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2. 29. 09:32ㆍ축구가 뭐길래/Steelers & Reds
한 선수에 대한 평가는 극과 극을 오갈 때가 많습니다.
'이동국 무용론'이 온통 지배하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그새 '박주영 무용론'으로 도배가 되는군요.^^
하지만 진실은, 박주영도 잘하고 이동국도 잘하는 선수지요.
둘 중 누가 더 잘하냐고하면 약간의 스코어 차이는 있을수 있을 테고, 또한 두 선수의 스타일이 다르기 때문에 각자 장단점이 있을겁니다.
그렇지만, 두 선수 모두 잘하는 선수인 것은 분명하지요.
그냥 잘하는 선수가 아니라, 최소한 아시아권에서는 '정상급'의 선수이기도 합니다.
아스널에서 주전으로 뛰지 못한다고 못하는 선수 아닙니다.
잉글랜드에서 별다른 활약 없이 한국으로 돌아왔다고 못하는 선수 아니지요.
(뭐... 더 이상 무슨 구구절절한 설명이 필요하겠습니까...)
왜 그동안 이동국과 박주영을 따로 떼어 놓고 생각했을까요?
둘 중 잘하는 한 사람만이 대표팀의 에이스가 되고, 다른 한 사람은 자격 미달의 선수인가요?
박주영이 잘하면 이동국은 찌그러져야하고, 이동국이 잘하면 박주영은 고개를 숙여야 하는건가요?
우리는 암암리에 최선의 어느 하나만이 답이라는 생각의 지배를 받는 것 같습니다.
오직 1등에게만 최고의 찬사를 보낼 뿐, 2등이나 3등의 존재가치는 무시하려합니다.
저 또한 늘 그렇게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박주영이나 이동국 중에 누가 우리 대표팀의 최고 공격수가 되어야하는가에는 많은 관심을 가졌지만, 그 둘이 함께 만들어내는 하모니를 상상해본 적은 없었던 것 같네요.
최강희 감독이 박주영과 이동국을 대하는 모습을 보면서
그의 전북이 강했던 이유를 알 것 같습니다.
박주영과 이동국을 놓고 저울질하지 않는 모습!
지금까지 들려온 각종 언론 기사를 종합해 보면, 최강희 감독은 둘을 놓고 저울질하기 보다는 최적의 팀 전력을 위해 그 둘을 어떻게 기용할 것인지를 고민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게 지극히 당연한건데... 대부분의 지도자들, 그리고 팬과 언론들은 비교하고 저울질하기에만 몰두했지요.
경쟁을 통해 각 포지션의 주전 자리를 꽤찬 선수만이 가치가 있는게 아니라
조금씩 다르고, 조금씩 모자라는 것들을 가진 선수들도 팀에서의 역할이 있을텐데 말입니다.
경기 막판, 승부를 굳히기 위해 투입되는 3분짜리 셔터맨도 분명히 팀에 기여하는 바가 크고
어쩌면 출전 기회가 1%도 되지 않는 3번 골키퍼도 팀에서의 역할이 있는데 말입니다.
하물며, 에이스를 다투는 두 선수인데... 어느 한 선수만이 독보적인 찬사를 받고, 다른 선수는 떨어진 낙엽으로 취급하는 것은 정말 어리석은 짓일겁니다.
어떻게든... 단 1분이라도, 그의 능력중 일부만이라도 어떻게든 대표팀에 녹여 넣을 수 있으면 좋겠지요.
...
너무 짓눌리는 박주영 선수... 안타깝습니다.
게임에 지속적으로 출전하지 못하기 때문에 경기감각이나 몸 상태에 의문이 가겠지만
박주영은 그런 단점들을 축구 센스만으로도 어느정도 커버하는 선수입니다.
그런 모습... 이미 대표팀에서도 여러번 스스로 증명해 보였구요.
현재의 상황 때문에 선발로, 아니면 90분을 뛰지 못할 수는 있을지라도 박주영이 필요한 순간에 박주영의 몫은 해 낼 수 있는 선수니까요.
게임에 꾸준히 출전하지 못해서 경기력이 떨어지는 선수가 있고, 꾸준히 출전하지 못해서 경기력이 좀 떨어지지만 그래도 쓸만한 경기력을 보여줄 수 있는 선수도 있으니까요. ^^
2010년 남아공 월드컵 16강전, 그 경기의 후반 막판 하일라이트 기억하시나요?
박지성이 중원을 휘어잡고, 박주영이 그 앞에서 전후좌우로 움직이며 공간을 휘어잡고,
그 앞에서 이동국이 득점찬스를 잡던 모습...
일찍이 허정무호에서 볼 수 없었던 강력한 공격 트리오였습니다.
비록, 이동국의 마지막 한 방이 빗나갔고 그로 인해서 또 한 번 이동국이 질타를 받긴 했지만
그렇게 움직이던 세 선수의 역동적인 모습은 정말 좋았거든요.
경기 막판 시원한 공격으로 우루과이를 궁지에 몰아넣을 수 있었습니다.
이동국의 마지막 슈팅도 아쉽지만...
왜 그런 장면이 그 이전에는 우리에게 보여지지 않았는지, 허정무호의 승부전략에서 과연 그런 장면이 계획에 있었는지, 과연 허정무 감독은 그런 장면을 위해 이동국을 중요한 선수로 인식하긴 했었는지...
박주영의 가치와 능력을 인정하고, 그 선수를 귀하게 대하는 점!
저는 이 부분이 바로 최강희 감독의 가장 큰 강점이 아닌가 싶습니다.
선수를 귀하게 쓰는 감독이기 때문에 선수들에게 귀한 대접 받는거고
그렇기 때문에 가장 중요한 순간에 모든 선수들이 하나 같이 제 몫을 해내고
또 그런 힘이 뒷받침 되었기에 최강희의 전북이 강했던 것 같습니다.
박주영, 이동국과 함께 이전의 어느 대표팀보다 막강한 포워드진의 힘을 보여줄거라 생각합니다.
분명히 우리 대표팀이 가장 중요한 순간, 가장 필요한 시점에 자기의 힘을 보여줄겁니다.
우리가 믿고 기다릴 수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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