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발리 집짓기 - 2층 올릴 준비

2011. 7. 17. 22:48사는게 뭐길래/집짓기 & DIY

비가 참 독하게도 쏟아졌던 한 주...
집짓기 현장이야말로 장마철이 왠수같고 구름만 봐도 걱정부터 앞서는 상황이랍니다.
비록 비 때문에 많은 공사를 진행하기는 힘들었지만, 집짓기 마치 작업은 살아 있는 생명체처럼
끊임없이 변화가 생기고 1센티든 1미터든 계속 성장을 합니다.

1층... 그럴싸한 모습이죠?
지난번에 포스팅 했던 치마 입은 모습과 별 차이가 없어 보이죠?
하지만... 작은 진전들이 있었습니다.

우선, 1층 벽체와 콘크리트 기초 사이의 빈 틈을 모두 메웠습니다. ^^ (안보이죠? ㅎㅎ)
이 빈틈... 작은 빈틈으로 겨울에는 황소 바람이 들어오기도 하고
더운 열기는 도망을 치기도 한답니다.
빗물이 파고들 수도 있고요.
내부 바닥공사할 때 모르타르를 한 번 더 입히긴 하지만... 작은 틈도 메울건 메우면서 나갑니다.



밖에서 보면 별다른 변화가 안보이지만, 안쪽에서는 이렇게... 2층의 바닥을 구성할 갈빗살을 놓고 있습니다.
이 갈빗살이 2층 바닥을 지탱하는 거지요.
게다가, 저희 집은 별다른 천정 공사를 하지 않고, 이 갈빗살이 1층에서 올려다보면 그대로 보이도록 할 예정입니다.

그러니... 더욱 꼼꼼하고 야무지게 작업을 해야겠죠?
나무 고르는 작업부터 연결해 나가는 작업 하나하나에 온갖 신경을 다 써야 합니다.
못이 보이지 않아야 하고, 나무의 무늬도 고려해야하고,  2층 바닥을 받쳐줘야 하기 때문에 구조와 하중을 고려해야 하고, 줄 맞고 높이 맞는거야 기본 중의 기본!

비록 더디지만... 아래에서 올려다보는 2층 바닥 모습... 한 줄 한 줄 갈빗살이 올라가는 모습은 마치 하늘에 다리를 놓는 것처럼... 설레이고 보람되고...
목수님들이 긴장하니 저도 덩달아 긴장이 되고...


눈으로 보기에도 벽체 갈빗살과 천정 갈빗살이 차이가 나죠?
벽체 갈비들은 나중에 벽 속으로 감추어질 것들이고, 천정의 갈비들은 밖으로 드러날 것들입니다.
가격도 틀리고, 레벨도 차이가 나고 ^_^
예상보다 돈이 많이 들어가는 상황. 건축주 돈 아껴준다고 자재 하나하나 깐깐하게 아껴주시는 목수님들!
더위와 싸워가면서... 더디고 고된 작업을 이어가면서... 이렇게 2층 바닦이 만들어져 갑니다.
(나중에... 목수님들의 역작을 하나 보여드리지요.^^ 지금은 작업중!)



비 개인 하늘은 너무 아름답습니다. (작업창고에서 바라본 모습)
뒤에 파란 천막 뒤집어 쓴 거 보이죠?
비가 내리면 후다닥 정신없이 뛰면서 집에 우비를 입혀야합니다.
야속한 날씨는... 똥개 훈련 시키는 것도 아니고...
수돗물 틀어 놓은 것처럼 굵은 비를 쏟아 내다가고
우비를 다 입히고 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새파랗게 멋진 하늘을 보여줍니다.

서울에서는 볼 수 없는, 아니 도시라는 곳에서는 좀처럼 볼 수 없는 저 하늘...
어찌보면 저 하늘 때문에 시골에 작은 집을 짓는 것이겠죠...




잔소리 대마왕 현장 감독님이 칭찬을 최대한 아끼는(^.^) 우리의 재단사, '혁'이 삼촌!
그나마 그늘에서 작업하는 거는 좋은데... 1mm 차이에도 스트레스 왕창 받게 됩니다.

작업대 위에는 항상 그림 하나가 붙어 있습니다.
두꺼운 폴더 안에 제가 처음 그린 집의 모양이라든가 다른 그림들이 들어 있기는 한데... 가만보면 늘 이 한 장의 도면을 보면서 뭔가를 자릅니다.
대략 지금 짓고 있는 집의 그림 같기는 한데....

도대체 뭐라고 썼는지...
저는 아무래도 알 수 없는 도면 하나를 떡 붙여 놓고 하루종일 전기톱으로 뭔가를 계속 자릅니다.

대개는 조립하는 쪽에서 뭔가를 이야기하면 거기에 맞게 목재를 재단해서 보내줍니다.
하지만, 별다른 주문이 없어도 뭔가를 계속 자르고 정리하고...


뭔가를 잘라서 옆에 이렇게 쌓아 놓습니다.
Stud는 벽체의 세로 갈빗살, Baker는 큰 힘을 필요로하는 곳에 기둥처럼 사용하는 것, Trimer는 창호나 문이 있는 곳에 걸리는 Head를 받쳐주는 것이랍니다.
그러니까... 도면에는 이런 것들이 각 치수별로 몇 개씩 들어가는지가 정리되어 있는 것 같습니다.
변덕스럽게 내리는 비 때문에 조립 작업을 제대로 할 형편이 못되는지라
이렇게 벌써 2층에 쓰일 부품(?)들이 미리미리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중간에 비가 쏟아지면... 집에 우비를 입혀 놓고,
이렇게 모여 앉아서 족발 안주에 맥주 한 잔으로 잠시 웃고 떠드는 시간!
바지 걷어 올리고 제대로 주모(?) 노릇하는 우리 마눌님! 제법 어울립니다!
더운날 작업할 때, 갈증 해소에는 맥주 한 잔이 딱 좋다고 하네요.
집짓는 작업이라는 것이 항상 뭔가 위험한 일이 도사리고 있기 때문에... 갈증 해소용으로 딱 한 잔!!



어른들 새참 먹고 이야기하는 동안...
서치우 화백은 작업창고 벽에 벽화를 그리고 있습니다.
사실... 비가 갠 후의 작업 현장은 무지무지 덥고 습한 기운이 퍽퍽 올라옵니다.
치우는 뜨거운 땡볕 아래에서도 마냥 놀면서 얼굴이 벌겋게 달아 오르고...
크레파스를 사다 주니까 땡볕에 나가 놀지 않고 그늘에서 그림 그리기를 하네요. ^^

장마철 집짓기는 아이들 자라는 것과 같습니다.
때론 빠르게, 때로는 느리게...
눈에 보이지 않아도 아이가 자라는 것처럼, 계속되는 장마에도 집도 그렇게 조금씩 모양을 바꾸면서 자라네요.

집이 다 지어지면, 우리 치우도 훌쩍 커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