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명보의 마음은... 조금 아쉽지 않았을까?

2010. 11. 16. 13:07축구가 뭐길래/Steelers & Reds


3대0의 스코어가 말해주듯이, 이번 광저우 아시안게임에 나선 한국과 중국의 실력차는 확연했습니다.
선수들의 실력차이도 차이지만...
중국팀은 하나의 팀으로서는 완성도가 너무 떨어지더군요.
한 수 위의 한국을 상대하면서 수비를 그 정도로 엉성하게 꾸려서는 안되지요.
북한처럼... 수비에 중점을 두려고 했으면 좀 더 확실하게 수비라인을 다잡았어야 했습니다.

한국은 첫 골이 워낙 깔끔하게 터지는 바람에 경기를 쉽게 풀어갈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박주영의 프리킥에 의한 추가 득점!
상대방의 무너진 수비라인을 빠르게 치고 들어간 세번째 골까지...
이렇게 타이밍 맞춰서 딱딱 골이 터져 준다면 정말 축구경기 깔끔하게 끌고 갈 수 있지요.
(박주영이 너무 사치스럽게 느껴지던 경기랄까... ㅋㅋ)

아마도... 홍명보 감독은 그 다음부터의 경기 운영에 아쉬움이 남을 듯합니다.
이렇게 깔끔하게 타이밍 맞춰서 골이 터져 주는 경기는 거의 없습니다.
오히려 들어갈 듯 들어갈 듯 안들어가면서 애간장 태우는 경기가 대부분이지요.
하물며... 우리보다 약팀이 수비위주의 경기운영을 할 때는 더욱 그렇습니다.

세번째 득점 이후에... 우리 선수들은 너무 흥분해 있었습니다.
3대0의 스코어이니 그럴만도 했겠지만... 좀 더 차분하게 우리 플레이를 전개했으면 더 좋았겠죠.
약간 템포를 죽이면서, 좀 더 완벽한 플레이를 펼쳤다면 추가 득점이 나올 수도 있었고
설사 득점이 나오지 않았더라도 좀 더 편안하고 의미 있는 축구를 만들 수 있었을 것입니다.

후반전에 연달아 교체 선수를 투입한 것은 체력 안배나 경험을 쌓기 위한 목적만은 아니었을 것입니다.
홍명보 감독 입장에서도 선수들의 플레이 템포를 조금 조절해 주고 싶었을 듯 합니다.

필드 안에서는 경험이 많은 김정우나 박주영이 그 역할을 해 줬어야 하는데...
제 짐작에 김정우와 박주영은 경기 템포를 조절하고자하는 의도가 있었지만 그게 제대로 먹히지는 않은 듯합니다.
후반 중반 이후로 박주영과 김정우의 볼 터치가 많이 줄었고 측면에서는 훨씬 많은 난타전을 전개했거든요.
그리고, 팀 자체가 그 두 선수를 중심으로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원래부터 있던 팀에 둘이 추가된 것이기 때문에
박주영과 김정우가 그 역할까지 해내기가 쉽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두 선수가 끝까지 교체 없이 뛴 이유 또한
그러한 과정을 통해서 팀에 더 녹아들도록, 또 팀이 그들에게 녹아들도록 하기 위해서가 아니었을까 짐작됩니다.

정말 완벽에 가까운 승리였음에도...
이게 못내 아쉬운 이유 중 하나는 8강전 상대인 우즈베키스탄 때문입니다.
중국전에서처럼 골이 착착 터져주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을 가능성도 크니까요.
그들도 전력을 감안해서 수비 위주의 전술을 구사할 것이 뻔하기 때문입니다.
한 번의 찰나에 그림 같은 골이 터지기도 하지만...
작정하고 수비하는 팀을 상대할 때는 좀 더 차분하고 치밀하게 상대의 구석구석을 허물어 낼 수 있어야 하니까요.
상대를 압박하고, 수비수들을 몰고 다니면서 공간을 만들어 내고, 만들어진 공간을 이용해 우리의 찬스를 만들고...
이런 작업은 한 번에 뚝딱 찾아오기 보다는 좌우 중앙, 짧게 혹은 길게, 때론 중거리 슛 때론 스루패스...
90분 동안 여러가지 시도를 하면서 상대방을 위협하고 약점을 잡아내는 과정을 통해서 만들어집니다.

100점 만점에 98점짜리 경기였습니다.
후반전에 조금만 더 침착하고 세밀한 경기운영을 했으면 99점을 줄 수 있었을텐데...
그리고... 캐스터와 해설이 조금만 더 좋았다면 100점도 줄 수 있었을 것 같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