기를 보네! 난, 그냥 샐러리맨인데... ㅎㅎ"

 

잠시 라운지를 벗어나 스탠드에서 경기도 보고

이 와중에도 경기 날짜가 찍힌 맥주컵은 챙기는 득템 인증 정신! ㅎㅎ

음식? 당연히 맛있습니다. 말하면 뭐해요… 먹기도 전에 맛있는걸~~

...

러시아 석유재벌을 친구로 둔 사람? ㅎㅎ 잠시 장난치면서 허세 설정샷도 찍어봅니다. 

VIP? 입장권 있으면 VIP지 사람이 뭐 다른가요? 다들 비슷하게 살아가는 거죠~ ^^ 보아하니 우리뿐만 아니라 티켓만 VIP인 사람들 꽤 있는거 같은데… 폐 안되게, 티 안나는 수준에서 맘껏 즐겨봤습니다.

경기 내용도 역대급

개최국 러시아가 승부차기까지 끌고가서 스페인을 잡고 8강 진출하는 역대급 드라마 완성!

승부차기에서 스페인 마지막 키커의 슛을 이고르 아킨페프(Igor Vladimirovich Akinfeev, Игорь Владимирович Акинфеев)  골키퍼가 막아내면서 러시아는 스페인 잡고 8강 진출!

VIP석 직캠으로 감상해 보시죠~ ㅋㅋ

2002년 승부차기에서 스페인을 꺾었던 그 날도 현장에 있었는데.... 기억이 새롭네요! 러시아 축구팬들은 얼마나 좋을까요? 그 기분, 극한의 아드레날린을 또 한 번 맛보고 싶네요!!

 

경기 후… 귀한 티켓 구해준 지인께 보드카 한 잔 쏴야죠! 일전에 다녀왔던 북한 음식 전문 식당에서 배가 미어지도록, 술이 술을 부르도록 즐겁게 하루를 마감했습니다.

아무리 빽 좋은 지인이 있더라도 개최국 러시아와 스페인의 경기 티켓을, 그것도 VIP 티켓을 구할 수 있었을까… 생각할수록 고맙고 즐거운 경험이었습니다.

실은 월드컵 VIP 경험이 처음은 아닙니다. 평생에 두 번의 기회가 올줄은 몰랐네요^^

PS) 2014 브라질 월드컵때 VIP 직관 이야기입니다.

2014/07/13 - [브라질/7.쿠리치바] - 월드컵을 VIP 티켓으로 보는건 어떤 맛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