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수 인버터 설치, 정수 시스템 DIY

2020. 5. 14. 21:11사는게 뭐길래/집짓기 & DIY

시골집, 산골에 나홀로 있는 집의 가장 큰 골칫덩어리가 바로 물 문제!

상수도가 들어오지 않기 때문에 지하수를 사용하고 있는데, 이놈의 지하수 시스템이 툭하면 말썽을 일으킵니다. 대개는 모터의 잔고장이나 동파 때문에 문제가 생깁니다. 요즘은 겨울이 오기 전에 단단히 단도리를 하기 때문에 겨울은 큰 문제 없이 지나가는데, 날이 풀리고 봄이 올 때 쯤이면 꼭 한 번씩 문제를 일으킵니다.

이번에도 역시 모터 문제!

늘 모터가 문제입니다. 지하수 사용하는 집마다 다르겠지만 저희 집의 경우는 지하수 관정에서 퍼올린 물은 우선 저수탱크에 저장합니다. 그리고, 가압펌프를 이용해 저수탱크의 물을 집안으로 넣어주는 방식이죠. 그런데, 이 가압펌프라는 놈이 늘 말썽이죠. (흔히 이야기하는 자동펌프, 우물용 펌프 등이 가압펌프입니다.)

물이 안나와 관정을 열어보니 가압펌프 압력스위치가 제대로 동작하지 않습니다. 압력스위치는 수도꼭지를 열면 자동으로 압력을 감지하여 작동하는 스위치인데, 스위치 접점이 붙었다 떨어졌다를 반복하기 때문에 1~2년 사용하면 쉽게 고장나는 소모품입니다. 대개는 이 압력스위치만 갈아주면 별 문제없이 펌프가 동작을 하죠.

그런데... 스위치를 교환하려고하니 스위치와 모터를 연결하는 결합부분 너트가 망가져 버렸네요. 압력 스위치가 제대로 결합되지 않고 계속 헛돕니다. 이 참에 분해할 곳 분해해서 좀 살펴봤더니... 배관에 녹슨곳도 좀 있고 펌프도 군데군데 녹슨 곳이 보이고 누수도 좀 있네요.

산골의 혹독한 겨울을 견디는 과정에서 모터의 일부가 얼었다 녹기를 반복하다 보면 결합부분이나 약한 곳에 누수가 생기게 됩니다. 누수가 생기면 녹이 나고, 녹이 나면 틈이 더 벌어지고, 악순환의 반복...

어떻게할까... 펌프를 새걸로 바꿔야하는데, 이 참에 아예 크게 한 번 손을 좀 댈까?

인버터를 사용하면?

일전에 모터 펌프 가게 사장님을 만난적이 있는데, 잔고장 자주 생기는 가압펌프를 없애고 "인버터(Inverter)"를 설치하는게 낫다고 하시더군요. 

저수탱크를 두는 목적은 1) 수중펌프만으로는 수압이 약하고, 2) 비상시에는 저수탱크의 물을 사용할 수 있다는 점 때문입니다.

저수탱크를 없애더라도 인버터를 사용하면 필요한 수압을 얻을 수 있고, 어쩌다 생길 비상시에는 생수를 사다 먹든가 가까운 계곡에서 물을 떠와도 될텐데 굳이 저수탱크까지 필요하지는 않을 것 같았습니다. (관리 포인트를 줄이면 고장도 줄어들겠죠.)

 

무엇보다도 이런저런 잔고장, 겨울철 동파 문제로 골머리 앓을 일이 현저하게 줄어들 것 같았습니다. 특히, 대부분의 고장이 저수탱크의 물을 집안으로 넣어주는 가압펌프에서 발생하며 수중펌프는 지난 10년간 한 번도 말썽을 일으킨 적이 없습니다. 즉, 저수탱크를 두면서 가압펌프 고장으로 속을 썪이는 것보다 저수탱크와 가압펌프를 없애는 편이 정신 건강에 훨씬 좋을 것 같았습니다.

플러스... 정수 시스템도

지하수라고 무조건 100% 깨끗한 것은 아닙니다. 세균은 없겠지만 중금속이나 석회 성분이 들어있을 가능성이 있죠. 특히, 단양 지역은 시멘트로 유명한 곳인만큼 지하수에 석회 성분이 들어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석회가 포함된 물을 끓이면 냄비에 하얗게 얼룩이 남습니다.)

저희 집도 석회 때문에 역삼투압 정수기를 설치했습니다.  그리 어렵지 않게  DIY로 설치 가능합니다. (참고: 언더 싱크 정수기 – 직접 만들 수 있습니다!)

 

이 정수기도 여러개가 필요하더군요. 먹는 물은 역삼투압 정수기를 사용하고, 일반 허드렛물은 간단히 침전 필터만 사용해도 됩니다. 그런데, 정수하지 않은 물을 사용하면 보일러나 변기, 세탁기, 수전에도 뭔가 침전물이 생기더라구요. 이렇게 되면 여기저기 물 쓰는 곳마다 간단한 정수기나 여과기를 달아야할 판입니다.

 

그래서 이 참에 아예 가압펌프와 저수탱크를 없애고, 대신 그 자리에 대형/대용량 정수기를 하나 달기로 했습니다. 인터넷을 좀 뒤져보니 3M에서 업소용 또는 미국 가정에서 사용하는 대용량 정수필터를 팔더라구요. (모델명: AP-903) 1년에 한 번만 필터를 교환하면 된다고합니다. 필터가 상당히 커요. 대략 길이가 60cm, 지름이 10cm 정도!

저수탱크가 지하에 자리하고 있는데, 이 놈을 들어내면 지하에 공간이 생깁니다. 여기에 정수 필터를 설치하면 집안으로 들어가는 모든 물을 한 곳에서 1차 정수할 수 있으며, 지하에 있으니 동파 걱정도 끝!

아래와 같이 바꾸기로

저수탱크와 가압펌프를 들어내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저수탱크가 있던 자리(지하)에 대형 정수필터를 설치합니다. 기본적인 것들은 모두 여기서 걸러지게 되고, 마시는 물은 부엌에서 한 번 더 정수기를 통과하도록 합니다.

기대하는 효과는?

  • 가압펌프가 없으므로 불필요한 잔고장이나 잦은 수리, 부품교체도 없음
  • 가압펌프가 없어지면 배관도 간단해지므로 동파 위험이 적음 (동파관리가 쉬움)
  • 지하에 설치하므로 정수필터 동파문제는 자동해결
  • 집으로 들어오는 물이 1차 정수되므로 보일러, 세탁기, 기타 허드렛물도 모두 정수된 물을 사용. (개별 설치했던 필터들 모두 제거)

단, 저수탱크가 없기 때문에 수중펌프가 고장났을 때 예비급수가 안됨 (비상용 생수 비치, 아니면 50미터쯤 걸어 내려가 계곡물 퍼오든가...^^)

배관이 대폭 단순 & 깔끔해 졌습니다~!

가압펌프를 걷어내고 수중모터에서 직접 집으로 들어오도록 배관을 정리했습니다. 새로 인버터를 설치하여 수중펌프와 연결합니다. 인버터 패키지에는 질소압력탱크와 유량센서가 함께 따라옵니다. (한 번 본 후에는 저도 따라할 수 있을 것같은데... 일단 처음이니까 전문가의 손길로. ^^ 전문가가 작업하는 것을 옆에서 지켜보면 많은 도움이 됩니다. 이 후 고장 진단이나 간단한 유지보수 작업은 직접할 수 있습니다.)

 

요놈이 바로 인버터! 유량(물 사용량)에 따라 수중펌프의 동작을 세게, 혹은 약하게 제어합니다. 기존의 가압펌프는 스위치가 붙었다 떨어졌다하기 때문에 수압이 일정하지 않지만 인버터를 사용하면 어느정도 일정한 수압으로 사용할 수 있답니다.

펌프업체 사장님 말씀으로는 잔고장 거의 없답니다. 스위치가 붙었다 떨어졌다하면서 수시로 모터를 켜고 끄는 방식이 아니라, 유량에 따라 자동제어하면서 지속적으로 모터를 쓰기 때문에 전기도 덜 쓴다고 하네요. 수압도 전보다 더 좋아지고... 암튼 두루두루 좋대요~ ^^ (단, 가격이 후덜덜... ㅠ.ㅠ)

이 놈이 정수탱크입니다. 이 탱크를 들어내고 대용량 정수필터를 설치합니다. 이제 저도 어느정도 경험이 쌓여서 정수필터 설치와 필요한 배관은 직접 DIY로 할 수 있게 되었네요.

모든 DIY 작업이 그렇듯이... 간단한 작업으로 보이지만 막상 일을 벌여 놓고 보면 만만치 않습니다. 배관 굵기가 다르기 때문에 연결 부속이 필요합니다. 정수필터를 교체할 때 물을 끊었다 이었다 하기 편하도록 밸브도 설치해야합니다. 정수필터마다 배관 규격 또한 다르기 때문에 여기에도 연결 부속이 필요하고, 다 연결한 후에 누수가 보이면 다시 해체해서 단단하게 재조립 해야하구요.

부싱, 니플, 유니온, 엘보, 티(T), 볼밸브 등의 부속 이름과 쓰임새를 알게 되었고 배관규격을 말하는 25A, 20A, 15A 등의 용어를 배웠습니다. 그리고... 가지고 있는 몽키 스패너만으로는 해결이 안돼 배관공들이 쓰는 파이프 렌치도 새로 장만했구요.

잘 버티겠죠? 앞으로 쭉~ 잔고장 없이 필터만 교체하면서 사용할 수 있겠죠?

제발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만들고 설치하는 재미도 있지만, 몸고생 마음고생 좀 안했으면 좋겠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