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 5. 25. 17:49ㆍ월드컵 여행 - 2006, 독일까지 유라시아횡단/3.단동(중국)
낯선 잠자리...
제대로 잠을 이루지 못했습니다.
일부러 술을 청하고, 즐거운 이야기를 나누고,
골아 떨어지듯이 잠자리에 들었지만 새벽녘에 일찍
잠을 설친 채 눈을 뜨고 말았습니다.
방안에서 어리버리...
뱃전에 나가봐도 그저 바깥은 새까만 바다뿐...
그렇게 얼마의 시간을 보내고 나니
서서히 아침이 밝아 왔습니다.
하지만, 잔뜩 흐리고 안개까지 자욱한 바다는
밤중에 보던 새까만 바다가 희뿌연 안개로 바뀌었을 뿐
보이는 것은 없었습니다.
그때...
승무원이 찾아와서 조종실에 가 보겠냐고 하더군요.
(역시나... 이것은 배편을 운행하는 회사의 특별한 배려였습니다.)
우리는 주섬주섬 카메라를 챙겨들고 조종실로 향했습니다.
안개인지 구름인지 모르는 희뿌연 바다 멀리 단동 동항이 보입니다.
동항은 단동의 위성도시랍니다.
여기에서 배를 내린 후 단동으로 이동한다고 합니다.
그리고...
멀리보이는 단동 동항 오른쪽으로
섬 하나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선장님께서 설명을 해 주시더군요.
"저기... 말 안장처럼 생긴 섬이 마안도입니다.
한반도의 서쪽 끝입니다. 저기는 북한땅이에요."
허걱! 이럴수가!
교과서에서나 배웠던 바로 그 마안도가 내 눈앞에 있습니다.
그리고, 북한 땅이 바로 내 코앞에 있습니다.
단동 동항에서 지척 거리에 있으며
마안도 앞으로는 중국의 고깃배들이 쉴새없이 지나갑니다.
우리가 맨 처음 육로원정 계획을 세울 때
북한을 통과해서 시베리아 횡단열차를 타는 계획을 세웠었죠.
비록 그 계획은 무산되었지만
바로 눈 앞에서 마안도를 보고 있자니 감회가 새로웠습니다.
우리 민족이 함께 사는 땅인데...
그 마안도를 지척에 두고 내가 탄 여객선이 지나가고...
하지만, 현재로서는 그 가까운 곳을 지나면서도
결국은 그곳 마안도 땅을 밟을 수는 없다는 것이 현실이니까요.
신기하기도 하고 안타깝기도 하고
그저 바라보아야만 하는 마음에 억울하기도 하고
옆에 있던 인철형은 착잡했는지 뱃전에 나가서 담배 한대를 피워뭅니다.
...
그렇게 배는 단동 동항에 도착을 했고
창밖으로 중국의 공안들이 걸어가는 모습이 보입니다.
'그렇구나... 우리는 중국에 도착을 했구나!'
5월 25일 9시경(중국시간), 우리는 기차 여행의 출발지인
중국 단동에 도착을 했습니다.
인천을 출발한지 12시간이 걸렸습니다.
하지만... 만약 다음에 다시 단동에 온다면
12일이 걸리더라도 우리땅을 달리는 열차를 타고 왔으면 합니다.
그리고, 우리 땅의 서쪽 끝인 마안도를 밟아보고 싶습니다.
우리는 단동에 도착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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