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국은 잘 해낼 수 있을까...

2007. 1. 23. 19:40축구가 뭐길래/Steelers & Reds


우선 이동국이 유럽의 탑 클래스 리그에서 통할 선수인가 아닌가의 문제는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상위 클럽들의 경우, 세계 각국의 최고 스트라이커들이 집합하기 때문에 이동국이 그 틈을 비집고 들어가는 것이 정말 힘들겠지만, 중하위권의 팀에서 통하지 않을 정도는 아니라고 본다.
잉글랜드 축구에서도 상하위팀간의 전력 격차가 워낙 크기 때문에 맨유나 첼시, 아스날 같은 팀의 꼬바리 후보 스트라이커 조차도 중하위권 팀의 최고 스트라이커보다 나은 실력과 대접을 받는다고 볼 수 있으니까...

이동국은 박지성이나 설기현과 입장이 조금 다르다.
박지성이나 설기현은 측면 활동이 많은 공격수들이며, 골에 대한 직접적인 책임 보다는 자기가 맡은 지역에서 얼마나 많은 공격 주도권을 확보해 내는가가 중요하다.
그리고, 그러한 역할에 있어서 한국 선수들과 세계 톱 클래스 선수들간의 격차는 많이 좁혀졌다고도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동국은 '전형적인' 스트라이커다.
설사 측면 플레이를 한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경기 흐름상 일시적으로 포지션을 옮겨간 것일 뿐, 이동국은 중앙에서 골을 만들어 내야 하는 특수 포지션의 선수이다.
그리고... 이 포지션에는 세계 각국에서 최고의 스타들이 모이는 자리이면서, 반면에 우리나라 선수들을 놓고 볼 때는 특출한 선수가 한 명 나오면 10년이나 그 자리를 차지할 정도로 정상급의 선수가 좀처럼 등장하지 않는 취약 포지션이기도 하다.

그동안 유럽 정상급의 무대를 밟았던 차범근, 김주성, 안정환, 박지성, 설기현 등의 공격수들을 보더라도 전형적인 중앙 포스트형 공격수는 없었다. 모두가... 어느정도는 멀티 플레이어의 능력을 가졌거나, 감독의 의도에 따라 적절히 다목적 카드로 사용할 수 있는 플레이 특징을 가지는 선수들이다.

그러나... 이동국은... 중앙이 안되면 오른쪽으로, 오른쪽이 안되면 왼쪽으로, 탑 포스트가 안되면 처진 스트라이커로... 이렇게 다용도로 요긴하게 써먹을 수 있는 선수가 아니다.
오로지... 그는 어쩔 수 없이 중앙 스트라이커라는 단 하나의 포지션에서 정면 승부를 펼쳐야할 입장이며, 그렇기 때문에 다른 선수들에 비해서 유럽의 정상급 리그에 진출하는 일이 힘들 수 밖에 없다. 마찬가지로 팀 내에서 경쟁하기도 수월치가 않으며, 실력뿐만 아니라 스트라이커가 책임져야 할 스타 플레이어적인 역할도 해내야 하기 때문이다.

미들스브로에서 그를 영입할 때는 분명히 그의 능력을 보고, 그의 쓰임새를 발견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그가 곧 포항과의 계약에서 자유로운 신분이 될 것이므로 큰 돈을 들이지 않을 수 있다는 계산도 있었을 것이다.
적절한 가격만 맞아 떨어진다면 프리미어 리그의 중하위권 팀 입장에서 이동국을 데려가지 않을 이유는 없었을 것으로 보인다. (이동국이 축구를 못한다고 말하는 사람이 가장 많은 나라는 아마도 대한민국일 것이다. 어느 일본 기자가 이렇게 말했다지... "안정환, 이동국, 박주영 중에서 한 명만이라도 일본 사람이라면 얼마나 좋겠는가...")

그가 잘 해낼 지 어떨지는 잉글랜드에서 적응하는 것에 달렸을 뿐, 실력에서 문제가 될 것은 없다고 본다.
그리고, 벌써 28살을 바라보는 나이... 훨씬 무르익은 경험과 기량, 성숙한 플레이 정신을 고려한다면, 예전에 독일에서 있었던 어설픈 컴백홈이 재현될 것 같지는 않다.

이동국이 잉글랜드에서 성공한다면, 이것은 한국 축구에 있어서 또 하나의 기록적인 역사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왜냐하면... 앞에서 거듭 이야기 했듯이 그는 '전형적인' 중앙 스트라이커이기 때문이다.
이동국이 성공적인 프리미어 리거가 된다는 이야기는, 결국 그가 많은 득점을을 올리거나 또는 많은 득점 기회를 직접 만들어 낸다는 말이기 때문이다. (물론... 성공한다면 ^^)

박지성은 시즌 내내 몇 골만 넣더라도 충실하게 오른쪽 공격 라인에서 맨유의 주도권을 끊임없이 지켜주는 것 만으로도 성공이겠지만... 중앙 스트라이인 이동국은 팀의 득점을 만들어 줄 수 있어야만 하며, 팀의 동료들과 팬들로부터 스타의 대접을 받아야만 성공이라고 할 수 있다.
부진한 측면 윙 포워드에게 퍼부지는 비난에 비해서, 득점 찬스에서 똥볼을 날린 스트라이커에게 가해지는 엄청난 비난은 잉글랜드라고 해서 고상할리 만무하다. (더하면 더하지...)
미드필더는 열심히 뛰는 것만으로도 팀에 상당부분 공헌을 하고 팬들에게 어필도 할 수 있지만, 스트라이커라면 그것만으로는 부족하기 때문이다.

그만큼... 에둘러 갈 곳이 없는, 단 한가지의 정면 승부를 통해서 자신의 존재 가치를 증명해야 한다는 부담이 크겠지만... (그래서 그 만큼 더 어렵고 힘든 싸움을 해야겠지만...)
반면에 성공했을 때 받을 수 있는 인기와 가치는 다른 선수들을 능가하게 될 것이다.
(누가 뭐래도... 축구란 경기는 골 넣는 놈이 가장 큰 박수를 받게 된다.)

나는 딱 한 가지만 증명되기를 바란다.
한국에서 최고의 스트라이커면 최소한 유럽 최강 리그의 중하위권 팀에서 제 몫을 해 낼 수 있으며, 맨유나 첼시, 아스날을 상대로 골을 넣을 수 있다는 사실을 이동국이 증명해 줬으면 한다.

우리보다 강한 독일, 올리버 칸이 지키는 골대를 등지고서 멋진 터닝 슛으로 우리에게 승리를 안겨줬듯이... 지상 최고 팀들의 골문에 한 방 쑤셔 넣어 주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