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김기동, 400경기 출전

2007. 4. 23. 10:53축구가 뭐길래/Steelers & Reds

포항 스틸러스 김기동 선수가 400경기 출전을 달성했습니다.
더욱 놀라운 것은, 지금도 예년과 다름 없는 기량을 선보이고 있기에
이 엄청난 기록이 언제까지 이어질지에 더 주목하게 됩니다.

물론 김병지 선수가 더 많은 출전기록을 가지고 있지만, 골기퍼에 비해서 출전 핸디캡이 많은 미드필더라는 점에서 김기동의 기록은 독보적입니다.
지금은 은퇴한 신태용 선수가 401경기 출전 기록을 가지고 있는데... 아마도 김기동 선수가 그 기록을 넘어서 한 참을 더 달려갈 것 같습니다.

400경기...
대략 프로 선수들은 1년에 40경기 정도를 치릅니다.
주전 경쟁에서 밀리지 않으면서도 철저한 자기관리가 이루어지는 선수들만이 1년에 40경기 정도를 소화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10년을 뛰어야만 400경기 출전이라는 기록을 세울 수 있는거구요.

프로 2년차 징크스라고 아시죠?
1년차때 펄펄 날던 선수가 2년차가 돼서는 다소 주춤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자신의 스타일이 상대방에게 읽히기도 하고, 낯선 프로 무대에서 1년을 달려 오면서 부상을 쌓아 오기도 하고, 미처 만반의 준비가 안된 상태에서 프로리그와 국가대표팀을 모두 소화하면서 과부하에 걸리기도 합니다.

여러가지 문제가 있겠지만... 저는 프로 선수로서 연중 40경기 이상을 소화해야 하는 것이 가장 큰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고등학교나 대학시절에는 춘계, 추계 등 연중 리그 없이 대회별로 몸을 만들고, 또한 대회 별로 소화하던 선수들이... 프로가 되는 순간 비 시즌이나 휴식기를 제외하고는 매주 2경기씩 소화하는 일정을 1년간 지속해야 합니다.
처음 1년은 버텨내지만... 2달 남짓의 동계훈련 기간이 다시 1년을 달려갈 몸을 만들기에는 충분한 시간이 아니기 때문에 2년차가 되는 시점에는 다소 몸이 축난 상태에서 조금씩 더 체력을 갉아 먹으면서 또 1년을 뛰어야 합니다.
거기다가... 1년차 때 자잘한 부상까지 겪은 선수들은 다른 훈련들이 충실하지 못하기 때문에 더 큰 어려움을 겪을 수 밖에 없습니다.

프로 선수란 꾸준한 자기 몸관리, 부상에서의 원활한 회복, 변함 없는 기량, 흔들리지 않는 마음가짐 등이 모두 갖추어져야만 오랜 기간동안 주전으로 활약할 수 있습니다.

대학은 어떤가요?
4년입니다. 내 선배 중에 아무리 잘하는 선수가 있어도 몇 년 후면 졸업을 합니다.
기량이 출중한 후배들이 들어오긴 하지만 1-2명이 전부입니다.
대회를 앞두고는 비교적 넉넉한 준비 시간이 주어지기도 하지요.

프로는 다릅니다.
나보다 10년을 먼저 시작한 선배가 앞자리를 떡 버티고 있기도 하고
그해 우리나라에서 날고 기는 젊은 후배들이 입단을 하며
기량이 좋은 외국인 선수가 나타나기도 하고
다른 팀에서 동일 포지션의 경쟁자가 트레이드되어 오기도 합니다.
무엇보다도 경기가 많아지고, 또한 시즌 내내 이어지는 일정 때문에 그것을 견뎌내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닙니다.

김기동 선수의 400 경기 출장, 그리고 앞으로 더 많이 이어질 그의 기록이 시사하는 바는 무척 큽니다. 아마도... 당분간은 한국 프로축구에서 하나의 모법 사례가 될 듯 합니다.
더구나... 은퇴를 준비하면서 후반 중반쯤에 조우커로 반짝 투입되는 식으로 출전 횟수가 더해진 것이 아니라 (주로 뛰어난 기량의 스트라이커들이 이런 모습을 보일때가 많죠)
경기 내내 가장 많은 운동량을 소화해야 하는 팀의 살림꾼 자리인 수비형 (때로는 공격형) 미드필더로서 여전히 건재하다는 점에서 그의 기록은 더욱 빛이 납니다.

그 동안 몇 골을 넣었냐구요?
아무개 선수는 출전 경기 수는 적지만 거의 게임당 1골씩 터뜨렸다구요?
그 동안 출전하면서 몇 승이나 거두었냐구요?
프로에서 400경기 뛰는 동안 국가대표로 몇 경기나 뛰었냐고요?
그래서, 지금 연봉은 얼마냐구요?

이런 말들로 김기동의 기록을 깎아 내리려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늘 한결같이 피치에 우뚝 서기를 10년입니다.
그리고... 지금까지 그렇게 달려온 선수들은 몇 손가락에 꼽힐 정도로 드물기만합니다.

올 한 해... 우리 K-리그에서 가장 큰 상을 받을 선수는 단연 김기동이라고 생각합니다.
시즌 MVP는 1년을 잘하면 받을 수 있지만, 김기동은 10년을 그렇게 달려왔으니까요.

그리고... 지금부터는 아무도 밟지 않았던 새로운 역사를 써 나갈테니까요.

세상에서 가장 큰 박수를 김기동 선수께 보내고 싶습니다!

PS) 언제나 자랑스러운 나의 팀, 포항은 역시 레전드들의 팀입니다.
성적이 어떻든, 스타가 누구든 간에
항상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가는 포항 스틸러스...
우리는 또 하나의 전설을 가지게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