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월드컵, 카타르 월드컵
2010. 12. 3. 10:47ㆍ축구가 뭐길래/Steelers & Reds
한 편으로는 이해가 되는 개최지 선정이고, 또 한 편으로는 의외의 결정이기도 합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2018년 잉글랜드, 2022년 미국이 가장 유력해 보였습니다만...
월드컵 개최지 선정의 키 포인트는 역시 '명분'과 '돈'입니다.
결국... 명분과 돈을 모두 만족시키는 두 나라가 개최국이 되었네요.
잉글랜드나 호주는 '명분'이 있었지만 '돈'에서 밀렸고
미국, 일본, 한국은 상대적으로 명분이 약했습니다.
잉글랜드
축구의 종주국이기도 하지만 전세계 축구 팬들에게는 전생의 고향같은 나라.
저 또한...
간절하게 축구의 나라, 축구의 고향에서 월드컵을 보고 싶었기에 잉글랜드가 월드컵 개최국이 되기를 바랬지만...
고집 세고, 융통성 없고, FIFA에 스폰서 해주는 기업도 없고...
그러면서도... FIFA가 챙겨주지 않아도 축구와 월드컵을 위해 돈은 잘쓰는 축구팬들이 득실거리는 잉글랜드는
영원한 FIFA의 '봉'이 아닌가 싶을정도로... 언제나 찬밥!
중국 단동에서 기차를 타고, 중국-몽골-러이사-폴란드-독일을 거쳐서 육로로 런던까지 가보고 싶었는데...
아쉽습니다!
러시아
돈과 명분도 있지만... 그들의 무대뽀적인 추진력에는 혀를 내두르게 됩니다.
돈과 힘 있는 나라가 무대뽀 정신까지 있으니 당해낼 재간이 있나요!
가장 큰 걱정은... 그 큰 땅덩어리에서 월드컵을 개최하면...
에고고... 왔다리 갔다리 이동하는게 정말 장난 아니겠네요.
8년 뒤에 어느 정도까지 교통망과 숙박이 좋아질지는 모르지만...
남아공에서 경험한 바, 일단 땅덩어리가 크면 관광객은 좋겠지만 축구팬은 개고생입니다. ^^
그래도... 2006년에 중국과 몽골을 거쳐서 기찻길로 여행을 했던 곳이기에...
다시 한 번 그 때 그 길을 갈 수 있다는 사실이 무척 설레입니다.
미국
2026년 개최국에 다시 도전한다면 가장 가능성이 높지 않을까 싶습니다. ^^
호주
여행이라면 모를까... 유럽 입장에서는 시차 문제, 이동거리 문제...
동아시아와 호주에서 열리는 월드컵은 위의 두 문제 때문에 세계 축구팬들에게는 약간의 민폐가... ^^
(한국과 일본도 마찬가지...T.T)
카타르
국제 축구계에서 함만 부회장의 파워는 대단합니다.
그냥 오일 달러로 돈만 퍼붓는다고 비하할 일이 아닙니다.
그만큼 사업적 수완과 정치력, 추진력이 있기에 국제 축구계에서 초거물급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것이지요.
더구나 중동지역에서 최초로 개최된다는 명분도 있었으니 상당히 유리한 입장이었습니다.
작은 나라 카타르...
그래서 모든 경기장이 반경 60km 이내에 있다는 것은
관광객들에게는 별로일지 몰라도 축구팬들에게는 완전 환상적인 조건입니다. ^^
하루에 2경기, 3경기까지 볼 수도 있고... 매일 매일 경기를 볼 수도 있습니다.
대회기간 내내 숙소 한 곳 정해서 죽때릴 수도 있습니다.
모든 이벤트가 한 곳에 집중되기 때문에 놀기도 좋지죠.
카타르가 대회 준비만 잘한다면 사상 유례없이 놀기 좋은 월드컵이 될 수도 있겠네요.
(맥주를 팔아야 해! 맥주를!)
한국
일단 20년만에 월드컵을 다시 개최하겠다는 것에서 무리가 있었지요.
그리고, 남북통일 내지 평화라는 명분도 넓은 공감대를 얻기에는 무리가 있었습니다.
(지금 남북이 극한 대치상황으로 가고 있는 현 정부에서 이게 어필 가능한 주제가 될 수 있다고 보는지요?)
차라리... 토목 정부의 특기를 살려서...
런던에서 서울까지 유라시아 횡단 고속 철도망에 와장창 투자하겠다고 나팔 부는 것만 못하겠지요.
그런데... 사실 저는 한국이 3차 투표까지 살아 남았다는 사실이 무척 놀랍네요.
이렇다할 명분도 지원사격도 없이 FIFA 수뇌부 내에서 정몽준 부회장의 정치력과 현대의 힘만으로 거기까지 간거나 다름 없으니까요.
한 사람의 축구계 실력자의 파워가 놀랍기도 하면서
또 한편으로는 이게 FIFA의 실체라는 생각에 씁쓸하기도 합니다.
일본, 스페인, 포루투갈, 네덜란드, 벨기에
니들은 그냥 기타 후보였네 뭐...
...
근데여...
카타르니까 지금 이렇게 웃지...
만약 초장부터 일본이 유력했으면 우리가 이렇게 맘 편하게 바라보면서 수긍할 수 있었을까요?
우리는 내심...
"우리가 안되는 건 받아들일 수 있다. 단, 일본만 아니면 돼!"
요 마음도 살짝 깔려 있었던 거 아니었을까...^^
개인적으로 외국에서 만나면 제일 반갑고, 서로서로 제일 장단이 잘 맞는 사람들이 일본 사람들인데 말입니다.
이래서 가깝고도 먼 나라인가 보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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