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량, 이제 지붕까지 온전한 모습을 갖추었습니다

2011. 7. 25. 22:38사는게 뭐길래/집짓기 & DIY


상량(上樑)
전통 건축에서 기둥을 세우고 들보를 얹은 다음 마룻도리를 올리는 일. 술과 떡을 돌리며 목수의 노고를 치하하고 남은 공사의 안녕을 기원한다.

한옥이 아닌 경량 목구조로 집을 짓지만, 그래도 상량이라면 상량에 해당하는 중요한 일을 치렀습니다.
막내아들이 집을 짓는다고는 하는데 걱정이 태산같이 크기만한 부모님께 현장 모습도 보여드리고
기념이라면 기념할만한 Milestone을 하나 찍는 날이었지요.


떡 하니 보기 좋~~게 자리잡은 상량목(지붕보)!

경량 목구조 주택에서는 이렇게 큰 통짜 나무는 사실 사용하지 않는다고합니다.
2x4, 2x6, 2x10... 이렇게 사이즈별로 나오는 규격 각재를 사용하여 조립하는 방식이거든요.
나무의 가격도 저렴하고, 규격제품이기 때문에 조립이나 공정도 더 쉽겠지요.

저희는 딱 요놈 하나!
지붕을 받쳐주는 큰 들보만큼은 크고 튼실한 놈으로 하기로 했습니다.
집에 대해 까막눈이나 다름없는 저희가 그렇게하자고 한 것은 아니고, 집을 짓는 목공팀에서 집에 상징적인거 하나 넣는 것은 어떻냐면서 아이디어를 낸 것입니다.
대부분의 나무들은 벽체 속으로 들어가기 때문에 밖에 노출되지 않지만, 요놈 지붕보와 지붕보에 걸리는 서까래, 그리고 2층 바닥을 받치는 나무들은 집을 다 지은 후에도 그대로 보이게 할 예정입니다.



원래는 집을 짓게된 과정이라든가 동기, 덕담 등을 적은 상량문을 써서 기둥속에 넣는다고 하는데
저희는 그냥 간단히 싸인을 하나씩 남기기로 했습니다.
아버지께서 맨 처음 싸인과 함께 상량일을 머리에 적어 넣으셨고...
(봉투에는 소정의 금일봉 ^^)



치우와 마눌님과 저. 그리고, 어머니가 차례로 싸인을 했습니다.
(어머니께서 적은 글귀는 부모님 댁 거실에 걸려 있는 액자의 내용과 같음^^)



현장 감독님을 비롯한 목공팀도 자그마한 기념을 남겼습니다.
집이 다 지어진 후에, 이 지붕보를 볼 때마다 집을 함께 지어 준 목수들을 기억하게 되겠지요.
(완전 실명제 시공입니다.^^)

이렇게 상량 준비를 마치고.... 드디어 상량!




크레인이 동원되어 커다란 나무 기둥을 들어 올리고
목수님들은 그걸 받아서 미리 준비해 놓은 기둥보 자리에 자리를 잡아줍니다.
미리 자리를 다 잡아 놓은 후에, 떠들썩할 것도 없이
중장비가 동원되어서 순식간에 지붕보가 떡~~ 하니 자리를 잡았습니다.



그래도 날이 날인지라...
막걸리 한 잔 올리면서 저희 가족, 그리고 목공팀이 함께 절 한 번 올리는 것으로 상량을 마무리 했습니다.
장마와 싸우면서, 더위와 싸우면서, 그리고 돈과 싸우면서 ^^
이렇게 또 하나의 Milestone을 찍었습니다.


모처럼 부모님까지 모신 자리...
그냥 상량을 끝으로 하루를 마무리해도 될텐데...
목수님들이 어른들 먼길 오셨는데 뭔가 하나 더 보여 주시겠다고
지붕 양쪽 끝에 서까래 올리는 퍼포먼스를 서비스로 보여주셨습니다. ^^


떡 하니 자리잡은 지붕보 위에, 먼저 지붕 양 끝에 서까래를 얹고
앞으로 차례대로 서까래가 갈빗살처럼 촘촘하게 올라가게 되는거지요.
모처럼 찾아오신 부모님께서는 큰 구경 하셨다고 좋아하시고
걱정에 걱정을 했는데 맘 좋은 목수님들과 함께 공사가 잘 진행되어 다행이라 하십니다.

....

1mm짜리 심장이 팔딱거리며 쿵쿵 소리를 내는 치우의 모습을 초음파로 처음 봤을 때,
그리고 점점 아기의 모습이 갖추어져가던 과정이 생각납니다.

나만의 집을 짓는 것도 마찬가지인 것 같습니다.
사람이 태어나는 것처럼 집도 태어나고
사람이 자라는 것처럼 집도 자란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느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