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천수와 이동국을 바라보는 너무 차가운 시선들

2008. 7. 30. 19:31축구가 뭐길래/Steelers & Reds

이천수가 수원으로, 이동국이 성남으로 돌아온다고 합니다.
두 선수 모두 K-리그를 떠나 유럽 무대를 노크했지만 변변한 성과를 거두지 못했지요.
또한 두 선수 모두 이번이 두번째 유럽 무대 적응 실패가 되는군요.

그런데, 이 두 선수를 바라보는 눈들은 너무나도 차갑네요.
오긴 왜오냐...
그럴줄 알았다...
와봐야 별거 아닐거다...
꼴 좋다...
게으르고 싸가지 없는...

아마도 수원 팬들과 성남 팬들을 제외하고는 다들 싸늘한 시선 뿐인 듯합니다.

이 두 선수는 실패한 것일까요?
아니면, 이 선수들이 죄를 지은 것인가요?

분명히 국내에서는 최고 기량의 선수였습니다.
월드컵에서, 아시안컵에서, 청소년대회에서, K-리그에서...
우리에게 큰 기쁨을 주었던 선수들입니다.
그리고, 각자의 선택에 따라 더 큰 무대에 도전했습니다.

설사... 주제파악을 못하고 자만심이 가득하고 겉멋이 잔뜩 들어서 유럽으로 갔다 치더라도
두 선수는 제대로 된 절차를 거쳐 각자의 팀에 입단했으며
그 팀들이 이천수와 이동국을 받아들였을 때는 분명히 이유가 있었겠지요.

불행히도 박지성이나 이영표처럼 성공적으로 안착하지는 못했습니다.
그리고, 분명 그들 나름의 노력을 했을 것이고
또한 그들 나름의 이유가 있을텐데... 사람들은 너무 쉽게 그들에게 흠집을 냅니다.

실력이 없고 노력하지 않은 선수가 어떻게 국가대표가 되고, K-리그 최고가 되고,
전 세계의 모든 축구선수들이 꿈꾸는 곳에 발을 들여 놓을 수 있을까요?

그들이 돌아오면 K-리그는 더 볼 것이 많아지지 않을까요?
이천수가 합류한 수원과 이동국이 합류한 성남의 경기는 더 재미있지 않을까요?
아직 서른도 안된 두 선수... 다가올 월드컵에서 예전보다 더 좋은 활약을 충분히 하지 않을까요?
다시 유럽 무대에 도전할 수는 없을까요?

말투가 싸가지 없어서, 대회 기간에 술을 마셔서, 누가봐도 착한 모범생이 아니라서...
그래서 받아야하는 비난 치고는 너무 가혹하고 무조건적인 비난은 아닐까요?

자기 꼬라지를 모르고 주제넘게 설쳤는지도 모르지요.
그러나, 최소한 유럽까지 갈 주제는 됐으니까 입단에 성공했을 것입니다.

시건방지게 K-리그를 떠났는지도 모르지요.
그러나, 최고의 자리에서 더 큰 곳을 향해 떠난 결단과 용기, 도전과 자신감이 있었습니다.

....

그들이 다시 K-리그에 왔습니다. (그들에 앞서 안정환도 있었지요.)
금의환향하지 못한 그들의 모습이 저역시 좀 측은해 보입니다.
내가 사랑하는 포항스틸러스로 왔다면 더 좋았겠지만, 다른 팀이어서 샘이 나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저는 그들의 귀환을 환영하고 싶습니다.
따뜻하게 그들을 맞이하고, 벽에 부딪치면서 마냥 긁히고 차였을 그들에게
K-리그가 따뜻한 품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다시 그라운드를 휘저으며... 유럽으로 가기 전보다 더 좋은 플레이를 펼쳤으면 좋겠습니다.
거칠고 험한 무대에서 어떤 발전을 이루었는지도 보고 싶습니다.
그리고, 최소한 그 자리까지 올라간 그들의 재능과 노력을 존중하며
다시 그들 스스로 최고의 자리에 올라서리라 믿습니다.
그들로 인해 K-리그는 더 많은 전설을 우리에게 가져다 줄 것이라 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