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핌 베어벡을 씹을 때가 되었나?

2006. 10. 12. 20:37축구가 뭐길래/Steelers & Reds

시리아전은 상당히 실망스러웠다.
나 또한 그날 경기장에서 직접 지켜보았지만... 그 결과는 실망스러웠다.

그리고...
아니나 다를까, 핌 베어벡 감독이 난타를 당하고 있다.
레파토리는 언제나 처럼 늘 똑같이...
전술부재 내지는 단조로운 공격, 수비불안, 골 결정력, 선수 교체의 문제.

그래도 핌 베어벡 감독은 인간성이나 사생활 문제, 성격 문제는 건드리지 않는 걸 보니
그런 부분에서는 별로 흠이 없는 사람인가 보다.

정말 핌 베어벡이 문제인가?

정말 문제가 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핌 베어벡 감독의 문제를 말하기 전에
시리아전의 경우 선수들이 제대로 해결하지 못한 문제들이 상당부분 있었기에
핌 베어벡 감독만 두둘겨 팰 문제는 아닌 것 같다.

솔직히 후반 막판에... 과장 약간 섞어서...
김남일이 평생에 하나 해 줄까 말까할 정도의 멋진 스루패스를 넣었을 때
그것을 최성국이 결정 지었어도 경기는 이겼다.
만약 그것이 아니라면 조재진의 슛이 하늘로 향하지 않았어도 우리는 이길 수 있었다.

선수교체?
누구를 내 보냈으면 좋았을까?
분명히 경기장 안에서 뛰는 선수들은 상대편을 충분히 몰아 세우고 있었으며
경기 끝까지 골 찬스 또한 제법 만들어 냈다.
다만, 그 결정력이 아쉬웠을 뿐이고
그런면에서 볼 때 교체 선수를 쓸 것인가, 아니면 기존 선수들에게 맡길 것인가는
감독의 선택이다.

"이천수가 있었다면 주저 없이 교체했을 것이다"

핌 베어벡 감독이 말한 이 말이 정답이며,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감독이 전술적인 판단 잘못을 했을 수는 있다.
그렇다면 그걸 지적하거나 그 문제에 대해서 감독의 말을 들어보면 되는 것을...
또 다시 이것저것 같다 붙이면서 감독을 무능력한 사람이라고 만들려는 것은 또 뭐람?

나도 핌 베어벡 감독에게 불만은 있다.

선수 교체를 안한 것은 탓할 마음이 없지만
교체할 선수를 가지지 못했던 부분에 대해서는 불만족스럽다.

즉... 경기의 분위기를 틀어 쥐고, 막힌 숨통을 틔워 줄 조우커가 없었다는 것이
문제가 아니었나 생각된다.

"이천수가 있었다면 주저 없이 교체했을 것이다"

이천수는 그날 그 자리에서 없어진 것이 아니라, 선수 소집할 때부터 없었다.
따라서, 진작에 이천수 같은 용도로 사용할 수 있는
조우커 한 장쯤은 마련해 두었어야 하지 않는가 말이다.

나의 짧은 생각인지는 모르지만, 정경호나 박주영 같은 선수라면
시리아를 상대로 그 정도의 조우커 역할은 하지 않았을까 한다.

아마도... 조우커 없이 액면으로 깔아 놓은 패만 가지고도
승부를 결정지을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은 아닌지...

중앙 수비가 불안하다?

불안하지... 왠지 성에 차지가 않고, 거의 실수에 가깝게 쉽고 허무하게 골을 먹는다.
경기 중간중간에 아슬아슬한 위기도 몇 번 나오고...

김동진과 김상식이 문제라고?
어제 경기 내내 내가 가장 거슬린 것은 내 옆자리에서 쉴 새 없이
김상식 욕을 하는 아저씨였다.

우리팀의 수비 지역으로 날아오는 수 많은 공들을
가장 부지런하게 걷어내고, 중앙의 빈 자리를 어김 없이 메우고,
처음부터 끝까지 침착하고 자신감 있게 경기에 임했던 선수가 김상식이다.

김상식이 중앙 수비수로서 실력이 모자라는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김상식은 중앙 수비수로는 안돼!' 라고 말할 수 있을까?
어떤 놈은 스피드가 약하고, 어떤 놈은 상황 판단이 약하고,
어떤 놈은 체격이 작고, 어떤 놈은 1대1 수비가 약하고... 등등등
이거저거 다 따져서 감독이 가장 적합한 선수라고 뽑은 선수가 김상식이다.

그 뿐인가?
김상식 자리에 다른 선수가 있었을 때 우리 수비가 그리 탄탄하고 안정적이었던 것 같지도 않다.
늘 우리는 '수비불안'이라는 고민을 안고 다녔지...

제2의 홍명보가 필요하다고 한다.

그러나, 2002년을 제외하고는 홍명보가 중앙 수비의 핵으로 있을 때도
우리팀은 늘 수비가 불안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홍명보가 수비를 못해서 그런게 아니라 우리 팀이 수비가 약했던 것이다.

홍명보 같은 불세출의 붙박이 중앙 수비수가 없으니 그런 선수를 키워야 한다고도 말을 한다.
하지만 말이야...
홍명보는 훌륭한 중앙 수비수가 아니라 훌륭한 선수였다.
그 선수의 포지션이 중앙 수비수였을 뿐이다.
우리에게 훌륭한 중앙 수비수가 있었기 때문에 홍명보를 떠받든 것이 아니라
선수로서 갖추어야 할 면면이 훌륭했기 때문이었다.
넓은 시야, 침착성, 두되, 안정된 기본기, 리더십, 패싱력 등등...

홍명보 같은 선수라면 말이 되겠지만 '홍명보 같은 중앙 수비수'가 필요하다는 말에는
동의하기가 힘들 것 같다.

그리고...
우리 팀에는 홍명보 같은 선수는 없을지 모르지만
박지성 같은 선수, 이영표 같은 선수, 설기현 같은 선수, 김남일 같은 선수들이 있지 않는가 말이다.
홍명보가 뛰던 시절에는 이런 선수들이 없지 않았는가 말이다!

김상식과 김동진은 원래 중앙 수비가 아니다!

그 말이 맞다. 소속 팀에서도 그들은 다른 포지션에서 뛰는게 맞으니까.

홍명보는 95, 96년 경에는 포항 스틸러스에서 중앙 수비형 미드필더로 뛰었으며
유상철은 스트라이커, 윙백, 중앙 미드필더, 중앙수비로도 수 없이 뛰었으며
최진철은 프로에서도 상당기간 스트라이커로 활약했던 선수다.

그냥 김상식과 김동진의 수비 능력이 우리의 눈 높이 보다 모자란 것이다.
그걸 가지고 원래 그 자리가 아니었는데, 왜 그런 선수 기용을 했는가라고 따질 것이 아니라
그 자리에서 중앙 수비수를 더 잘보는 선수가 누구인데 왜 그 선수를 쓰지 않느냐고
물어보는게 맞을 것 같다.

최성국과 김영광, 아쉽다!

경기 초반에 보여준 최성국의 모습은 환상이었다.
그러나, 최성국에게는 나쁜 습성이 있는 것 같다.
측면의 넓게 오픈된 공간에서의 플레이에 너무 주력하는 것 같다.
때로는 보다 중앙으로 파고 드는 모습이 아쉬웠다.
후반 막판에는 좀 더 중앙 플레이를 많이 전개하긴 했지만
뭔가 조급한 마음이 있었던 것인지, 아니면 지쳐 있었던 것인지...
(공격수들이 전반적으로 마음만 앞서 있었던 듯!)

김영광은 더욱 아쉽다.
지난 이란전에서도 나타난 문제인데...
최후의 보루인 골키퍼가 보다 단호한 모습을 보여주지 못해서 실점으로 연결된 것은 큰 문제다.
그것도 두 게임에서 연속으로 나타난 같은 문제!

김영광의 방어력에 토를 달고 싶은 생각은 없지만...
골 에리어 밖에서 벌어지는 돌발 위기 상황에서 보다 단호하게 처리하지 못하는 모습이
그의 약점으로 보인다.
좀 더 단호하고 과감하지 못하다면, 그 문제 때문에 그의 훌륭한 방어력에도 불구하고
주전 골키퍼의 자리를 뺏길 수도 있을 것 같다.

불확실한 코칭 스탭 구성 아닌가?

훌륭한 코치였지만 감독으로서의 성공 스토리를 가지지 못한 핌 베어벡 감독.
대외적으로 자랑할만한 지도자 경력 없는 비디오 분석관 출신의 압신 고트비 수석 코치.
2002년에 은퇴한 후 급하게 구세주처럼 합류한 알짜 초보 홍명보 코치.

대한민국 축구 역사상 이렇게 불확실한 코칭 스탭을 구성한 적도 없었다.

그렇다면 왜 그들로 막중한 국가 대표팀의 코칭 스탭을 구성했는가?

그들의 영리함, 패기, 팀웍, 의욕, 잠재된 능력... 등등
결국은 이런 것들이 그들 코칭 스탭이 가진 가장 큰 무기이고
그것을 높이 평가했던 것이 아닌가?

그렇다면...
믿어보자 이거지.
경력은 밑천이 허약하지만 패기와 능력, 의욕 만큼은 만땅으로 채워진
우리의 초짜 코칭 스탭을 함 믿어주고 기다려 보잔 말이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