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국, 약 70%쯤?

2006. 11. 6. 10:58축구가 뭐길래/Steelers & Reds


지난 주말, 울산:포항의 경기에서
결승골을 넣으며 점점 부상전의 모습을 회복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이동국.

아직 무리해서 뛰지는 않지만, 그리고 많은 시간을 뛰지는 못하는 상황이지만
매 순간 그가 공을 잡았을 때 전개되는 모습만으로도
그가 뛰는 포항의 공격진이 얼마나 더 강해졌는가를 쉽게 확인할 수 있었다.

골을 넣다!

역시 골이란 것은 넣을 줄 아는 선수, 그리고 넣어 본 선수가 넣게 되는 것일까?
부상전의 모습에 비해서 다분히 소극적인 움직을 보이긴 했지만
골이 만들어지는 찬스에서는
누구보다 매섭고 빠르게, 그리고 침착하고 정확하게 처리하는 모습을 보자니
오랜 세월 다져진 그의 스트라이커 본능이 살아 있음을 느끼게 된다.

그 찬스에서 만큼은...
부상에 대한 두려움 마저도 순간적으로 사라진 것 같았다.
아니... 그 스스로는 부상을 우려하여 조심에 조심을 거듭했겠지만
본능적으로 냄새를 맡은 그 찬스에서는
그 자신조차 부상의 위험을 잠시 잊었던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상대팀에게는 이것 만으로도 재앙이다.
강력한 스트라이커가 무엇인가?
골을 말하기 전에...
그가 그라운드에서 아무 짓도 하지 않고 서 있다고 하더라도
수비하는 입장에서는 최소 1명이 그를 마크해야 하며
단 한순간의 방심이나 집중력을 놓치는 그 순간에 대해서
두려움을 가지게 하는 존재이다.

아직 100%는 아니지만...
'나를 얕보면 골을 먹는다!'라는 점을 분명히 보여주었다.

골보다 무서운 공격 리딩!

사실 이동국의 진짜 무서운 파워는 공격 리딩 능력과 패싱 능력이다.
늘 수비수에게 둘러 싸여 있지만
그에게 연결된 공을 어떤 형태로는 살아 나간다.
강하고 정확한 슈팅이 그의 최대 장기지만
그것을 봉쇄하려 달려드는 타이밍에 따라
이따금씩 상대 수비를 일거에 무너뜨리는 패스를 넣어주는 것이야말로
그의 진짜 능력이 아닐까 생각한다.

언제나 슈팅을 때리는 스트라이커라면 수비수들은 한 가지만 예측하면 된다.
그러나... 주변의 동료들을 이용할 줄 아는 스트라이커라면
수비는 그의 슈팅을 봉쇄하기 위해 2인조, 3인조로 그를 차단해야 하는 한 편
그에게서 시작될 마지막 패스에도 촉각을 곤두세워야 한다.
즉... 훌륭한 수비수가 1대1로 마크해서 봉쇄할 수 없기 때문에
상대 수비에게는 더 큰 부담이 주어지는 것이다.

울산과의 경기에서도...
아직 준비가 덜 갖추어진 상황이지만
그런 상태에서 어떻게든 자신의 능력을 극대화하고, 팀 공격력을 높여주는
플레이를 해냈다는 점이 상당히 고무적이다.

이동국은... 패싱 능력과 시야, 침착한 경기 운영능력 만으로도
팀에게는 큰 보탬이 되는 선수라는 것을 확인시켜 주었다.

그러나, 20% 부족하다!

우선은 뛰는 양이 부족하다.
아직은 반게임 정도를 소화하는 수준이고, 그것도 그리 빡세게 돌아 다니지 않으면서
반게임 정도를 소화할 수 있는 수준이다.
즉, 제한된 공격 지역에서 제한된 플레이를, 제한된 시간 동안만 펼칠 수 있다는 말이다.

플레이오프 경기에서도 그가 풀 타임 맹활약 하기를 기대하는 것은
우리의 욕심이 아닐까 생각한다.
물론... 플레이오프에서 수원을 꺽고 올라간다면
결승전에서는 한 수준 높은 활동량을 보여줄 수 있겠지만 말이다.

그리고... 역시나 부상의 끝에서 완벽하게 회복되지는 못한 때문인지
치열하게 부딪치지는 못하고 있다.

예를 들어, 0.1초를 사이에 두고 상대 수비와 슈팅 찬스를 놓고 경합을 벌인다고 했을 대
공을 향해 있는 힘껏 달려들면서 슈팅을 날릴 것인가
아니면 멈칫 할 것인가에 따라 그 결과는 달라질텐데...
아직은 멈칫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인것 같다.

이 부분은... 좀 더 많은 시간이 걸려야 회복이 될 것 같기도 하고
한 편으로는 스트라이커의 본능이 냉정한 자기 관리와 두려움보다 앞설 수도 있다.
(탑 클래스의 스트라이커에게는... 그런 본능이 있는 것 같다...)

사실 그게 더 두렵고 걱정된다.
당분간은 한 번 참아주거나 멈칫하면서... 서서히 두려움도 없애고 적응하는 과정을 거치면 좋겠는데
단판 플레이오프에서 그런 여유가 주어질지 걱정이다.
경기가 치열하고, 승리에 더 가까이 다가갈수록 선수는 더욱 모험을 할 테니까 말이다.

....

다시 말하지만...
부상에 대한 두려움을 아직 제대로 극복하지 못하고
반게임 정도밖에 소화할 수 없는 상황이긴 하지만
지금 이 상황 속에서도 그는 분명히 팀에 놀라운 상승 효과를 불어 넣을 수 있으며
상대팀에게는 적잖은 수비 부담을 가져다 줄 수 있다는 것에 주목했으면 한다.

누구보다도...
이동국 자신이 그걸 인식했으면 한다.
의욕과 욕심, 부담이나 책임 때문에
소위 오버(over)를 하지는 말았으면 하는 바램이다.

더 강한 모습은 다음에 보여줘도 좋다.
지금 보여주는 70%만으로도 자네는 충분히 강하다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