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하필 골 뒷풀이에 시퍼런 칼날을?

2009. 3. 15. 20:09축구가 뭐길래/Steelers & Reds

지난번 수원:포항의 2009 K-리그 개막전에서
포항의 스테보가 그랑블루 앞에서 화살을 날리는 세레모니를 한 후 퇴장당했을 때
"별 시덥잖은 걸루 퇴장을 다 시키네..."
"이런것도 홈 어드밴티지인가?" 정도로 비아냥거리기만 했는데...

오늘(3/15, 토) 전북:대구의 전주 경기에서
이동국마저 골 뒷풀이를 한 후 퇴장 당하는 모습을 보자니
답답한 마음에 숨이 막힐 지경이다.

엄정한 휘술, 추상같이 시퍼런 판정의 칼날을 세우는 것에 누가 반대하겠는가?

그러나, 왜 하필이면 축구 경기의 꽃이나 다름 없는 골의 순간에
그토록 엄정한 기준을 적용하려 하는지 답답하기만 하다.

골은 축구 경기에서 가장 황홀한 순간이다.
팬들도 그렇고 선수도 그렇고... 이 순간만큼은 나도 모르게 소리를 지르게 되고
서로 얼싸안은 채 춤을 추고 노래를 부른다.
골을 넣은 선수는 누구보다도 행복한 순간을 누릴 자격이 있다.

어떻게보면... 잠시나마 가장 관대한 기준과 관용이 베풀어 질 수 있는 순간일텐데
골의 여운과 기쁨이 가시기도 전에 골을 넣은 선수가 퇴장을 당하다니...
그것도 홈 팬들에게 승리를 확신케 해 주는 골을 넣은 상황에서...

진정으로 K-리그에 관중이 많이 오기를 바란다면
K-리그가 재미있기를 바란다면
최소한 스테보나 이동국 정도의 골 뒷풀이로 퇴장당하는 장면은 나오지 않았으면 좋겠다.

오늘의 주심...
골을 넣은 후 무릎꿇고 기도하는 선수에
비 기독교인을 대상으로 종교적 편향성을 나타낸다고 경고를 줄 것인지 묻고싶다.

추상같은 판정을 내릴 상황은 정말 많은데
왜 하필 축구의 백미 중 하나인 카타르시스의 순간에 칼질을 하려는 건지 묻고싶다.

부디 오늘의 주심은 경기를 다시 한 번 찬찬히 보기 바란다.

최태욱이 만들어 낸 페널티킥이 더 비신사적인 것인지
이동국의 골 뒷풀이가 더 비신사적인 것인지 꼭 확인해 보기 바란다.
경기중에 순간적으로 벌어지는 시뮬레이션 액션은 제대로 잡아내지 못하는데...
골 뒷풀이는 너무나도 심판이 잡아내기 쉬워서 그러는 것이라는 유치한 생각마져 든다.

축구는 골을 많이 넣고 적게 먹는 팀이 이기는 경기다.
골을 향해 90분을 달리는 경기다.
골을 넣은 그 순간만큼은.. 골을 넣은 그 선수가 그 순간을 지배한다.

좀 누리게 해 줘라... 야박하게 굴지 말란 말얏!