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국의 데뷔전

2007. 2. 26. 20:41축구가 뭐길래/Steelers & Reds


이동국의 EPL 데뷔 경기를 보는 것은 매우 흥분되는 일이었다.
1998년 처음 포항의 유니폼을 입을 때부터, 아니 그보다 먼저 그에 대해서 관심을 가졌기에 같은 시간에 벌어진 박지성의 경기는 안중에도 없었다.

분명 후반 중반 이후에나 그가 등장할 것이라 짐작을 했고, 어쩌면 출장 기회를 얻지 못할 수도 있다는 것을 잘 알았지만...
밤 12시부터 채널 고정!

야쿠부와 비두카
먼저 이 두 선수를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놀랍게도 두 선수는 한국에서 이동국이 수도 없이 지적받던 문제를 고스란히 안고 있늗 것처럼 보였다. 다소 풍만해(?) 보이지는 체격과 느릿한 움직임, 적은 활동폭과 수비가담...
그리고 한 술 더 떠서 마흔은 족히 되어 보이는 액면까지!
(비두카는 그렇다치고... 야쿠부는 솔직히 과거 한국 프로야그에서 뛰던 타이론 우즈가 떠오를 만큼 상당한 액면의 외모였음 ^^)

그러나, 골 에리어 부근에서의 찬스 포착과 해결 능력은 혀를 내두르게 만들만큼 예리했으며 한치의 망설임이나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게 골로 연결하는 모습은 흠잡을 곳이 하나도 없을만큼 수준급이었다.

더구나 두 선수 서로간에는 물론이고, 다른 동료 선수들과의 팀 플레이 역시 아주 충실하게 해내는 모습이 매우 좋았다. 여기에... 비두카는 언제 팀을 떠날지 모르는 말년 병장이 아니라 충실하게 팀의 공격을 리드하는 모습까지!

스트라이커를 골 넣는 것 만으로 평가하기는 어렵다.
그렇기 때문에... 앞서 언급한 이런저런 문제들이 있기에... 야쿠부아 비두카가 EPL 최고 팀의 스트라이커가 되기는 어려울지도 모르겠다. (비두카는 이미 전성기에서 한 고개 꺾인 선수이니 더 이상의 상승은 없겠지...)

하지만... 지금 현재, 미들스브로라는 팀에서 그 둘을 능가하는 스트라이커는 없으며 (이동국을 포함해서) 돌발 변수가 없는 한 당분간 주전 자리를 이방인에게 내 주지도 않을 것 같다.

이동국이 이 두 선수 중 하나를 밀어내려는 욕심 보다는, 두 선수의 부족한 부분을 메우면서 어떻게 팀에 공헌할 것인가를 차분하게 생각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기회는 반드시 온다. 후반 몇 분만이라도 그에게 기회가 주어질만한 가치가 있다는 것을 데뷔전에서 보여줬으며, 리그가 계속되는 동안 준비된 후보 선수에게는 항상 기회가 주어지기 때문이다.
특히 비두카는 당장 내년을 보장할 수 없는 선수나 마찬가지이다. 이런 상황에서 감독이 이동국의 출전 기회를 아낄 이유가 없다.

사우스게이트 감독
남대문 감독인가?
이동국으로서는 감독운이 일단은 따라 주는 것 같다.
하긴... 이동국이 맘에 들어서 뽑은 감독이니 서로간에 추구하는 바는 어느정도 맞아 떨어지겠지만 말이다.

이 남대문 감독은... 스트라이커에는 철저하게 골(득점)에 집중하기를 요구하는 스타일로 보인다. 또한 그렇기 때문에 골 상황에서 잘 해주는 스트라이커를 세우는 것으로 보인다.
나와바리 넓게 차지하면서 쉼 없이 좌우를 교란하고, 아래위로 폭넓은 수비 가담과 게임 메이킹을 요구하기 보다는 중앙에서의 골 상황에 집중하는 스타일인 이동국과는 상당히 궁합이 맞아 보인다. (야쿠부와 비두카는 당근이겠지?)

야쿠부와 비두카를 함께 쓰기 보다는 다른 스타일의 중앙 공격수와 조화를 이루게 하거나, 아니면 둘 중 한 명에게만 득점을 맡길만도 한데... 비슷한 성향의 두 선수를 투톱으로 내세우는 것으로 볼 때 그런 스타일의 감독이 아닐까 짐작을 하는 것이다.
(발 재간과 시야, 패싱력을 함께 갖춘 야쿠부가 자유롭게 찬스를 만들고, 비두카에게 마무리를 맡겨 버리기에는 야쿠부의 활동력이 떨어지기 때문일지도 모르지만...)

이동국으로서는 "넌 더 많이 움직여야 해!"라는 지적을 먼저 하는 감독보다는, "넌 골을 넣어야 해!"를 먼저 주문하는 감독이 더 어울린다.

미들스브로
이 팀은... 잘 모르겠다.
매우 활기찬 경기를 하고, 공격력과 득점력도 매우 좋은 것 같은데...
수비가 약한 것인지, 아니면 선수들의 정신 나사가 헐거운 것인지, 아니면 오로지 공격 지향적인 때문인지...
아차하면 골 먹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멋진 골을 넣으면서도 어줍잖게 골을 내 주는 팀이라고 할까?
지속적으로 핑퐁이 일어나는 박진감 넘치는 팀과의 경기는 재밌게 잘 풀어갈 것 같지만, 탄탄한 수비에 날까로운 역습 옵션과 단 한 명의 결정력 있는 싸나이를 보유한 팀에게 허무하게 골을 빼앗길 소지가 다분해 보인다.

다우닝
이동국!
야쿠부나 비두카랑 라커룸에서 주먹다짐 해도 용서하겠다만... 제발 이 친구와는 사이좋게 지내길 바란다.
야쿠부나 비두카와는 경쟁을 해서 꺾으면 되고, 설사 경쟁을 하지 않더라도 서서히 기회가 찾아 오겠지만...
다우닝이 없는 미들스브로는 이천수 없는 울산현대나 마찬가지라고도 할 수 있을 것 같다.

골이 만들어질만한 찬스도 많이 만들어 내고, 미들스브로가 측면에서 공격 주도권을 잡아 나갈 수 있게 해 주는 결정적인 선수로 보인다.
(거기다... 플레이스 킥은 또 얼마나 멋지며, 왼발 플레이를 그렇게 제대로 하는 선수는 또 몇 명이나 되겠는가?)

자고로... 축구판에서 왼발 하나 잘 쓰면 10년간 무주공산!
다우닝의 플레이 패턴과 크로스 타이밍, 경기중에 일어나는 서로간의 교감 등에 많이 신경을 써 주었으면 한다.

그는... 자네의 EPL 첫 골을 만들어 줄 뻔 하지 않았던가!

포항 스틸러스

어떻게...
동국이도 떠나고 없는데...

다우닝이란 놈, 데려올 수 없겠니?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