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7일, 포항 vs 전남 (2008 K-리그 개막전)

2008. 3. 10. 11:20축구가 뭐길래/Steelers & Reds


제일 눈에 띄는 점은 심판들이 달라졌다는 점입니다.
판정의 정확성이라든가 심판 개개인의 능력을 떠나서
판정의 기준과 방향이 지금까지의 K-리그에 비해 많이 달라졌습니다.

심하게 비아냥 거린다면, 지금까지의 K-리그 심판은 '그라운드의 1차 진료자' 였습니다.
선수가 '으악~' 하고 쓰러지거나 넘어지면, 바로 파울을 불고 달려갔지요 ^^

이번 2008 K-리그 개막전에서는 (이상용 주심)
어지간한 몸 싸움에는 일단 휘슬을 불지 않았으며, 특히 공격팀에게 이익을 주는 상황에서는
그런 성향이 더욱 강하게 나타났습니다.

반면에... 경고에 대해서는 좀 더 엄격한 기준을 들이댔습니다.
같은 반칙을 반복하거나, 의도적인 반칙에 대해서는 얄짤없는 카드!
팬들 입장에서는 조금 생소했을 수도 있습니다.
경고가 나올만한 상황이 아니었음에도 꽤 많은 경고가 나왔으니까요.
하지만... 경고를 주는 장면에서 심판이 손가락 몇 개를 펴 보이는 모습 보셨죠?
"너 이거 네번째야!" 라는 뜻으로 보입니다.

이러한 판정의 기준과 경향은 매우 바람직한 것입니다.
축구를 즐기는 팬들 입장에서 더욱 박진감 넘치고 흐름이 끊어지지 않는 경기를 볼 수도 있고
국제적인 클럽 리그의 심판들도 이러한 방식의 판정 기준을 가져가고 있으니까요.

물론... 아직 이러한 경향이 완전히 자리를 잡기까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입니다.
결정적으로, 페널티 에리어 안에서도 지금처럼 과감한 휘슬을 불어야 할 것이고
한 번 경고를 받은 선수에게는 가차없이 레드 카드를 뽑아 들 수 있어야 합니다.
심판 스스로 경기중에 판정 미스를 알아차렸을 때, 상대팀에게 '보상판정'을 해 주어서도 안되지요.
포항과 전남의 이번 개막전에서 그런 상황까지는 나오지가 않아서
아직은 좀 더 많은 경기를 지켜봐야 할 듯 합니다.

선수들 또한 이 점을 분명히 인식해야합니다.
적극적인 몸싸움은 과감하게 하되, 습관적으로 몸에 익은 상습적인 반칙성 트릭은 참아야합니다.
만약 심판들이 페널티 에리어에서도 과감하게 휘슬을 불기 시작한다면
적지 않은 팀들이 페널티 킥에 의해서 패배할 가능성도 높습니다.

공격성향의 팀, 그리고 최일선 공격지역에서 1대1 상황에 능한 선수를 보유한 팀들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합니다.
1대1 상황에 유리한 선수란, 개인가 좋은 선수나 스피드가 뛰어난 선수
또는 몸싸움에 능한 선수들을 모두 포함합니다.

그렇다고 수비수들에게 절대적으로 불리한 것은 아닙니다.
심판들이 이러한 경향을 확실하게 유지하고, 정확한 판정을 내려준다면
태클 기술이 뛰어난 수비수들에게는 유리하겠지요.

사실... 정확한 태클이나 몸싸움 보다는 얕은 트릭으로 공격수를 저지하는
수비수들이 많지요 ^^
수비수라는 위치가... 물론 예측을 하기는 하지만...
 대개는 공격수가 움직인 후에 반응을 해야하기 때문에
공격수의 뒤를 따르는 경우가 종종 발생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태클은 아주 훌륭한 수비 기술임에도...
우리나라의 수비수들은 태클에 소극적이고 정확한 태클을 구사하는 경우도 드문 편입니다.

어정쩡한 태클은 반칙으로 이어지겠지만, 정확한 태클은 수비수에게 전혀 불리할게 없습니다.
다만, 지금까지의 판정 경향이... '태클'을 했다는 것 사실만으로 수비수가 불리했던 것이지요.

....

앞서 말했지만... 과제는 하나입니다.
이러한 판정의 기준을 페널티 에리어에서도 동일하고 과감하게 적용하느냐,
한 차례 경고를 받은 선수에게도 과감하게 레드 카드를 열 것인가...

물론... 심판의 기술적인 수준에 문제가 있어서 판정시비가 생길 수도 있습니다만...
일단은 긍정적인 변화로 보이는 만큼, 조금 지켜보았으면 좋겠네요.
그리고, 이러한 방향으로 심판진에서 결정을 했다면... 판정에 대해 어느정도 자신감이 있다는 말이지요.

선수들... 감독들... 바싹 긴장해야합니다.
심판의 변화는 그 어떤 변화보다도 파장이 크며, 경기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심판 판정 기준의 변화...
어쩌면, 2008 K-리그의 최대 복병이 될 수도 있습니다.
스피드와 힘을 함께 무장한 수비라인을 갖추지 못한 팀들은 크게 낭패를 볼 수 있습니다.

그럼, 어느 팀들이 낭패를?

ㅋㅋㅋ 포항은 아닙니다. ^^
오히려 최대의 수혜팀 중 한 팀이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