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동] 일보화, 분단의 안타까움... 뼈저립니다...

2006. 5. 26. 11:33월드컵 여행 - 2006, 독일까지 유라시아횡단/3.단동(중국)


진달래 식당에서 맛있는 점심을 넉넉히 먹었더니
마음까지 가벼워 지더군요.

가이드 해 주시는 백하님께서
호산산성 있는 곳으로 안내해 주셨습니다.
원래 만리장성이 산동에서 끝나는데
최근 중국쪽에서 그걸 단동까지 급조해서 연장해 놓은 것이
바로 호산산성이랍니다.
역사왜곡의 한 단면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그런데...

호산산성이 있는 곳에 '일보화'라는 곳이 있습니다.
'화'자의 뜻을 정확히는 모르겠는데
'일보(一步)'는 말 뜻 그대로 '한걸음'이라는 말입니다.

바로... 중국과 조선(북한)의 국경을 이루는 작은 하천이 있는데
한 걸음이면 국경을 넘는다는 말입니다.

작은 개울... 왼쪽은 중국땅, 오른쪽은 북한땅입니다.

믿어지지가 않았습니다.
작은 개울 건너가 바로 북한이라니...
눈 아래 보이는 돌과 흙, 나무, 풀들이 모두 북한의 그것들입니다.
그 너머 멀리 보이는 총을 든 남자는 국경을 수비하는 북한군인이고
포크레인에서 뭔가를 하는 남자, 자전거를 타고 인공기 옆을 지나가는 남자도
모두 북한 사람들입니다.

강건너 방산마을, 인공기가 이채롭네요.

북한 방산마을에는 현대중공업이 만든 포크레인이 있다!


기념사진 한 장을 찍을라치면
얼굴 뒤로 보이는 배경은 중국 땅이 아니라 북한 땅입니다.

말이 국경이지 국경을 알리는 표시도 없고
흔히 생각하는 철책선도 없습니다.
저 멀리 작은 초소가 하나 있을 뿐입니다.

강도 아닌 작은 실개천 하나가 국경을 이룬다는 사실이 놀라웠습니다.
겨울에 얼음이 얼면 그냥 걸어서 잠시 북한 땅을 밟고
돌아올 수도 있답니다.
굳이 겨울이 아니더라도, 살짝 하천을 넘어서 북한 땅 밟고 오는것쯤은
된다고 합니다.
(그렇게 하지는 않았습니다. 그렇게 한들 마음 불편한게 달라질 것도 없지요.)

...

왜 우리가 이렇게 멀리 돌아와서 북한땅을 보아야 하는지...
마음이 착잡했습니다.
서울에서 열차를 타고 신의주를 지나 단동으로 왔어야 했는데
인천에서 배를 타고 단동으로 와서
압록강 건너로 신의주를 보고
이곳 일보화라는 곳에서는 몇 미터만 걸어가면 북녘땅인데
청계천 보다도 폭이 좁은 그 곳을 건너지도 못한 채 바라만 봐야 했습니다.

중국쪽에서는 관광객이 오가는데
북한 쪽 방산마을에서는 가끔씩 밭일을 하는 사람만이 보입니다.
선도 흔들어 보았지만...
내 맘을 아는지 모르는지 무심하기만 합니다.

갈라진 조국, 서로 다른 체제.
그것은 단 몇 미터의 하천을
몇 천 킬로미터나 되는 바다처럼 만들어 버리는 것이었습니다.

아주 가깝지만... 절대 갈 수 없는...
그런게 분단입니다.

우리가 애초에 북한을 통과하는 월드컵 여행 루트를 생각했었기에
단동 일보화에서 느끼는 기분은 남달랐습니다.
뭐랄까...
최소한 한국 사람들에게 있어서
그곳은 역사 왜곡의 현장 이상으로 가슴을 파고드는 무엇이 있습니다.

백하님께 거듭 감사의 말씀을 드렸습니다.
그리고, 출발전에 루트를 수정할 때
북경이 아닌 단동을 출발점으로 잡은 것은 매우 잘 결정한 것 같습니다.
이렇게 큰 가치와 느낌을 가질 줄은 몰랐습니다.

일보화에서...
우리 여행의 출발점과 동기를 확실히 느끼게 되었다고나 할까?

'우리나라는 섬나라가 아니다' 라는 마음으로 여행을 기획했지만
결국은 '분단된 우리나라는 섬나라구나'라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습니다.

다시 이번과 같은 긴 여행을 하게 될지는 모르지만
다시 오게 된다면 신의주발 단동행 열차를 탈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진달래 식당의 예쁜 누이들과 자연스럽게 사진도 찍었으면 좋겠고
노총각인 인철형은 예쁜 진달래 식당의 누이와
소개팅이라도 하면 더 좋겠지요?

...

단동이란 곳은...
최소한 한국 사람에게 있어서는
보는 곳이 아니라 가슴을 확 파고드는 무엇인가를 느낄 수 있는 곳이었습니다.

인철형 뒤의 개울 건너가 북한땅입니다.


사진을 찍는 인철형도...일보화에서는 표정이 그리 밝지가 않군요.
분단의 시대를 사는 한국 사람들에게...
단동, 그리고 일보화라는 곳은... 좀 아픈 곳인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