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반전 25분

2008. 2. 26. 18:58축구가 뭐길래/Steelers & Reds

이번 동아시아 대회에서 한국은 중국, 북한, 일본을 상대로 총 5득점에 4실점을 했다.

득점
중국전 : 전 43, 후 20, 후 47
북한전 : 전 21
일본전 : 전 14

실점
중국전 : 후 2, 후 16
북한전 : 후 28
일본전 : 후 23

이 중에서 실점 시간을 보게 되면 북한전과 일본전 모두 후반 25분경에
일시적으로 수비 집중력에 문제를 보이며 실점을 했는데...

후반 25분.
이 시간대는 축구경기에서 상당히 중요한 분수령이 되는 시간대이다.
선발 출전한 선수들의 체력 저하게 눈에 띄는 시기이기도 하고
감독이 미리 준비한 전술적인 약발이 대개는 이 시간쯤에는 고갈된다.
그 때문에 대략 이 시간을 전후로 해서 감독들은 전술적인 변화, 승부수 띄우기,
선수교체 등의 작전을 구사하는 경향이 있다.

그럼, 선수교체 타이밍을 한 번 살펴보자.

중국전
한국 : 이근호(후31분 고기구), 염기훈(후17분 구자철)
중국 : QU Bo(후47분 LU Zheng), DU Zhenyu(후36분 Li Yan), LIU Jian(후36분 JIAN Ning)

북한전
한국 : 곽희주(후9분, 박원재), 김남일(HT, 황지수), 이관우(후15분, 오장은)
북한 : 한성철(후24분, 차정혁), 남성철(후반?, 지윤남)

일본전
한국 : 김남일(후11 구자철), 조진수(후22 이근호)
일본 : YAMASE(후41 BANDO), NAKAMURA(후17 YASUDA), HASHIMOTO(후34 YANO)

위와 같이, 우리 팀의 선수 교체는 중국전을 제외하고 후반 25분 전에 이루어졌으며
중국전을 제외하고느 공료롭게도 경기의 승패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골들이 모두
우리팀의 선수교체 후에 터지고 말았다.

단 세 경기를 가지고, 그것도 테스트성 선수 기용의 성격이 다분히 보이는 경기들을 가지고
 설명하기에는 데이터가 부족하지만, 몇 가지 생각할 포인트가 있는 듯하다.

허정무 감독의 승부 스타일
기다렸다가... 사건이 터진 후에 승부를 거는 스타일이 아니라..
역시나... 먼저 승부를 거는 스타일이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스타일보다는 이게 낫다 ^^)

최소한 선수교체에 있어서만큼은 상대팀보다 한걸음 앞서서 타이밍을 잡고 있다.
중국전의 경우에는 감독의 의중이 적중한 케이스이고,
나머지 두 경기는 야속하게도 감독의 카드만 날려버리고 말았다.

특히, 일본전처럼 이근호를 교체 투입하자마자 실점을 해 버리면...
감독은 교체카드 하나를 그냥 날려버리는 꼴이 되고 만다.
(소를 잃고 외양간도 불에타고... 감독보고 어쩌란 말인가... T.T)

북한전 같은 경우에는 허정무 감독이 좀 빨리 움직인 면이 있긴 하지만
당시 경기의 양상이 한국이 일찌감치 득점을 하고 계속 밀어붙이는 가운데
북한이 총력 수비하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감독으로서는 잠그기 보다는 추가 득점을 위한 승부수를 던질 수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3명의 교체카드 중 하나 정도는 남겨두었으면하는 아쉬움이 있다.
특히, 북한이 선수교체 후에 역습을 통해 득점을 한 것을 놓고 보면 상당히 아쉽다.

감독 이전에 선수들이 알아야할 것
축구는 다른 경기에 비해서 감독이 시시각각 작전을 구사하기 보다는
선수들이 필드에서 직접 해결해야하는 부분이 많다.
이런 점을 고려할 때, 선수들은 스스로 위기관리를 할 줄 알아야하며
감독의 전술적인 의중과 타이밍을 경기중에 함께 고려할 줄 알아야 한다.
전 선수가 그렇지는 못하더라도, 최소한 팀의 고참이나 주장은 이와 같은
경기 진행 상황 전체를 이해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속도계랑 연료 게이지만 보지 말고... 네비게이터나 지도도 좀 봐야하지 않겠나?)

다른 선수들이 다른 팀을 상대로 했다면 경기의 내용과 결과도 달랐겠지만
그리고 앞으로 이런 패턴이 다시 나타날지 어떨지도 모르겠지만...
이번 동아시아 대표팀의 경우에는 후반 25분을 전후로한 시점의 위기관리에 좀 문제가 있는 듯 하다.

이 시점은 우리에게도 위기가 찾아오는 시점이지만 상대편에게도 마찬가지다.
상대편도 이쯤이면 뭔가 꼼지락 거릴 것이고, 우리는 놈들에게 멋지게 한 방 먹일 수 있는
절호의 타이밍을 잡을 수도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